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훤칠한 키, 떡 벌어진 어깨, 험악한 인상, 거기에 나이까지 많은 유급 전학생의 등장에 승리고등학교 2학년 2반 교실이 발칵 뒤집혔다.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학교를 옮긴 이력만 다섯 번이 넘고, 주먹까지 거친 ‘전설의 일진’이란다. 좌중을 압도하는 반항 어린 눈빛에 말수까지 적다.
나이 19세, 이름은 박흥수. 눈빛 하나만으로 학우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대단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소위 말하는 전설의 ‘짱’이지만 그에게는 철칙이 하나 있다. 바로 “같은 반 아이들은 결코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두둑한 배짱과 의리도 있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일진 캐릭터와는 확실히 다르다.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배우 김우빈(25)은 꿈을 잃은 내면의 슬픔을 지닌 박흥수를 연기했다. 박흥수는 한때 축구선수를 꿈꾸며 일진회를 탈퇴하려 했지만 친구 고남순(이종석 분)의 잘못으로 다리를 크게 다쳐 꿈이 좌절된 소년이다. 거친 겉모습 이면에 숨겨진 꿈을 향한 열망과 따뜻한 내면이 ‘문제아’들에 대한 편견을 날려주었다.
특히 자신의 꿈을 실수로 망가뜨린 고남순과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치 마음은 있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멜로드라마의 남녀 커플처럼 두 소년의 우정은 섬세하게 그려졌다. 학교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화해를 하던 장면을 통해 김우빈은 ‘김우빈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도 집단 따돌림(왕따) 등 학교폭력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더 심각해진 것 같아요. 아이들의 생각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안타까웠죠. 드라마를 통해 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참여만으로도 저한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김우빈은 <학교 2013>의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현실적인 학교 문제를 다룬다는 점이 와 닿았다”고 답했다. 배우이기 전에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고 싶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대본을 받자마자 인터넷 뉴스 등을 검색해보며 학교가 처한 문제들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학교 2013>은 지난 학교 시리즈가 학생 이야기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학생·교사·학부모의 이야기를 균형있게 담아내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진짜’가 아니라며 무시당하는 기간제 교사부터 아이의 수상을 위해 경시대회 시험지를 빼돌리는 엄마까지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꾸려가는 에피소드들은 우리 시대 학교가 마주한 현실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교육부로부터 ‘학교폭력 근절 유공자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우빈은 올해 연기생활 3년 차에 접어든 신인배우다. KBS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이어 <학교 2013>에서 세번째 반항아 역할을 맡았다. 김우빈은 “같은 반항아로 보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연구했다”고 말했다.
학교 문제의 심각성 알리고 싶어 드라마 출연 결심
그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인물의 일대기와 백문백답을 작성한다. 대본에 나와 있지 않지만 해당 인물이 겪었을 만한 상황들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김우빈이 아닌 박흥수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까지 정교하게 준비했죠. 김우빈이라는 한 사람이 연기하지만 얼굴만 똑같지 캐릭터마다 사연이 있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의 방영과 동시에 화제가 된 박흥수의 느린 말투와 걸음은 그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캐릭터다. “흥수는 굉장히 무기력한 아이예요. ‘형과 친구’라는 삶의 가장 큰 이유를 모두 잃어서 3년간 힘들어하며 학교도 억지로 다니는 아이였죠. 그래서 말도, 걸음도, 행동도 느리게 연기했어요. 그 덕에 드라마를 찍는 동안 진짜 ‘느린 사람’이 되어버렸지만요.”
고남순과 박흥수처럼 극적인 사건을 겪진 않았겠지만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김우빈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을 것이다. 그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친구들, 선생님들을 참 좋아했어요. 흥수보다는 오히려 남순이랑 비슷했던 것 같아요. 발랄하지만 모범생은 아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만 친한 친구는 따로 있고요.”
지금은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본래 김우빈은 모델이 되는 것을 꿈꿨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모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굳이 분류하자면 반항아라기보다는 모범생에 더 가까웠다. 학창시절을 전북 전주에서 보낸 그는 반에서 3등, 전교 5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지금의 반항 어린 눈빛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김우빈은 <학교 2013>을 배우로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작품으로 꼽았다.
“촬영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작품이 끝난 지금 돌이켜보니 기분 좋은 꿈을 꾼 것 같아요.”
그는 요즘 영화 <친구2>의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우 유오성·주진모와 함께 다시 한번 ‘친구’ 신드롬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는 교복을 입게 됐다. 극중에서 김우빈은 장동건의 숨겨진 아들 성훈 역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학교’라는 공간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는지 물었다. 그는 “학교가 좀 더 따뜻하고 열린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학창시절 제게도 학교 상담실은 거부감이 드는 공간이었어요.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이죠. 학생들에게 상담실이 열린 공간이었으면 해요. 언제든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할 수 있는 따뜻하고 공간이요.”
이 ‘개념 청년’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꿈은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박흥수가 그랬듯 앞으로도 그의 연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일으키길 기대한다.
글·백승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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