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5월 8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시상식에서 예술인 자녀들과 어머니들은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자식의 직업은 다양했지만 자식을 향한 어머니들의 사랑은 한결같았다. ‘장한 어머니상’에 이름을 올린 7명의 어머니들은 모두 자식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중 3인의 어머니로부터 자식을 예술가로 키워낸 사랑의 발자취를 들어봤다.

박정욱 명창의 어머니 신용달씨 공연 때마다 관객들이 먹을 음식 손수 장만
매주 목요일 국악 하우스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신당동 가례헌. 중요무형문화재 ‘서도소리’ 및 ‘평산소놀음굿’ 이수자인 박정욱(48) 명창의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어머니 신용달(82)씨의 손길은 바빠진다. 신씨는 공연 하루 전날부터 관객들이 먹을 음식을 손수 장만한다. 박 명창이 2002년 ‘국악 하우스콘서트’를 열 때부터 시작해온 일이다. 음식 덕에 관객들은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음식 대접은 이어졌다. 관객들이 국악의 여흥을 즐기도록 안주와 막걸리를 대접했다. 평균 70~120명분의 음식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손님이 이래 많이 올 줄 생각도 못했지. 처음에 관객이 얼마 없을 때 열댓 명 정도 오면 호박죽도 끓이고 지짐도 하고 그랬지. 집에서 만들어 가지고 손님들하고 같이 먹고 그랬으니까. 건강 안 잃을 때까지는 음식 대접하는 게 조금이라도 아들 공연에 도움이 될랑가 싶어서.”
그에게 있어 박 명창은 혼자서 대견하게 잘 자라준 아들이다.
박 명창이 시조를 배우기 시작한 때는 9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민요를 즐겨 듣고 자란 박 명창은 행상을 하는 어머니 신씨를 돕기 위해 밭고랑을 맬 정도로 효자였다.
고(故) 김정연 명창과 이은관(96) 명창에게 ‘서도소리’와 ‘배뱅잇굿’을 배운 후 큰 상을 타오자 그제야 아들의 재능을 실감했다.
신씨는 늘 아들에게 ‘남한테 져라. 욕심내지 마라’고 가르쳤다. 남에게 양보할 때 행복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상을 받는 게 한없이 부끄럽네. 내가 한 일은 하나도 없다”며 “장한 어머니상을 받게 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인 곽효환씨의 어머니 이정원씨 아버지의 빈자리 홀로 채우며 4남매 길러
“어머니는 늘 괜찮다고 하셨다. 밤 기차를 타면 잠도 편히 잘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도 있어 좋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 야간열차에서 만난 사람, 잔아문학박물관 소식지 3호
시인 곽효환(45)씨의 글에는 어머니 이정원(72)씨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씨는 아들 곽씨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 남편과 사별했다. 그 후 외판원, 재봉공장 근로자, 공사판 노동일 등 남자들도 하기 힘든 궂은일에 나섰다.
“안 해본 일 없이 해봤지요. 시간 나는 대로 바느질도 하고 돈이 된다고 하는 건 다 했으니까요. 아침에 밥을 15인분 해놓고 일을 나가면 효환이 친구들도 와서 먹고 시부모님도 드시고 했어요. 우리 애기들이 워낙 어질고 착해서….”
그에게 어린 곽씨는 영특한 아들이었다. 삯바느질을 하기 위해 집 안에 둔 재봉틀에 적힌 영어 단어를 보고 한번에 외우는 등 언어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는 아들의 새로 나온 책을 놓고 찬찬히 읽을 때가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 아들은 늘 새 책이 나오면 사인한 책을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장한 어머니상을 받았으니 다들 자식을 잘 길렀다고 생각할텐데 아이들에게 해준 게 없어요.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사회에 계신 여러분들이 이런 상을 주신 만큼 앞으로도 4남매가 사회에 이바지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누를 안 끼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피아니스트 최희연씨, 지휘자 최희준씨의 어머니 임인자씨 음계·피아노 독학하며 자녀들 직접 가르쳐
임인자(67)씨는 자녀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던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셋방살이를 하던 임씨의 옆집에는 피아노 교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첫째 딸이 피아노에 올라가 건반을 뚱땅거렸다. 세 돌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아이는 음악을 시켜야한다’고 권한 음악교사의 말에 따라 음악 교육에 나섰다. 피아니스트 최희연(45)씨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최희준(40)씨의 어머니 이야기다.
임씨는 딸의 음악적 재능을 길러주기 위해 음계를 공부하며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또 막내 희준을 등에 업고 피아노를 독학한 끝에 희준씨가 여섯 살 무렵 직접 피아노를 가르칠 수 있었다.
음악 교육 못지않게 예절 교육에도 힘썼다. 큰 대회에서 수상을 했다 할지라도 자녀들이 자만심에 빠지지 않도록 “사람이 되는 게 먼저다”라고 가르쳤다.
임씨는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하루 8시간씩 연습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오던 것이 수상으로 응답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글·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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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