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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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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을 지나 겨우내 늘 우리를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나무다. 특히 추운 겨울에 유난히 돋보이는 나무가 있다. 늘푸른나무, 상록수다. 이러한 상록수에는 소나무, 전나무, 주목 같은 나무처럼 침엽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따뜻한 남쪽지방에 가면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동백나무들처럼 넓은 잎을 가진 상록수도 있다.

그 가운데 추운 날씨 속에 우뚝 선 소나무는 ‘한국의 나무’로 인상이 깊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가진 나무를 생각해보면 소나무부터 떠오르게 마련이다. 모진 추위에 더 이상의 생장과 함께 초록을 포기해 버린 나무들 틈에서 독야청청 푸르기 때문인 것도 그 이유이겠다.

소나무는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삶 속에 그대로 담겨 살아왔다. 사람이 태어나면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매달아 나쁜 기운을 막았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다가 솔가지로 불을 지피고, 나무껍질에서 꽃가루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먹거리를 준다.

죽어서 들어가는 관도 소나무 관을 최고로 치며, 소나무가 있는 산에 묻힌다. 한국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나무의 신세를 진다는 말은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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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이 소나무를 사랑하여 가슴에 담은 이유는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을 견디며 살아남았음에도 여전히 푸르고 올곧은 그 풍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멋진 소나무가 언제 어디서나 그 자리 그대로 변함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숲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이 아니어서 변화한다. 이를 생태적 용어로 ‘천이’라고 한다. 소나무는 자라는 데 햇볕이 꼭 필요한 양수여서 천이 과정의 초기에 있는 나무다.

소나무 중에서도 특별히 아름답고 올곧게 올라가서 늠름한 금강송은 바람이 많은 강원도, 울진, 삼척과 같은 지역에서 자라는 특별한 생태형이다. 이 소나무의 씨앗을 안온한 남쪽의 바닷가에 심으면 춘양목이라고 불리는 소나무가 된다. 금강송 소나무의 그 장대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소나무들의 천이가 한창 진행되는 자연적인 숲의 흐름을 거슬러 소나무들의 세상을 다시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그 아래에서 견디며 자라고 있는 다른 나무들을 제거해주어야 한다. 또 도시 내에서 소나무를 보고자 한다면 그 어느 산에서 잘 자라고 있던 나무들을 옮겨와야 한다. 또 매년 죽은 가지들을 골라내는 등 꾸준한 관리를 해 줘야 한다.

제 살 곳이 아닌 곳에서 사는 소나무는 더 이상 돋보이지 않는다. 소나무는 그 자리 그 숲에서 그 모습으로, 그렇게 도도히 변화하는 환경과 시대적인 흐름을 느끼며 살아갈 때 진정 그 속기없는 아름다움으로 감동을 준다.

글·이유미(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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