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관에 대한 조사는 생각과 태도를 여러 질문을 통해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모아진 자료는 어떤 시점에서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한 사회의 특징과 그 변화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자료는 여론이나 선거 결과처럼 각종 정책의 실시에도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의식과 가치관에 관한 자료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 유형의 자료는 횡단자료(cross-sectional data)다. 이러한 자료는 특정한 조사시점에서 연구대상의 속성을 수집한 자료다. 주로 그 시점에 나타난 여러 요인의 상호관계를 찾아낼 때 많이 수집되는 자료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 대상자들의 계층·연령·성(性)·거주지·수입 같은 사회인구학적 배경 요인별로 그 차이를 분석할 때 횡단자료를 사용한다.
두번째 유형의 자료는 종단자료(longitudinal data)다. 종단자료는 몇 가지 주요 요인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알기 위하여 수집된다. 이러한 유형의 자료는 일정한 조사대상에 대하여 특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두 시점 이상에서 수집된 유사한 변수를 포함하게 된다. 물론 종단자료의 조사대상이 항상 일정한 것만은 아니다. 많은 종단자료가 모집단은 동일하지만 다른 표본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수집된다.
최근에는 종단자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횡단자료가 일회성 연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단자료를 이용하여 특정한 주제에 대한 심층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좀 더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처럼 사회 변동이 빠르고 파급효과도 큰 사회에서는 이러한 종단자료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996, 2001, 2006, 2008, 2013년 등 다섯 차례에 걸쳐 꾸준히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자료이다. 2013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선진국이 되길 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정치적·사회적인 측면에서 성장을 의미한다.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인정하고 그들의 말도 듣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제도적으로나 절차적인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확산되었지만, 그 속에서 활동하는 구체적인 개인 사이에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시민사회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현재를 반영한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보다 성숙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국민들도 이러한 한 단계 위로의 도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커지고 있다. 전통 문화유산이나 유물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 수준도 높은 편이다. 경제 수준 대비 문화 수준에 대해 ‘높다’고 평가하는 국민들이 과반수를 웃돌고 있다.
이는 그동안 한국 사회의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이 점차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 사회문화의 발전이 개인의 문화·여가활동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못하다. 개인의 문화·여가활동은 이전에 비해 다소 개선되었지만, 이에 만족하는 비율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문화 수준의 향상을 위해서는 개인의 문화·여가활동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빠른 가치관의 변화 한국 사회는 여전히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이고 우리 국민은 새로운 가치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높다. 현실에서 남녀차별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남녀가 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과반수보다 많다. 물론 남성의 비율이 다소 높지만 여성의 비율도 과반수에 이른다.
또한 매장(埋葬)보다 화장(火葬)을 선호하는 비율도 75퍼센트를 넘어서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는 가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매장에 따른 국토 이용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매우 높았던 것이 불과 몇 년 전 이야기였던 점을 감안해 볼때 우리 국민들의 높은 가치 수용력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가정 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부모·자녀의 관계가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60.6퍼센트에 이른다.
기존의 권위주의적이거나 부권 중심의 가정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한국 국민들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를 잘 수용하고 스스로의 가치관을 이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다.
큰 변동 없는 행복 수준 행복 수준은 크게 변동이 없다. 2008년도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우리 국민들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건강을 꼽고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 가족이다. 다만 그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현재 국민들의 행복관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즉,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도와 현실에서의 만족도 간에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것은 소득과 재산이다.
그 다음으로 건강, 문화·여가생활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물질적인 요소가 한국인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복지제도 확대 요구 한국인들은 복지제도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 수준에 비해 복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한다. 65퍼센트가량의 국민들이 사회복지 수준이 경제에 비해 낮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정부가 복지에 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31.5퍼센트로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 복지제도의 확충이 시대적인 요구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기초노령연금의 확충이나 의료비 지원 확충은 이러한 국민들의 복지 확대에 대한 희망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복지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비율도 16.5퍼센트에 이른다. 이는 복지제도가 급진적으로 확대되기 보다는 분야별로 점차 진전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글·이명진(고려대 교수·사회학)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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