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다들 ‘정말 세종시로 내려갈까?’ 하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죠. 선뜻 이른 이사를 결정한 걸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지금은 저희 가족을 부러워하는 눈치입니다.”
다소 쌀쌀해진 11월 12일 저녁. 세종시에서 만난 박유준(38) 주무관(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 가족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쾌활한 성품의 박 주무관은 부인 배경서(38) 씨와 아들 진영(11) 군을 둔 가장이다.
“저희가 언제 내려왔는지 말씀드리면 살짝 놀라실 거예요. 정부세종청사는 1단계로 지난해 12월 말에 경기 과천시에서 세종시로 내려왔지요. 그런데 저희 가족은 그보다 1년 앞선 2011년 12월 17일 이곳 세종시로 이사를 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부정적인 보도를 내놓던 때였다. 남들이 하는 말에 불안감을 가졌던 지인들이 박 주무관을 만류했다. 박 주무관은 그때를 회상하며 “인생에서 삼박자가 맞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가족이 이사를 빠르게 결정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당시 거주하던 전세 아파트 계약기간이 마침 끝나갔다.
다음으로 자녀 교육 문제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의 전학이 더 늦어지면 나중에 친구들을 사귀며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 마음을 굳히던 차에 첫마을 1단계 아파트에 당첨이 됐다.
“삼박자 맞아 빨리 이사했죠”
결혼 전 박 주무관의 부인은 지방 민영방송사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다. 결혼 후 아내와 엄마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퇴사했다가 최근 세종시에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참 대단한 아내죠. 그냥 ‘쫌’ 예쁜 아줌마려니 생각했던 아내가 글쎄 4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중견 건축사무소에 합격하더군요. 능력을 인정받고 다니는 모습이 참 멋있습니다. 하하!”
세종시가 맞벌이를 하기에도 상당히 괜찮은 여건이라는 배 씨는 무엇보다 운전하기 좋은 인프라를 장점으로 들었다.
“남편 직장과는 좀 떨어져 있어 운전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곳 세종시 트럭들은 실명제 스티커를 차창 앞에 붙이고 다니거든요. 그래서인지 난폭 운전을 하는 대형 트럭들이 별로 없어요. 신도시라 공사 차량이 많다 보니 대형 트럭 같은 큰 차들이 신경 쓰였는데 고민이 말끔히 해소됐어요.”
가족의 세종시 생활만족도를 점수로 환산하면 어떨까? 인기 아이돌그룹의 유행가 제목처럼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세차를 몇 달 동안 안 했는데도 매연에 의한 오염이 거의 없어 자동차가 깨끗하다. 밤만 되면 수도권 밤하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별자리들도 만난다.
사통팔달의 지리적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국토 중앙에 위치해 있다 보니 주말이면 아이의 손을 잡고 어디든 부담 없이 다니기 좋다. 최근 가족은 전남 영암에서 열린 F1그랑프리 경주대회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서울에 있었다면 큰 시간적 부담을 감수했을 일이다.
고속버스가 서울까지 하루 19회 왕복하고 대전과 오송역까지는 10~20분 간격으로 BRT(Bus Rapid Transit)라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버스가 오간다. 가끔 멀리 외출할 때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아들 진영 군의 꿈은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하나뿐인 아들의 교육 문제를 염려하는 평범한 아빠에게도 세종시는 만족스러운 곳이다.
“세종시 주변에는 아이와 가볼 곳이 많고 볼 것도 많습니다. 특히 축제도 많은데 축제에 갈 때는 전동 킥보드를 가지고 갑니다.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연결돼 이동하기 편하고, 둘이 붙어 있을 수 있거든요. 또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직장에서 가까운 게 좋습니다. 며칠 전 학부모 참여 공개수업이 있었는데 점심시간 중에 다녀올 수도 있었거든요. 아이의 발표 모습을 직접 보고 영상으로 담으면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편의시설 많아질 2단계 입주 기대감 커요”
박 주무관은 연말에 있을 중앙부처 2단계 입주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인 회사에서 설계를 맡은 대형 복합쇼핑몰이 내후년께 들어설 예정이라 주거 환경은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극장이 들어서면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다닐 생각에 들뜬다.
박 주무관은 “주민들이 대체로 세종시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 큰 병원과 대형 복합쇼핑몰이 없다는 건 아쉬웠던 부분”이라며 “2단계 입주 후 이런 부분들이 개선될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4인승 민간 소형항공기 ‘나라온’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세종시로 오면서 주거환경뿐 아니라 업무환경도 좋아졌다. 청사가 과천에 있었을 때는 대전에 있는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오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수월해졌다. 박 주무관도 예전보다 출장이 줄어든 대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늘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부영상회의, 그리고 거주지 근처에서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센터’ 이용이 활성화된 덕분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글·이창균 기자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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