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여러분 이 가면이 보이시나요? 여러분의 2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요?”
청소년 연극치료캠프 개회식, 박미리 한국연극치료협회장이 벽에 걸린 수십 개의 가면을 가리키며 청소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2033년 여러분의 모습을 꿈꿔보라는 박 회장의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걸린 가면들을 쳐다보았다.
학생들은 가면을 고르기 전 현재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가면아 사랑해’ ‘나의 또 다른 아바타야.
진실하게 만나는 사람이 되자’ 등 개인적인 소망과 속마음을 적었다. 아이들은 한 명씩 걸어나가 벽에 걸린 형형색색의 가면을 골랐다. 가면을 고른 자리에는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내 강당 벽면에는 가면 대신 깨알 같은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펄럭였다. 김가영(14·가명)양은 “바로 눈앞에 있는 가면이 눈에 들어와 집었다”며 “앞으로 나와 함께할 가면이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5월 31일 경기도 용인시 대한간호협회 KNA 연수원에 연극치료를 희망하는 청소년 50명이 모였다. 참가 학생들은 학교의 추천을 받아 온 학생들로 학교폭력과 관련이 있는 이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학교폭력 문제 해법을 주입식 강의나 훈계가 아닌 연극치료 형태로 해결하고자 이번 2박 3일 캠프를 기획했다. 학생들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감수성을 키워주자는 의도다.
문체부와 한국연극치료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연극치료캠프는 지난 3월 25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신한생명보험과 협약한 ‘문화예술을 활용한 학교폭력 치유 캠페인’ 프로그램 중 하나다. 특히 이번 캠프는 청소년들이 20년 후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준비한다는 콘셉트를 정했다.
최미아(38) 연극치료사는 “현재 15~16세인 이 아이들이 20년 후에는 30대 중반의 어엿한 어른이 된다”며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바로 세우길 바라는 취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캠프에 참석한 문체부 한기봉 홍보콘텐츠기획관은 “내가 혼자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고 여러분 모두가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학교와 출신 지역이 다른 50명의 학생들은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친밀감을 쌓아갔다. 학생들은 2박 3일간 ‘짝지’라고 불리는 연극치료사와 함께 일대일로 짝을 이뤄가며 모든 활동에 참여했다.
최 연극치료사는 “학교폭력과 관련이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어떤 학생들은 상당히 적극적인 반면 어떤 아이들은 얼굴도 제대로 못 들 정도로 소극적이었다”며 “아이들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연극을 통해 자기성찰과 미래를 꿈꾸게 도와요”
이번 캠프는 연극 관람과 예술 체험, 공연 준비 등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으로 구성됐다. 연극치료캠프에서 하는 연극은 기존 연극과는 다른 형태다. 극을 연습해서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 뒤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식이다. 이때 연극적 요소로 사용하는 것이 가면이다.
박미진(23) 연극치료사는 “캠프 첫째 날에 가면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나의 내면을 꺼내는 작업과도 같다”며 “가면을 쓰는 행위를 통해 ‘겉으로 보이는 나’와 ‘내면의 나’의 차이를 학생들이 확인하고, 진짜 내면에 있는 모습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절차다”라고 말했다.
참가 학생들은 캠프 첫째 날부터 모두 무대에 올라가 자기 소개를 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기 소개를 하는 가운데 학생들은 춤을 추는 등 평소 학교에서는 해보지 않았던 활동도 함께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모르는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엉덩이를 부딪치며 인사하는 게임을 하면서 긴장감을 풀어나갔다.
이지영(13·가명)양은 “어색하긴 하지만 안 해본 활동을 하니 재밌다”며 “여기 모인 친구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관계형성 체험이 끝나고 아이들은 본격적인 연극 연습에 돌입했다. 둘째 날부터 용인대로 장소를 옮겨 연극을 연습했다. 조별로 주제를 정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나갔다. 부모님과의 갈등이나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겪는 어려움을 ‘가면’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해소해 나갔다.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가면을 가지고 아이들은 평소 가졌던 콤플렉스나 스트레스를 떨쳐버렸다. 또 연극을 통해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남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지원(15·가명)군은 “캠프 첫째 날 강아지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나 자신에게 ‘개지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며 “잘하려는 마음으로 모든 활동에 열심히 임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행사는 각 팀에서 준비한 연극을 최종 마무리하고 무대에서 공연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문체부는 이번 연극치료캠프와는 별도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극단 ‘단잠’의 청소년 뮤지컬 ‘유령친구’의 전국 중고교 순회공연도 진행중이다.
문체부 국민홍보과 김성겸 사무관은 “연극치료 효과가 학교폭력 해결의 방안으로까지 연결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캠프”라며 “예술적 활동으로 학생들의 가능성을 열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글·김슬기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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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