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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마을신문·라디오 만들며 ‘하하’ 문화활동 이어지며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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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좋고 사람 좋은, 우리 동네 우리 방송. 달팽이라디오.”

경기 광주시 퇴촌면 광동리에 있는 열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은 일주일에 한 번 라디오방송국으로 변신한다. 마을 주민인 정준오씨가 독학으로 터득해 PD, 작가, DJ의 1인 3역을 맡아 해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한 CM송이 끝나자 정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제 열 번 남짓 제작한 라디오방송인 만큼 아직 긴장과 어색함을 감출 수 없지만 동네의 소식을 전하는 목소리에는 정겨움이 가득하다.

경기 광주시 퇴촌남종생활문화네트워크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생활문화공동체마을만들기사업에 선정되면서 ‘달팽이신문’ ‘달팽이라디오’를 제작해 지역의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미디어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마을 주민들 간에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새로 생긴 가게를 소개하거나 지역의 유명인을 만나 인터뷰하기도 하고, 마을 행사 등을 소개하며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마을 소식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은 뜨겁다.

달팽이라디오는 지역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장님이 나와 인터뷰를 하거나 동네에 사는 인터넷 육아카페 운영자가 출연해 엄마들의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정씨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제작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주민들이 나오기 시작해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상우 퇴촌남종생활문화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외지에서 이사 온 사람들도 이 신문을 통해 지역 소식을 접하고 공동체에 더 빨리 적응하고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말썽꾸러기 중학생들도 마을에서는 기자다. 마을 곳곳의 뉴스를 수집하고 교육을 받아 기사를 작성한다. 천방지축이던 아이들이 신문사의 문턱을 넘더니 이제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인사성 밝아졌다는 칭찬까지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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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한 번은 엄마가 만들고 딸이 파는 ‘달팽이장터’도

최근에는 마을 장터를 열었다. 매월 둘째 토요일에 열리는 ‘달팽이장터’다. 주민들이 가지고 나온 물건을 서로 사고파는 것이다. 직접 만든 팔찌를 딸과 함께 파는 엄마, 폐식용유로 만든 빨랫비누를 파는 중학교 생태동아리팀 등 물건도 참여자도 각양각색이다. 주최 측이 남긴 수익금은 다음번 마을 사업에 쓰인다.

인구가 2만명이 채 안되는 퇴촌면의 문화공동체는 학부모모임에서부터 출발했다. 서울에서 떨어진 시골 마을에 인구절반 이상이 타지에서 온 탓에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에 학부모 모임은 청소년들이 문화적으로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힘을 합쳐 청소년 문화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처음 열린 ‘청소년 어울마당’이 그 출발.

아이들이 음악 밴드와 노래 공연 등을 직접 기획하고 연습하면서 교우 관계가 넓어지는 것을 본 학부모들은 행사 후 큰 성취감을 맛보았다.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장년층 주민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보람을 느낀 학부모들은 더욱 힘을 보탰다. 청소년 위주로 시작된 문화활동을 지역주민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주민들이 신청한 활동들을 위주로 문화예술 동아리를 운영하고 마을학교를 통해 인문학 강연과 예술교실을 열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음악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나이스&롱’이라는 이름의 동네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준비한 청소년 축제에 엄마, 아빠가 밴드를 꾸려 무대에 오르는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제는 지역의 토마토축제에서 행사를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지역자치센터를 기꺼이 빌려주는 등 공동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이주민과 원주민을 구분하는 분위기가 최근 3~4년 사이에 없어진 것이 공동체 활동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한다.

퇴촌면 원당리에 위치한 너른고을 생활협동조합 매장은 동네 사랑방이다. 학교를 마치고 내려온 초등학생들이 소파에서 뒹굴며 책을 읽고 우연히 들른 아빠와 만나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광동리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주민이 가게를 비우며 빌려준 공간은 생활문화네트워크 사무국이 됐다. 이곳은 신문사이자 방송국, 밴드 연습실이기도 하다.

당분간 사무국은 영화 이야기로 꽃을 피울 예정이다. 올해 말 열리는 청소년 축제가 영화제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남종면과 퇴촌면에 사는 청소년과 어린이들 중 70여 명이 참가신청을 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영화 제작을 가르치는 ‘영상캠프’가 열린다.

진행을 맡은 최태은 간사는 “요즘 아이들이 미디어에 관심이 많은데 직접 영화를 만들며 이 지역의 삶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한 최 간사는 “부모와 자식, 일대일 관계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전체가 아이들을 품다보니 내 아이뿐만 아니라 친구들 또래집단까지 함께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글·박미소 기자

퇴촌남종생활문화네트워크 cafe.naver.com/namjongtoe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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