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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100세 시대 “일을 통해 행복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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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한중석(81)씨. 그는 지난 7월부터 서울 재동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CCTV 상시관제센터에서 매일 3시간씩 일하고 월 20만원을 보수로 받고 있다.

한씨는 “예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는 한시적인 게 많았는데 올해부터 CCTV 모니터링을 하면서 1년간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점과 육체적으로 크게 힘들지 않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CCTV 상시관제사업’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협력해 날로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대책 방안 중 하나로 올해부터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CCTV를 노인들이 모니터링하고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학교에 즉시 보고해 처리하면 된다. ‘일하기를 희망하는 노인’이 손자·손녀 같은 청소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면서 사회안전망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역 내 65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올해만 전국 293개 학교에 2,633명의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배정돼 활동할 계획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7월 현재 1,367명의 고령층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한씨는 “80세가 넘는 고령층인데도 스스로 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해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정부 차원에서뿐 아니라 각 지자체의 복지관이나 노인센터에서도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 위치해 60세 이상 회원 수만 5만 4,734명에 달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도 올해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선보였다. 라디오 DJ와 실버 VJ, 미술관 도슨트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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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일하고 싶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라디오 DJ로 일하는 박인섭(70)씨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관내 방송에 불과하지만 올해 하반기엔 인근 대학 방송국과 연계해 공동 음악 방송도 추진할 예정이고, 인터넷 방송 계획으로 꿈에 부풀어 있다. 박씨는 “젊어서 학교 교내 방송을 했는데,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 일을 할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대본과 방송을 준비하면서 남들이 하는 치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신소라 과장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노인들의 일자리와 관련해 각종 정책들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와 연관해 각 지역의 노인센터나 복지관들도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활기찬 노년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노인 일자리 1만8,650개를 만든다. 시는 이를 위해 총 34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81억원(30.5퍼센트), 일자리 수는 750개가량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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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기준 국내 노인빈곤율은 45.1퍼센트로, OECD 회원국 자료·보건복지부의 평균 노인빈곤율 13.5퍼센트보다 3.3배 높은 수준이다. 높은 노인빈곤율과 연금제도 미성숙으로 노인들의 일자리 참여 욕구는 높지만 노인 고용을 위한 시장 여건은 미흡한 상황이었다. 이제까지 저소득층의 노인들 일자리는 주로 공공 취로사업이나 파지 판매 등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한 2004년 이후부터 월 20만원이라는 보수를 현실적으로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30일 발표한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엔 이러한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매년 5만개씩 늘리고, 참여기간과 보수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월 20만원의 보수를 월 30만원으로, 참여기간도 9개월에서 10개월로 늘린다. 연속성과 더 많은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복지형 일자리 중심으로 참여보수를 월 40만원으로 인상하고, 연중 운영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복지형 일자리에는 노노(老老)케어와 지역이동센터 아동 돌봄, 경증 치매노인 활동 보조 등이 있다.

정부는 앞으로 사회공헌 활동 기회를 부여하는 양질의 공공일자리 확충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학교 CCTV 모니터링을 비롯한 순찰, 경로당 급식, 병원에서의 독서 봉사 등 지역사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일자리를 확대해 경력 있는 노인들의 사회 참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임홍섭(85)씨는 “아직 일자리를 못 찾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일하고 싶다”며 이번 정부의 노인 일자리 확대·강화 방침에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글·박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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