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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선무도 본산… ‘정신문화 한류’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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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도 겸해 템플스테이 취재를 좀 다녀오면 어떨까요.”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또 일상을 탈출해 템플스테이를 해보겠는가. 더구나 선무도 본산 골굴사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의 토함산 자락에 위치한 골굴사를 향하는 동안 머릿속에 힐링, 휴식이란 단어들이 스쳐 지났다.

골굴사 종무소에 들어섰다. 갈색머리 외국인 여성이 고개를 든다. 영국인 사라 니콜(31)씨다. 영어를 가르치러 한국에 왔다는 니콜씨는 2년 전 골굴사로 템플스테이를 왔다가 분위기에 푹 빠져 아예 외국인 전담 종무소 직원으로 눌러앉았다고 한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저녁공양 시간. 널찍한 좌식 식당 곳곳에 골굴사에서 제공한 단체 승복 바지와 조끼를 걸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조용히 공양 중이다. 듣던 대로 곳곳에 외국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골굴사 안에 지구촌이 있음이 느껴졌다. 먼지 묻은 배낭을 메고 종무소에 도착한 외국인 여행자들의 모습에서는 세계가 이곳으로 이어져 있음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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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오리엔테이션과 선무도 수련. 널찍한 선무도 실내수련장에서 있었던 오리엔테이션은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눠 진행됐다. 내국인이 30여 명, 외국인은 예닐곱 명, 이후 선무도 수련은 내·외국인 할 것 없이 한데 어울려 시작했다.

호흡, 요가부터 시작해 점차 난도가 올라가 신체의 한계에 도전하니 신음 소리가 절로 난다. 끙. 힐링, 휴식의 환상이 날아간다. 태어나서 처음 시도하는 뒤로 구르며 다리 찢기. 승복 바지를 입지 않았으면 도저히 시도할 수 없는 자세가 민망하여 주변을 둘러보니 국적 불문, 인종 불문 다들 열심이다.

“용쓰지 말고, 되는 만큼만 하세요. 일상에서도 용쓰면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요. 욕심 버리고 되는 만큼만 하고 살면 됩니다.”

한 다리로 서서 균형을 잡느라 땀 뻘뻘 흘리는 왕초보 수련생들을 향해 사범이 충고했다. 다음 동작부터는 움직임의 크기를 줄였다. 한결 편하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용쓰고 살지 말자’는 화두만 하나 건져도 성공일 것 같다.

다음날 새벽 4시, 격한 수련의 밤을 보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제 시간에 일어나 예불장소인 대적광전을 향하고 있었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마애불좌상(보물 제581호)과 그 아래 12처 석굴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대적광전은 오르는 길이 매우 가파르다. 겨우 발밑이 보일 정도로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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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국인 7천명 포함해 3만5천명 참여

이어진 행선(行禪). 법당을 나가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수행하는 행선 행렬이 산 아래로 향했다. 행렬의 선두도, 끝도 외국인 선무도 수련생들이다. 행렬이 향하는 방향에서 아침 해가 떠올랐다.

각자 생각에 잠겨 발걸음을 옮겼다. 전통 문화와 글로벌 문화가 뒤섞인 아침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미국인 수련생 캐빈 라츠랄프(27)씨의 지도에 따라 선무도식 몸풀기로 행선을 마무리했다.

영어 교사로 우리나라에 온 라츠랄프씨는 2년 전 친구 소개로 골굴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게 인연이 돼 선무도 수련을 하게 됐다고 한다. 행선 행렬의 맨 끝에 서서 초보 수련자들의 흐트러진 태도를 바로잡아 주기도 한 이는 프랑스에서 온 엘비스 보제토(38)씨다. 프랑스 툴루즈의 선무도장에서 한국의 불교 문화와 선무도를 접했던 보제토씨는 9월 귀국한 뒤 다시 1년 예정으로 돌아와 3단 자격을 따서 사범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선무도란 내게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고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선무도 수련과 108배, 울력(협동노동) 등으로 몸을 단련하면서 자신의 나태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템플스테이가 주는 중독성 있는 매력 덕분인지 골굴사를 찾는 발길은 끊어지지 않는다.

골굴사 종무소의 보림 법사는 “지난해 연인원 3만5천명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했고, 이 가운데 7천명이 외국인이며 이 중 1천명은 골굴사 때문에 한국을 찾은 경우”라고 전했다.

골굴사 수련원을 찾는 청소년도 연인원 4천명에 이른다. 학교폭력,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으로 얼룩진 마음을 선무도 수련과 국궁, 승마 체험 등으로 씻어내고 영어 원어민 교사와 어울린다.

템플스테이를 하지 않고도 선무도 고수들이 공중을 날고 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반 대적광전 앞 데크에서 선무도 시연단 ‘사천왕’의 상설무료 공연이 펼쳐진다.

2011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공연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취소되는 법이 없다. 공연 자체를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단 한 명이 느끼는 감동이 만 명이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선무도 시연단의 공연 모습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골굴사는 ‘한국의 소림사’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골굴사에 본부를 둔 사단법인 세계선무도협회에 등록된 선무도 지부는 국내 16곳, 해외 10곳이며 등록 회원 수는 4,161명이다. 지금까지 배출된 선무도 수련생은 2만명이 넘는다.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도입된 템플스테이는 2002년 2,500여 명이던 것이 2012년 35만9천명(외국인 4만여 명)으로 참가자가 급증했다. 특히 골굴사와 같은 외국인 템플스테이 전문 사찰(불교문화사업단 선정) 16곳에서는 내·외국인이 불교와 수련이란 공통의 주제를 갖고 문화공유 체험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가슴에 남은 여운은 입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세계로 확산되며 새로운 한류 콘텐츠 ‘정신문화의 한류’를 퍼뜨리고 있다.

글·박경아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템플스테이 문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 02-2031-2000
인터넷 홈페이지 www.templestay.com
경주 골굴사 문의 ☎ 054-745-0246, 054-744-1689
인터넷 홈페이지 www.sunmu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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