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13년 5월 4일, 명예수문장(서진원 신한은행장)이 북채를 고쳐 쥐었다. 낮고 깊게 울리는 대고삼타(큰북을 세 차례 치는 의식)로 숭례문이 다시 완성됐음을 맑은 하늘에 알렸다. 윗지붕에 붙은 새 현판은 ‘숭례문, 문화의 새 문이 열리다’라고 적힌 제막천에 가려져 있었다. 제막천 아래 청색·백색·적색·흑색·황색 등 천지만물의 조화를 상징하는 오방색 천 9줄이 길게 늘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의 주연 지대한(13)군과 함께 노란색 줄을 잡아당겼다. ‘예를 숭상하라.’ 숭례문 세글자가 세로로 내려써진 현판이 드러났다. 지켜보던 국민들의 길고 낮은 탄성이 행사장 주변으로 번졌다. 남쪽 관악산의 화기를 다스리기 위해 세로쓰기로 현판을 만들었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원형 그대로의 백색 현판 글씨가 밝게 빛났다. 서울의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숭례문이 다시 태어났다.
새롭게 탄생한 숭례문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작품이다. 기와 한장, 단청 한 줄에도 한국 최고 수준의 장인들의 노고가 서려 있다. 복구를 기원하는 국민은 7억원이 넘는 성금을 냈다. 복구 사업은 국민의 염원을 한데 모아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국가적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 잃었던 문 양옆의 성곽도 이번에 다시 이어 붙여 위용을 더했다.
숭례문 복구는 문화재 복원의 수준을 넘어 문화융성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새 정부는 국정 기조의 핵심축으로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서 “숭례문의 새 문이 활짝 열렸듯이 우리의 문화자산과 콘텐츠를 인류가 함께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활짝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숭례문 복구는 국민 모두의 힘으로 이뤄졌다. 이를 상징하듯 국민들의 희망엽서가 담긴 ‘희망보감(希望寶鑑)’이 숭례문 앞마당으로 들어왔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희망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라는 의미에서 희망보감의 매듭을 단단히 묶었다.

국민 화합의 장으로 거듭난 숭례문
기념식을 찾은 국민들은 숭례문이 영원하기를 기원했다. 가족 나들이를 겸해 부인과 함께 숭례문을 찾은 윤순근(62)씨는 “앞으로 관리가 중요하다. 국민들이 국보를 지키려는 마음은 더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숭례문을 내 물건처럼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혜민(20)씨와 이현경(20)씨는 “날씨가 좋을 때 기념식을 하게 돼 기쁘다. 그동안 복구에 많은 분이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 예쁘고 좋게 고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낮은 북소리가 울리면서 수문군이 배치됐다. 숭례문의 중앙 통로는 홍혜문이다. 남과 북을 잇는 육중한 붉은 철문이 서서히 열렸다. 남쪽 바람이 홍혜문을 거쳐 북쪽 사대문 안으로 흘렀다.
숭례문이 다시 열린 이날 수만에 달하는 국민들이 주변 일대로 모여들었다. 남대문시장에서 35년 동안 청과물 가게를 열어온 상인 김사옥(72)씨는 “숭례문이 복구돼 기분이 좋다”면서 “새 숭례문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으로 장사도 잘 될 것 같다”며 반겼다.
모자 가게를 하는 김성수(48)씨는 “구경 오는 사람들이 늘어 남대문시장도 활성화될 것 같다. 앞으로 잘 보호해 많은 사람이 찾고 시장도 덩달아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 문이 다시 열린 5월 4일. 숭례문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세종로는 축하의 잔치가 벌어졌다. 세종로를 따라 자유연희마당이 펼쳐지고 광화문광장에서는 ‘판굿, 비나리, 아리랑’을 주제로 한 공연이 이어졌다. 화재에 따른 국민의 상실감을 치유하는 자리, 이날 숭례문은 온 국민과 함께 경축하는 국민 화합의 장으로 거듭났다.
글·박상주·박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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