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청계천을 걷다 보면 국화처럼 생긴 흰색·연보라색·노란색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이 꽃들을 흔히 들국화라 부른다. 들국화라고 불러도 틀린 건 아니지만, 들국화는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들국화’라는 종은 따로 없다. 사람들이 들국화라 부르는 꽃들의 실제 이름은 무엇일까.
들국화라 부르는 꽃은 보라색 계열인 벌개미취·쑥부쟁이·구절초, 노란색인 산국과 감국 등 다섯 가지가 대표적이다. 이들 다섯 가지 들국화만 구분할 수 있어도 올 가을 산과 들을 다닐 때의 느낌이 전과 다를 것이다.
요즘 등산하다 보면 산기슭에 작고 노란 꽃이 다닥다닥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도권일 경우 이 꽃은 산국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산 구기동 입구에도, 우면산 곳곳에도 피어 있다.

산국보다 조금 큰 노란 꽃이 감국이다. 산국과 감국을 구분하는 기준은 꽃의 크기다. 작은 노란 꽃이면 산국, 좀 큰 노란 꽃이면 감국인데 기준점은 지름 2센티미터다. 꽃이 2센티미터보다 작으면 산국, 크면 감국이다. 산국은 50원짜리, 감국은 10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로 기억하면 좋다. 산국(山菊)은 산에 피는 국화라는 뜻이고, 감국(甘菊)은 꽃잎에 단맛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특히 감국은 꽃을 따서 말리면 국화의 맛과 향을 맛볼 수 있는 국화차로 만들 수 있다.
벌개미취·쑥부쟁이·구절초는 비슷하게 생겨 처음 꽃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세 가지를 잘 구분하면 야생화 초보 딱지를 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서울 도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연보라색 계열 들국화는 벌개미취다. 벌개미취는 이르면 7월 말부터 초가을까지 피기 때문에 요즘은 대부분 졌고, 어쩌다 한두 송이만 남아 있다. 햇빛이 드는 벌판에서 잘 자란다고 벌개미취라 부른다.
야산에 흔한 쑥부쟁이도 꽃이 연보라색이라 벌개미취와 비슷하다. 줄기가 쓰러지면서 어지럽게 꽃이 피는 경우가 많다. 충무공 이순신의 생애를 허무와 싸우는 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낸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에도 쑥부쟁이가 자주 나온다. “불타버린 대궐과 관청 자리에 쑥부쟁이가 뒤엉켰고 갓 죽은 송장들이 불탄 대궐 앞까지 가득 널렸다”와 같은 식으로, 장기간 전쟁으로 인한 폐허를 그리는 데 쓰이고 있다.
쑥부쟁이라는 꽃 이름은 ‘쑥을 캐러 다니는 대장장이(불쟁이)의 딸’에 관한 꽃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구절초는 9월9일(음력)이면 줄기가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구절초(九節草)라 부른다. 흰색이 많지만 연분홍색을 띠는 것도 적지 않다. 구절초는 색깔이 달라 벌개미취·쑥부쟁이와는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또 구절초는 잎이 벌개미취·쑥부쟁이와
달리 쑥처럼 갈라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구별하기가 쉽다.
벌개미취와 쑥부쟁이는 꽃만 보고는 구분하기 힘들고 잎을 봐야 알 수 있다. 벌개미취는 잎이 길고 잎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어 매끄럽게 보이지만, 쑥부쟁이는 대체로 작은 잎에 굵은 톱니를 갖고 있다.
이제 가장 흔한 5대 들국화를 구분하는 법을 알았으니 들국화를 만나면 가까이 다가가 이름 맞히기를 시도하면서 늦가을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글과 사진·김민철 (조선일보 기자·<문학 속에 핀 꽃들> 저자)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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