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가 발효됐다. 미국은 지난해 대한 무역적자가 160억 달러(미국 기준)로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한·미 FTA가 자국 경제에 부담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1.3% 축소된 반면 대미 수출은 4.1% 늘었다는 점에서 한·미 FTA의 경제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의 수출입 실적을 두고 한·미 간에 희비가 엇갈리지만, 발효 1년 만에 미국과의 FTA를 평가하기는 시기적으로 이르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한·미 FTA는 대미 수출입 외에 규제완화, 서비스 투자 활성화, FTA 허브 이익실현, 동아시아 경제통합 역량 축적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 FTA 정책의 정점에 위치한다. 즉, 미국과 FTA 발효만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고 우리의 경제통상정책과 연관시켜 전략적으로 활용해야만 한·미 FTA의 경제효과를 제대로 실현하게 될 것이다.
예년 같았으면 통상정책 관련 여러 기관이 나서서 한·미 FTA 1주년을 돌아보고 경제효과를 키우기 위한 공론의 자리가 마련됐을 것이다. 통상정책 담당 기관의 개편으로 한·미 간에 협의가 필요한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 회의도 연기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이미 이행 중인 FTA 활용도 제고가 시급한 통상현안으로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연합(EU) 등을 포함해 총 8개의 FTA를 이행시켰고, 정부기관이 나서서 중소기업의 FTA 활용 지원 사업을 전개해 왔음에도 절대다수의 중소기업은 FTA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012년 12월 기준 전체 대미 수출액 대비 FTA 수출액 비중을 나타내는 한·미 FTA 활용률이 66.1%인 것으로 보고했으나, FTA 활용 수출실적의 대부분은 대기업의 수출이고, 중소기업의 FTA 수출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금융위기에 이은 재정위기로 선진경제의 불황 지속, 중국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경제 둔화, 엔화 절하 등으로 어려운 수출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과 EU가 범대서양동반자협정(TTIP) 추진을 공식 결정했다. 향후 미국과 EU가 TTIP를 체결할 경우 세계 교역판도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TTIP가 도하개발어젠다(DDA)를 대체하는 글로벌 ‘게임 룰제정자(game rule setter)’가 될 것이다. 또한 일본·중국 등이 거대 FTA 블록에 참여하게 되어 우리나라의 FTA 선점효과는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계 통상 판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FTA를 어떻게 확대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세계 통상 판도 변화시킬 범대서양동반자협정
아베 정부 집권 후 일본은 자국 경제를 위해 엔화 절하와 더불어 FTA 체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덮어두었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는가 하면,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조치를 양자간 FTA를 통해 모색하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과 ‘포괄적지역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와 TTIP에 가장 긴장하는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정부 역시 적극적인 FTA 추진을 언급했고,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동아시아지역통합정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논의가 부진했던 인도와 FTA를 진전시키고, 안보 포럼 형태인 상하이기구를 무역 블록화하는 구상도 예상할 수 있다.
통상정책은 중장기적 비전과 단기적 대응방안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하는 분야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상대국의 정책과 전략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통상전략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 FTA 1주년을 맞은 현시점에서 미국과 한·미 FTA 효과 극대화 정책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 개성공단 등 협정에 명시된 후속조치를 조속히 처리해야 하고, 미국내 정세 변화를 살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예산의 자동 삭감을 의미하는 ‘시퀘스터(sequester)’가 발동한 가운데 있었던 국정연설에서 ‘제조업 부활’과, 미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13년 통상정책의제(Trade Policy Agenda)상의 ‘공정무역’ 기조를 강조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통상정책은 전체적으로 보호무역주의로 흐를 공산이 크다. 한·미 FTA 등 미국이 발효시킨 협정이 명시한 원산지 기준 충족,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요건 등이 제대로 준수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공정무역 강조하는 미국, 원산지 검증 본격 착수할 듯
이를 위해 미국은 USTR와 상무부 등으로 분산된 통상담당 정책부서의 통폐합을 통해 정책 효율성을 강화하고 국제무역감시기구를 새로 창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오는 5월로 예정된 미 중소기업에 대한 한·미 FTA 영향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 미국의 한·미 FTA 규정 준수 감시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우리 수출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FTA 경제이익의 핵심은 선점효과다. 시간이 지나면 경쟁국들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FTA를 체결할 것이다.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FTA 활용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2010년 이후 FTA 국내대책본부 등이 주도해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지원했고, 부분적 성과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에 FTA는 아직도 ‘요원한 산’에 불과하다.
산업통상 당국은 그동안 FTA 활용 기업 지원 현황을 면밀하게 분석해 실효성 높은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들도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FTA 활용역량을 축적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EU 등 주요 교역국가와 FTA 망을 구축해 FTA 허브 국가로 발전했지만, 정작 FTA 허브의 장점을 누리기 위한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FTA 허브 국가는 외국인투자(FDI) 유치에 유리하므로 FDI 당국도 FTA 망을 투자유치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정인교 인하대학교 인하팰로우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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