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나라 연근해와 아라비아해, 아덴만, 호르무즈해협, 그리고 적도 지역의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모습이 벽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 표시되어 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5동에 있는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이다.
벽면 모니터앞에 도열한 대형 컴퓨터 모니터들의 화면에는 벽면 모니터보다 더 생생하게 우리나라 선박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해 등지에 해골 표시가 눈길을 끈다. 해적 피랍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
“우리나라 선적의 배 5천 선의 운항 위치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안 50마일 이내의 선박들은 실시간으로 선박운행 상황이 모니터에 표시됩니다.”
정태성(45) 종합상황실장의 설명이다. 과연 정 실장의 설명대로 모니터 화면에는 우리나라 연근해를 운항중인 우리 국적 선박들의 이름이 바다를 가득 메워 검정깨를 잔뜩 뿌린 듯했다.
“연안 밖 선박들은 장거리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해 6시간마다 선박 위치를 확인합니다. 하지만 해적 위험구역 선박에 대해서는 확인시간 간격을 1시간으로 조정하고, 위기상황에서는 15분 간격으로 단축합니다.”
종합상황실은 1997년 해양사고 대응·수습을 위해 해양수산부 발족과 함께 개설·운영해오다 2008년 3월 해양수산부가 폐지되며 종합상황실 업무가 옛 국토해양부의 해양항만상황관리실과 옛 농림수산식품부의 어선안전조업상황실로 분리돼 운영해왔다. 올 3월 해양수산부의 재출범으로 해양항만과 수산관리 두 업무가 이곳에서 다시 통합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종합상황실의 주요 업무는 크게 ▶해적피해 예방 업무 ▶북한 위협으로부터의 우리 선박 안전확보 ▶재난·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대응 ▶연근해 어선 안전조업 지도 등이다. 이를 위해 종합상황실에는 선박보안경보시스템(SSAS), 선박모니터링시스템(VMS), 청해부대 교신모니터링시스템, 해양사고 대응지원영상시스템, 어선조업정보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다.
정 실장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3인 1조(해양 2명, 수산 1명)로 교대근무를 하며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북한에서 미사일 발사한다는 소식이 나와도 긴장합니다. 낙하체가 떨어지는 위험예상 지역을 빨리 파악해 해양경찰, 지도선 등과 공조해 선박들이 위험 해역을 피하도록 조치합니다. 지진, 해일이 발생하면 반경 200~300킬로미터까지도 우리 국적선이 있는지 확인하고, 선박에 일일이 전화를 해 안전 여부를 확인합니다. 국제해사국 해적신고센터 등의 해적 정보를 받고, 만약 선박에 비상상황이 발생해 이곳으로 비상전화가 걸려오면 즉각 현재 위치를 파악해 관계기관과 협력, 대응에 나서게 됩니다.”

신속하고 빠른 판단으로 선박 안전 지켜
지난해 2월 말 종합상황실장으로 부임한 정 실장은 “특히 해양수산부 재출범으로 그간 분리됐던 해양위기관리와 수산위기관리를 통합해 우리 국적의 모든 선박에 대한 위기관리를 하면서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통합 이전에는 어선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어선안전종합상황실에서 어선에 직접 전화를 해 상황을 파악해야 했지만, 이제는 해경 영상을 활용하여 전화를 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기에 근무자들의 전문성이 뛰어나다. 정 실장을 비롯해 5명이 항해사 자격증을, 나머지 5명은 통신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정 실장은 4년간 상선 근무 경험도 있다. 경험자들이기에 남다른 감각을 갖고 상황 판단에 임한다.
그간 종합상황실에서 경험한 사건 가운데 청해부대와 긴밀협조해 성공한 삼호 주얼리호 구출(2011년 1월)이 대표적이다. 선박에 해적이 침입하면 종합상황실에 경보가 울리는데, 주얼리호 납치 당시에는 테스트 경보가 울렸다고 한다. 하지만 종합상황실 담당자가 전송 시간, 선박 위치를 보고 ‘실제 상황’으로 판단해 청대부대에 피랍 정보를 제공하고 대응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한진 텐진호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으나(2011년 4월) 종합상황실 주도로 선박에 설치한 선원 대피처를 작동시킴으로써 청해부대원들이 해적들을 진압, 12시간 만에 선원 전원을 구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렇게 구조에 성공한 뒤 선원, 선주들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을 때가 종합상황실 근무자들이 밤낮없이 일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지난해 여름 삼천포와 제주를 오가는 국내 여객선이 새벽에 고장이 나 항구로 예인했지요. 그런데 사고가 난 배는 반드시 전문가 검증을 받고 재운항을 해야하는데, 100여 명의 승객들이 휴가를 망치거나 운송중인 물품이 훼손된다고 항의 농성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부터 받자고 주장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다소의 경제적 손실보다 여러분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설득해 최대한 검사를 빨리 마치고 운항을 허가했습니다.”
정 실장은 “돌아보면 많은 사람의 반대 앞에서 두렵기도 했으나 정말 잘한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곧 여름이 온다. 태풍이 불면 종합상황실도 더욱 바빠질 것이다. 태풍이 불면 선박의 안전운항을 물론 가압류돼 발이 묶인 선박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것도 종합상황실의 업무다. 정 실장은 “사명감에 퇴근을 해도 항상 전화기 옆에서 보초를 선다”며 웃었다.
“국민행복 시대가 되려면 바다에서도 안전하고 행복해야지요. 바다에서도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어느 나라 못지않은 상황실로 만들고자 합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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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