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 남전마을은 22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대부분의 주민이 전복 양식을 통한 수입으로 자녀학비를 대고 집안을 건사하고 있지요. 우리 마을은 전복 양식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해남군 내에서 가장 못사는 동네였습니다. 논이나 밭이 거의 없어 농사를 통한 수익은 기대하기가 힘들었지요. 그래서 젊은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외지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전복 양식을 시작한 후 마을에 수입이 많이 늘었습니다. 해남군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촌이 됐지요. 소득이 높아지자 외지로 나간 젊은이들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당시 5~6명 정도가 전복 양식을 하기 위해 귀향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불어닥친 태풍 볼라벤은 이런 우리 마을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정말 기억조차 하기 싫은 날입니다. 8월 28일 새벽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볼라벤이 마을을 휩쓸고 갔지요. 마을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바람이 멈추고 전복 양식장을 살피러 나갔더니 90퍼센트 정도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더군요. 겨우 10퍼센트만 수리를 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와 마을 주민들은 한순간 절망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암담하더군요.
더구나 마을 사람 대부분이 풍수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한 푼도 건질 수가 없었습니다. 볼라벤이 오기 전까지는 태풍이 불어도 피해가 없어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요. 정부에서 70퍼센트나 지원해주는 보험인데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정말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당시 정부에서 피해보상금으로 5천만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한 가구당 몇억 원씩의 손해를 본 터라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분명 재기의 힘이 됐습니다. 피해보상금을 발판으로 저와 마을 주민들은 이전보다 규모는 작지만 다시 전복 양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저와 마을 주민들은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볼라벤과 같은 자연재해로 다시 삶의 터전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지요. 그날을 계기로 주민 모두는 풍수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불가항력인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자연재해는 미리 대비하면 줄일 수는 있겠지만 인간의 힘으로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면 어민들은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다 태풍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으면 정부가 책임을 져주는 나라. 그런 나라가 된다면 어부들은 다른 걱정 없이 생업에 매진할 수 있을 겁니다.
글·황명석 어민·전남 해남군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