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오전 10시가 되자 가방을 든 청년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노트북을 켜자 하루 일과가 시작됐다. 서울 서대문구 와이재단빌딩 지하 1층에 자리한 이곳은 사회적기업 ‘프로젝트옥’의 사무실이다. 프로젝트옥은 쉐어하우스(침실은 따로, 거실·화장실 등은 함께 사용하는 주거방식)를 통해 부담스러운 월세를 낮춰 대학생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한다.
박대건(23)씨는 오전에 있는 한 언론사와의 라디오 인터뷰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마케팅·홍보 담당인 정희정(21)씨는 회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블로그의 반응을 살피고 콘텐츠를 찾았다. 기획을 맡은 김경나(24)씨는 완성된 작업들을 정리하고 현장 방문을 준비했다. 최상희(24)씨는 예비 입주자들과 연락해 입주에 필요한 정보를 전했다. 네 명의 청년들은 여름방학 기간 동안 여기서 대학생 인턴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달의 예정 기간 중 이제 한 달이 지났다.
“진로를 확실히 정한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경영학도 출신인 정희정씨는 왜 인턴활동을 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저마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인턴을 통해 공통적으로 얻고 싶은 것은 ‘경험’이었다. 건축학 전공인 김경나씨는 “학교에선 앉아서 디자인만 하기 때문에 실무 경험할 기회가 없다”며 “인턴을 하면서 쉐어하우스를 리모델링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에 비해 작은 규모인 프로젝트옥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격이다. 통상적으로 주어진 역할만 하는 대기업 인턴과 달리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기획 담당인 김씨는 오전 11시에 방문하는 완공된 쉐어하우스의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챙겼다. 스스로를 ‘불나는 곳마다 끄러 다니는 소방수’라 일컬었다. 그만큼 주어진 역할이 많다는 설명이었다. 함께 방문하는 박대건씨도 “쉐어하우스에 들어가는 가구 조립까지 할 때도 있다”면서 “일은 많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며 활짝 웃었다.
강의실에서 이론으로만 배웠던터라 실무는 인턴들에게 녹록지 않다. 연신 노트북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정씨는 “2·3주차 때 페이스북에 쉐어하우스 마케팅을 했는데 홍보하려고 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반응이 줄어들었다”며 고민에 빠졌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머리를 맞대고 회의한 결과 홍보가 지나쳤다는 결론이 났다. 이후에는 사회적기업으로서의 가치나 콘셉트에 대한 콘텐츠도 함께 만드는 데 주력했다.
힘든 와중에도 땀 흘려 성과를 낼 땐 보람도 느낀다. 최상희씨는 “쉐어하우스를 소개하기 위해 각지에 있는 어학당·학교를 일일이 연락하고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명함을 주고 유학생을 연결시켜달라 요청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자 성과로 나타났다. 학교의 홍보 책자에 쉐어하우스가 실리고 어학당에선 유학생들을 직접 이어주기도 했다. 8월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클라우드쇼에서 네명의 인턴들은 회사를 대표해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홍보 부스를 맡았던 정씨는 “인턴이 주도적으로 나서 소개하는 기업이 저희뿐이었는데 관심을 갖고 찾는 사람이 많아서 뿌듯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경험을 통한 적성의 발견이 가장 값진 배움”
인턴 활동을 통해 청년들이 얻는 가장 값진 배움 중 하나는 ‘진로 설정’이다.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를 직접 경험하며 방향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인턴을 하기 전엔 몰랐는데 입주자분들을 만나면서 영업 업무는 제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블로그 홍보를 하며 마케팅과 브랜드 홍보가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인턴 활동을 하면서 이상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둔 비영리재단에 좀 더 흥미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취업 고민이 한창일 나이인 만큼 정부에 바라는 점도 있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청년 지원 정책에 대한 홍보를 강조했다. 최씨는 “청년 취업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있다고 들었는데 정작 이용하려 하면 어떤 것이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며 “정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제대로 알수 있도록 홍보에도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턴 활동을 하려는 대학생들에게 이들이 하고 싶은 조언은 뭘까. 정씨는 “자기가 인턴을 왜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히 안 뒤에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일을 하다보면 마음처럼 안 될 때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를 하고 왔으면 좋겠다”며 “지금 하는 고민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글·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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