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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진정한 국민행복 삶의 질 향상에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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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이제 그만(No more GDP)!”

각국의 경제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것이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국경 내에서 이루어진 모든 생산활동을 포함하는 GDP는 1930년대 만들어진 이후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표로서의 위상이 도전받고 있다. 정작 GDP가 늘어도 삶은 여전히 팍팍한 국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GDP는 과도한 성장주의를 부추기고, 환경문제·건강·행복 등 가치 있는 삶의 조건들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GDP에 대한 비판에 앞장선 곳이 ‘스티글리츠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지난 2008년 미겔 데스코트 브로크만 유엔총회 의장 등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으로 구성된 20명가량의 국제위원회를 소집하면서 결성됐다.

위원회는 GDP가 상승하는데도 사람들이 더 행복해하지 않는 현실은 기존의 지표들이 다양한 삶의 요소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2009년 보고서를 발표, 일명 ‘스티글리츠 보고서’가 탄생했다. 이 보고서는 ‘행복GDP’ 도입을 제안해 세계적으로 GDP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지표 개발을 위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국민행복이 결코 GDP와 비례하지 않은 사례를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GDP 규모에 있어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다. 2009년에는 세계에서 처음 원조받던 국가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자리바꿈을 했다. 2011년에는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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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속 행복하지 않은 우리 국민

이처럼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우리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 수준은 경제성장을 따라잡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더 나은 삶 지수(BLI·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지난해 행복지수는 34개 회원국 중 24위이며,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도 156개국 중 56위에 머물렀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도 33.5명으로 조사대상 OECD 회원국(32개국) 중 가장 많았다.

스티글리츠 보고서가 반향을 일으키며 OECD는 2011년부터 회원국의 주거환경·일자리·공동체생활 등 11개 영역을 비교한 BLI를 발표했다. 일본·프랑스·캐나다도 지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동참해 ‘국민행복지수(가칭)’를 개발한다. 통계청은 4월 3일 대통령 업무보고회에서 기존의 GDP가 실제 삶의 다양한 모습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행복지수(가칭)’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OECD의 BLI는 국제 간 비교에 초점을 맞췄지만 통계청은 물질적 생활요건(소득·소비·고용·임금·복지·주거)과 비물질적 생활요건(건강·교육·가족 및 공동체·문화여가·시민참여·안전·환경·주관적 웰빙)을 반영해 국내 상황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지표 개발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사실 행복이란 어떠한 척도로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는 주관적 감정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삶의 질과 행복감은 별개의 것이다. 복지나 소득 수준이 낮은 방글라데시나 네팔의 행복지수가 선정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가 삶의 질과 행복감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질은 행복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다. 주관적 감정인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삶의 만족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행복은 정부의 정책목표 중 주요 목표가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행복’이란 단어를 12번 언급하면서 국민행복이 국정목표의 핵심임을 명백히 밝혔다.

3월 21일 시작된 대통령 업무보고회에서는 국민이 행복한 사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됐다. 금융위원회는 업무보고회에서 국민행복기금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서민들의 가계부채 해소와 자활을 목적으로 한 국민행복기금이 3월 29일 출범하자 서민 채무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률 70퍼센트 달성과 238만 개 일자리 창출을 핵심과제로 보고하며 그간 국민행복을 반감시켜온 비정규직 문제 개선방안들을 내놓았다.

여성가족부는 여성행복, 가족행복을 높이고자 여성과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폭력예방 사업을 집중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주관적 행복감 높이기에 삶의 질 개선 필수

“배움을 즐길 수 있고 일을 사랑할 수 있는 국민이 많아질 때 진정한 국민행복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라는 박 대통령의 취임사처럼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융성과 문화가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을 보고했다.

국방부는 최근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도발위협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국방태세를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날 우리는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양적 성장과 외형적 팽창을 제일로 생각하며 GDP 신장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지금 우리 앞에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놓여 있다. 산업화의 성공으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민주화의 성공으로 자유가 확대됐음에도 국민행복 신장 속도는 더뎠다. 이제 우리 국민의 실질적 행복 증진을 향한 노력이 시작됐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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