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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천년 잠자던 문명의 길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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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길을 부르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실어 나릅니다. 서라벌의 이른 새벽, 석굴암에서 시작된 푸른빛은 황혼이 지는 사막을 지나 초승달과 별이 빛나는 이스탄불에서 고단한 여정을 마칩니다….”

경주 보문단지 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문화센터 1층 전시실에 상설 전시되고 있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 개최 기념 실크로드 사진 특별전에 내걸린 소개글이다.

이곳에 전시된 사진들은 석굴암부터 시작해 고분에서 발굴된 유리 장신구 등 각종 유물들을 통해 신라가 중국뿐 아니라 서역국가와 왕성한 교역을 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신라의 유물부터 되짚고 있는 사진들을 따라 경주를 출발하면 둔황 막고굴에서 발견된 신라 승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등장하는 도시들을 지나 이스탄불에 도착하도록 전시되어 있다.

사진 특별전에서 경주에서 이스탄불까지의 거리는 몇십 걸음이지만, 실제로 경주와 이스탄불의 거리는 항공 거리만 8,300킬로미터, 6시간의 시차가 난다. 이렇게 머나먼 경주와 이스탄불을 잇는 고대의 실크로드 1만7,500킬로미터를 따라 ‘경상북도 실크로드 탐험대’가 세계문화엑스포 개막 D-160일에 출발한 1차 탐험(3월 21일~4월 4일)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D-45일을 기념해 오는 7월 17일 2차 탐험을 시작한다.

1차 탐험 구간은 경주에서 국제 통설상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중국 시안까지 총 5천 킬로미터였다. 2차 구간은 다시 시안을 출발해 세계문화엑스포 개막일인 8월 31일 이스탄불에 닿기까지 1만2,500킬로미터, 7개국을 거치게 된다. 총 60일간에 걸친 탐험기간 중 거친 산길, 뜨거운 사막 길을 걷는 것은 기본이고 차량과 자전거, 배는 물론 낙타까지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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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흔적 확인한 1차 탐험 이어 7월 2차 탐험

동국대 교양교육원 윤명철 교수가 탐험대장을 맡은 1차 탐험대에는 대학생, 역사학자, 사진작가 등 77명이 참가했다. 1차 탐험대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 3월 21일 출정식을 하고 4월4일까지 15일 동안 경주와 중국 시안을 잇는 실크로드를 따라 한국과 중국 곳곳을 누비며 신라의 유물과 유적을 답사하고 교류의 발자취를 찾아 기록했다. 동시에 지금의 시대에 맞는 경제와 문화 교류의 길을 개척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31차 탐험대원들은 경기 화성시의 당성을 찾아 중국과 해상교역통로로 이용됐음을 확인했으며 산둥성 석도시 적산법화원에서는 해상왕 장보고의 유적을 둘러보았다. 중국 4대 불교 성지 중 한 곳인 구화산에서는 신라 왕족으로 알려진 김교각 스님이 중국인으로부터 추앙받고 있는 현장도 직접 확인했다.

1차 탐험에 참가한 사진작가 정철훈(42)씨는 “구화산에 모셔진 육신보전이 신라 왕자이고, 살아서는 자장보살로 숭앙받았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2차 탐험에도 참가한다. 울산대 섬유디자인학과 김세원 교수가 탐험대장을 맡는 2차 탐험대에는 모두 25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가수 이장희씨, 소설가 김연수씨, 화가 서옥순씨 등이 자신의 분야에서 다양한 기록을 남기고 이를 새로운 콘텐츠 창작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참여하게 된다.

1차 탐험에 이어 2차 탐험에도 대학생·청년 탐사대장을 맡게된 윤성철(24·동국대 문예창작과 3학년)씨는 “1차 탐험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이 해상왕 장보고의 유적이었다”면서 “그간 중국을 거쳐 온 실크로드를 통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만 배웠는데, 실제 실크로드를 답사하다 보니 우리 문화도 전파되었던 흔적과 기록이 많았다”고 전했다.

최연소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 경력 덕분에 대학생·청년 탐사대장을 맡은 그는 “2차 탐험 구간은 1차 탐험 때보다 2배가 넘는 거리를 답사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가볼 수 없는 곳을 거치게 되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1차 탐험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2차 탐험은 더 거칠고 뜨거운 사막을 지나고 이슬람 라마단 기간 중에도 답사를 계속해야 한다. 경북도청은 2차 탐험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5월 셋째 주부터 선발대를 파견해 사전 답사 중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번 탐험은 실크로드를 발로 따라가며 선조의 흔적을 확인하고 천년 동안 잠자던 문명의 길을 일깨운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경주와 이스탄불을 연결하여 과거 경주가 실크로드의 동단 기점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21세기에 걸맞은 교류와 소통·문화의 길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실크로드 탐험대의 출범 의미를 밝혔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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