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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배꼽인사·밥상머리 교육 우리 학교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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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녹천초등학교 고승순(58) 교감은 하루 일과를 교문 앞에 서서 시작한다. 등교하는 학생들과 반갑게 배꼽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다. 고 교감은 5월 8일에도 어김없이 오전 7시 40분이 되자 교문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두 손을 배꼽 밑에 모으고 90도로 인사하는 학생들에게 고 교감도 같은 자세로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빨리 오네. 밥은 먹었니? 어디 아픈 건 아니지?”라고 학생 한명 한 명에게 정겹게 물으며 학생들을 맞이했다.

표정이 좋지 않거나 평소 말썽을 부리는 학생은 특별히 더 챙긴다. 아픈 데는 없는지 이마를 어루만지고 볼을 쓰다듬는다. 가벼운 스킨십을 통해 학생을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을 전한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고 교감이 어루만지면 학생들의 뾰로통하던 표정이 금세 밝아진다.

고 교감이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을 맞이한 것은 2년 전 녹천초교로 부임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줄곧 교문 앞에 서서 500명에 달하는 전교생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다. 학생들은 이런 고 교감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인사 예절을 몸에 익힌다.

녹천초교의 예절 교육은 교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고 교감은 “교실로 들어가기 전 학생들과 배꼽인사를 나누면 학생들이 차분해지고 행동이 바르게 되며 겸손해진다는 것을 느낀다”며 “아침마다 인사를 많이 하다 보니 허리 운동이 돼 건강해졌다”고 미소 지었다.

교문을 들어선 학생들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20여 명은 교실로 바로 향하지 않고 학교 1층에 마련된 돌봄교실로 들어선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매일 오전 7시 50분에서 8시 30분 사이 어김없이 돌봄교실에 들러 박미희(53) 생활부장 교사 가 마련한 아침밥을 맛있게 먹는다.

올해로 3년째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식사 당번을 맡고있는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직접 만든 반찬 서너 가지를 제공한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청결과 영양에 신경을 많이 쓴 음식들이다. 절대 하루라도 묵은 반찬은 내놓지 않고 재료도 최소 20가지 이상의 양념을 사용한다.

학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면서 소소한 대화도 나눈다.

박 교사는 “버섯은 몸에 좋은 거야. 많이 먹어. 오늘 콩나물국이 맛있게 됐다. 국에다 말아 먹어 봐”라며 음식을 권하기도 하고 “네 동생 많이 다쳤다며? 괜찮아?”라고 가정사를 묻기도 한다.

이처럼 박 교사는 학생들과 밥을 같이 먹으면서 더욱 끈끈한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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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뒤편 텃밭에서 채소 키우며 정서 순화도

처음에는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해 우울하고 침울했던 학생들도 박 교사의 보살핌 덕분에 많이 밝아지고 건강해졌다. 성격도 순해져 폭력을 일삼는 학생은 더 이상 녹천초교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소위 ‘일진’으로 불리던 학생도 폭력을 휘두르는 대신 친구들에게 양보하면서 학교 분위기가 한층 쾌활해졌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같이 식사를 하는 학생들끼리도 친해졌다. 가끔 학생들이 달려와 안기기도 하는데 그만큼 밝아졌다는 것이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틈이 나는 대로 학교 뒤편에 마련된 텃밭으로 달려간다. 자신들이 직접 모종을 심은 채소들을 가꾸면서 성장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녹천초교는 잔디밭이던 뒤뜰 218평방미터를 텃밭으로 개간해 가지·오이·쑥갓·파·방울토마토·아욱·상추·배추·케일 등을 심었다. 고사리손으로 채소를 직접 키우면서 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수확의 기쁨까지 맛보면서 정서를 순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키운 채소들을 같이 나눠 먹으면서 우정도 함께 쌓는다.

녹천초교는 ‘아침 독서 15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수업 시작 최소 15분 전에 자리에 앉아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운동이다. 가장 먼저 학교에 등교한 학생이 교실로 들어가기 전 교실 문에 붙은 푯말을 ‘쉿! 지금은 독서 중’으로 돌려놓으면 그 시간이 독서 시작 시간이다. 독서를 하면서 차분히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 등교하면 ‘미덕카드’를 뽑아 거기에 적힌 단어와 관련된 실천 내용을 미덕통장에 기입한다. 52장으로 구성된 미덕카드에는 겸손·예의·친절 등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단어가 적혀 있다.

이동택 교장(58)은 “학생들 간 다툼은 대부분 말 때문에 발생한다. 좋은 말을 쓰면 친구끼리 싸울 이유가 없다. 예의와 인성 교육 등을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이 저절로 좋은 단어를 사용하게 되고 말이 순화됐다”며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생기고 이것이 생활습관이 되면서 아이들의 다툼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글·박기태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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