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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부모와 자녀 사이가 가장 민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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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에 다니는 최재영(34·가명) 씨는 최근 감기몸살에 장염까지 겹쳐 병원 신세를 졌다. 얼마 전 있었던 회식 자리에서 술을 무리하게 마신 것이 원인이 됐다. 회식 당일 최 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상사에게 이를 호소했지만 불참하긴 어려웠다. 최 씨는 상사로부터 “모처럼 다같이 모이는 자리이니 웬만하면 참석해 술도 적당히 마시면서 분위기를 맞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거푸 폭탄주를 마신 그는 그날 결국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최 씨는 “조직 생활이기 때문에 참여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권위적인 부분이 강한 것도 사실”이라며 “점차 바뀌어간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주위 동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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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 말처럼 5명 중 4명은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의 사이가 권위주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사회 인식이 잘 드러난다. 조사에 응한 응답자의 79.9퍼센트가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의 사이가 권위주의적”이라고 답했다. 그 중 “매우 권위주의적”이라고 답한 이도 15퍼센트였다. 둘의 관계가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20.1퍼센트에 불과했다. 기업가와 근로자의 관계도 권위주의적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응답자의 78.3퍼센트가 직장 내 기업가·근로자의 관계에 대해 권위주의적이라 답했다.

금융회사에 재직 중인 김지훈(36·가명) 씨는 요즘 퇴근 후에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동네 독서실에 다닌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직장 내 경쟁에서 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김 씨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고용을 보장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동료·친구들 사이에서의 솔직한 생각”이라면서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권위적인 느낌을 받기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인 관계는 ‘부모와 자녀 사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5.7퍼센트가 부모와 자녀 사이가 ‘민주적’이라고 답했다. ‘매우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5.1퍼센트였다. 하지만 권위주의적이라고 답한 경우도 32.6퍼센트로 가정에 따라 개인차가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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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간 갈등은 ‘부유층과 서민층’이 가장 높게 나와

4대학생 이혜진 씨(20)의 가정에는 부모와 자녀 간에 갈등을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다.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일주일 동안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상대방이 주장하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 하나씩 적는다. 이 씨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이 지난 후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다시 의견 조율을 한다. 이 방법은 갈등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씨는 “친구들 부모님을 보면 다짜고짜 ‘이렇게 해’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견을 존중 받는 느낌도 들고,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집단 간 갈등 관계에 대해 응답자의 89.6퍼센트가 ‘부유층과 서민층’ 사이의 갈등이 가장 높다고 답했다. 이어 ‘기업가와 근로자’(85.1퍼센트) ‘진보와 보수’(83.4퍼센트) 등의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80퍼센트 이상으로 높았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갈등이 크다는 응답은 46.5퍼센트였다.

특히 집단 간 갈등에 대한 인식은 2006년 설문조사 결과와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진보와 보수’는 당시보다 올해 조사가 13.2퍼센트 증가해 인식의 달라진 정도가 가장 컸다. 반면 2006년 81퍼센트로 높게 나타났던 ‘기성세대와 젊은세대’는 5.3퍼센트 감소했다.

갈등 정도가 가장 높았던 ‘부유층과 서민층’ ‘기업가와 근로자’는 각각 1퍼센트 이내의 변동을 보여 2006년과 비교해 인식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글·남형도 기자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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