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을단풍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26일, 물 맑고 공기 좋은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석산리의 쌍겨리마을에서 처음 만난 여섯 가족이 오순도순 김장을 담그며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다들 고무장갑하고 김장용 비닐도 챙겨 오셨죠? 체험하시는 동안 흙먼지 같은 게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주시고요.”
쌍겨리마을 폐교를 리모델링한 농촌체험학교 운동장에서 마을주민 이강섭(55) 씨의 설명에 따라 엄마·아빠들이 아이들에게 고무장갑을 끼워주고 모자를 씌우느라 분주해졌다.
“규민아, 손 좀 이렇게 해봐.”
아빠 김형준(40·경기도 성남시) 씨가 딸 규민(7) 양의 손에 직접 장갑을 착용시켜줬다. 머리에는 조리용 모자를 씌우고, 김치양념이 옷에 묻지 않도록 앞치마까지 둘러줬다. 자신도 모자를 쓰고 앞치마며 장갑에, 김장김치를 담기 위한 자세를 갖췄다. 김씨는 아이와 김장체험을 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가족이 함께한다는 게 중요해요. 우리 아이가 나중에 커서 아빠 엄마와 함께 김장했던 기억을 간직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쌍겨리마을 김장체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여섯 가족으로 26명. 가족마다 참가 동기도 제각각이었다. 집에서 담그는 김장 대신 체험마을 김장으로 대체하려고 온 가족도 있었고, 가을 나들이를 하러 왔다는 가족도 있었다. 집에서 김장을 담그지 않아 아이들에게 김장을 경험시키려는 가족도 있었다.
친정 엄마를 모시고 두 딸과 함께 온 주부 최지현(37·서울 성동구) 씨는 “매년 김장을 체험마을에서 해결한다”며 “체험마을에서는 수입산 재료를 안 쓴다. 다 마을에서 키운 걸 쓰니까 김장재료들이 신선하다”고 말했다.
최씨네는 이곳에서 20킬로그램, 다른 체험마을 두 곳에서 각각 20킬로그램씩 총 60킬로그램의 김치를 김장체험으로 마련한다고 했다. 따지고 보니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재료에, 농촌 어르신들의 솜씨까지 전수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생활의 지혜’다.
이날 체험은 무, 당근, 파, 마늘 등을 손질해 김치양념을 만든 뒤 미리 소금에 절여 놓은 배추에 버무리는 순서로 진행됐다. 아빠들은 힘이 많이 드는 무채썰기·양념섞기를 맡았고, 아이들은 마늘을 빻았다.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는 작업은 엄마들이 맡았다.

“힘쓰는 일은 아빠 몫”… 아빠들, 무채썰기에 열중
이날 참가한 여섯 가족 중 아빠가 동행한 이들은 두 가족. “힘쓰는 일은 아빠들 몫”이라는 체험마을 측의 설명에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던 아빠들은 금세 무채썰기에 몰입했다. 이날 여섯 가족이 들고 갈 김치가 총 150여 킬로그램이니 썰어야 할 무는 산더미였다. 아빠들 손이 강판 위에서 오갈 때마다 아래로 하얀 무가 우수수 쏟아졌다.
“군 시절 생각이 나네요. 그때는 200명분 김장을 했는데. 그때보다야 낫죠.”
강판을 쥔 김형준씨가 손을 쓰지 못하니 팔로 이마의 땀방울을 훔쳐내며 웃음 지어 보였다. 무채썰기만 30여분. 아빠들의 작업이 길어지자 마늘 빻기를 먼저 끝낸 아이들이 아빠들의 무채썰기를 구경했다. 세찬(6)이 아빠 박모씨가 곁에서 지켜보는 아들에게 걱정스레 말했다.
“손 다치니까 칼은 만지면 안 돼. 보기만 해.”
박씨는 “집에서 김장을 하지 않아요. 더구나 아이들에게는 김장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합니다. 오늘 체험을 통해 김장에 대해 배우고, 우리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오전에 김장체험을 마친 뒤 삶은 돼지고기수육에 직접 담근 김치를 곁들여 푸짐한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목공예를 하고, 운동장에 모여 모닥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낸 뒤 오후 3시경 각자 20킬로그램의 김장김치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쌍겨리마을 김장체험은 12월 말까지 당일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김장김치도 담고, 가을정취도 맛볼 수 있는 농촌마을 김장체험은 대부분 연말까지 진행된다.
글과 사진·남창희 객원기자 2013.11.04
참가 신청 양평농촌나드리 홈페이지 www.ypnad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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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