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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언니 오빠 생겨 좋고 함께 봉사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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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마 도완득!” 다문화가정 자녀와 담임선생 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 <완득이>. 2008년 씌어진 소설 원작을 2011년 영화로 제작하며 흥행몰이를 했던 작품이다. <완득이>가 인기를 끈 이유는 다름 아니라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2세인 완득이가 선생 ‘동주’를 만나며 변해 가는 따뜻한 과정을 그렸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이런 감동 릴레이가 이어질 것 같다. 완득이와 같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필리핀과 일본, 태국, 몽골 등 다문화가정 2세 중·고교 학생들과 대학생 멘토로 구성된 ‘다화(多華)봉사단’을 통해서다. 다문화종합복지센터는 3월 23일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다화봉사단 발대식을 가졌다.

다화봉사단의 첫 행보는 나무심기 봉사였다. 3월 30일 일요일 중랑천 살곶이체육공원에서 열린 ‘시민참여 기념식수(식목일)’ 행사장으로 찾아갔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다화봉사단원들은 첫봉사에 약간은 수줍은 듯 상기돼 있었다. 이승용 군(봉원중 1)은 “아직 처음이라 친구들이랑 어색해요”라며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현태 다화봉사단장(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4)은 “다문화가정이 지원 대상이라는 통념을 깨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참석 취지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외국 국적 동포 등 다양한 신분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문화 인구만 150만명이다. 결혼이민자는 15만명을 넘었다.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자녀 수는 약 4만7천여 명으로 2006년에 비해 다섯 배나 증가했다. 이들은 엄마와 아빠 사이의 다른 언어와 풍습으로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다화봉사단은 이런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사회의 일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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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살곶이체육공원 식수행사로 첫 봉사 나서

김현태 봉사단장은 “영화 <완득이>에서처럼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멘토를 꿈꿨다”며 어린시절을 회고했다. “국사 수업에서 일본 얘기만 나오면 위축됐어요. 외모로는 잘 모르니까 어머니가 일본사람이라는 걸 숨겼죠.” 그는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문화 2세들 에게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형, 누나가 필요해요.”

멘토로 참석한 이정인 씨(충남대 무역학과 1)도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이씨는 “한·일관계와 같은 역사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힘들었거든요. 동생들이 다문화가정인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말동무가 되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한 시간여 정도가 흐르자 묘목들이 쏙쏙 얼굴을 내밀고 제자리를 찾았다. 다화봉사단원들은 어린 잎을 하나라도 밟을까 조심조심했다. 필리핀에서 19년 전에 시집온 엄마를 둔 권은주 양(서울연희미용고 2)은 “와~ 처음에는 쉽게 봤는데 할수록 힘들어요”라며 혀를 쏙 내밀었다.

멘티 학생들은 미래의 멘토를 꿈꾼다. 장소영 양(누원고 2)은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친구관계, 가족 갈등문제 등을 해결해 주고 싶어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 김현태 단장은 ‘교육’을 강조했다. “‘쟤는 우리와 다르다’가 아닌 ‘다르게 생겼지만 우리는 모두 같아’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들도 한국사회의 일원이라는 내국인의 시선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화봉사단은 이날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오는 8월까지 필리핀 태풍 피해현장 봉사활동, 환경 캠페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문화종합복지센터 조만웅 이사장은 “다문화 2세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소외된 이웃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나누는 법을 가르치겠다”며 “오늘 심은 나무와 꽃들처럼 이런 문화를 잘 뿌리내렸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란성 쌍둥이 동생과 함께 참석한 권동녘(교문중 3) 멘티는 “나무가 잘 심어진 것 같아 뿌듯하다”며 이마의 땀을 쓱 닦았다.

오가배 멘티(대원여고 2)는 “같은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과 공감대도 형성되고 마음도 편안해져서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다화봉사단원들이 심은 묘목들이 다양한 모양과 색깔로 줄을 이뤘다. 봄 햇살에 유난히 더 반짝거렸다.

글·박지현 / 사진·지미연 기자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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