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영화치료(cinematherapy)라는 말이 있다. 1990년 버그 크로스에 의해 처음 사용된 이 용어는 영화 감상을 통해 심리치료를 시도하는 의미로 도입됐다. 심리치료의 과정으로서 영화적 치료 기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월터 E. 제이콥스 박사는 영화를 통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창했다. 환자들이 영화 속 인물에 이입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본인의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캘리포니아주립대 스튜어트 P. 피쇼프 교수는 영화를 ‘영혼에 놓는 주사’에 비유하며 영화가 가진 심리치료의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영화는 다른 예술에 비해 핍진성(수용자가 텍스트를 그럴듯 하고 있음직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정도)이 뚜렷하고 오감을 동원해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보다 강력한 몰입을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 극장에서 개봉한 몇 편의 힐링 시네마를 소개해보자. 감미로운 음악으로 ‘힐링’의 정서를 한껏 드높이는 영화들이니 싱숭생숭한 봄날 이들 영화로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로마 위드 러브(To Rome with Love)>(우디 앨런 감독·2012)는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기’를 말한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인간 군상의 면면을 담아냈다. 로마는 극 중 인물들의 허영심을 채워주는 공간으로 기능하는데, 흡사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로 묘사된다.
그러나 우디 앨런 감독은 관객들을 판타지 속에 머물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일상으로 끌어내린다. 이는 현재의 일상적인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명쾌하고 현명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송 포 유(A Song for You)>(폴 앤드루 윌리엄스 감독·2012)는 해로의 사랑을 통한 교감을 보여주는 영화다. 독단적인 성격의 할아버지 아서(테런스 스탬프 분)와 말기암 환자 아내 메리언(버네사 레드그레이브 분)의 숭고한 사랑. 합창단원인 메리언은 합창대회 본선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뜬다. 아내의 죽음 뒤 방황하던 아서는 용기를 내 합창단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송 포 유>는 나이가 든다는 것이 서글픈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회 예선 무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렛츠 토크 어바웃 섹스(Let’s talk about sex)’를 흥겨운 리듬에 맞춰 부르는 모습에서는 청춘 못지않은 강렬함이 전해진다.
영화 속 노래는 메마른 관계를 적시기도 한다. 은퇴한 음악가들이 모여 사는 비첨하우스를 배경으로 하는 <콰르텟(Quartet)>(더스틴 호프만 감독·2012)은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였던 레지(톰 커트니 분), 윌프(빌리 코놀리 분), 시시(폴린 콜린스 분)는 새로운 입주자 진(매기 스미스 분)을 맞이한다. 하지만 과거 진과 연인이었던 레지의 상황은 난처해진다.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 지내던 이들은 재정난을 겪는 비첨하우스를 일으키기 위해 갈라콘서트 무대에 선다.
이 영화의 오프닝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1막에 흐르는 ‘축배의 노래’가 장식한다. 위풍당당하고 흥겨운 이 노래가 흐를 때 비첨하우스의 풍경은 생동감이 넘친다. 마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처럼.
<피치 퍼펙트(Pitch Perfect)>(제이슨 무어 감독·2012)는 한때 잘 나갔지만 이제는 구닥다리로 전락한 아카펠라 그룹 벨라스를 무대에 세워 그들이 위기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용기를 건네며 응원해주는 영화다.
불현듯 무기력해지거나 허무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이 노래가 제격이 아닐까?
그룹 벨라스의 라이벌인 트러블메이커가 리한나의 ‘돈 스탑 더 뮤직(Don’t stop the music)’을 아카펠라 버전으로 부르는 대목에서는 가라앉은 기분을 띄워주는 마법을 느낄 수 있다. 벨라스와 트러블메이커가 벌이는 아카펠라 대결에 흐르는 명곡들은 닫힌 마음을 여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노래들이다.
토니 배질의 ‘미키(Mickey, 영화 <브링 잇 온> OST)’,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 보이즈 투 맨의 ‘아이 윌 메이크 러브 투 유’(I will make love to you)’ 등이 흐르는 장면에서 매사에 소극적이던 베카의 마음이 열리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영화가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시간 남짓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현실에서 일탈해 이상적인 세계로 들어간다.
그 시간 동안 관객들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기도 한다. 힐링의 시대,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다.
글·지용진(매거진 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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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