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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땅 밑에 있다 다시 살아난 기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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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한번 도산하면 끝이란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인생이 끝난다 생각했죠. 사업을 성실하게 하다가도 부도가 나면 구제받을 길이 없었습니다.”

유정무 대표는 사업을 접었던 2010년을 이렇게 떠올렸다.

그의 나이 54세. 중국에서의 사업을 키우고자 진출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진출한 지 4년 만에 고배를 마신 후 맨몸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재산은 모두 경매로 넘어갔다. 이듬해엔 양도소득세 3억원이 부과됐다. “재기할 방법이 도저히 없었다” 는 그의 말대로 다시 일어서는 건 그저 꿈처럼 느껴졌다.

취업을 위해 30군데 이상 이력서를 넣었지만 소용없었다.

나이가 많다는 게 이유였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10년 동안 경력을 쌓으며 온갖 상을 받았던 자신감도 무너졌다. 2011년 유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추천으로 간신히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 56세가 되자 나이 때문에 다시 회사를 나와야 했다.

지난 2월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마련한 힐링 캠프가 재기의 계기가 됐다. 사업 실패 경험이 있는 이들이 4주 동안 죽도에 모였다. “사업을 하며 무엇을 잘못했는지 충분히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유 대표는 다시 사업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엔 여전히 ‘부도자’라는 꼬리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다.

정부의 재창업 기업에 대한 규제개선 등 다양한 지원 확대가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유 대표처럼 재기하고자 하지만 사업 자금 문제, 신용 문제 등 여러 규제에 가로막혀 고민에 빠졌던 재창업 도전 기업인들에 대한 구제의 길이 열린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운영 중이던 재창업 자금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증가, 총 400억원이 됐다. 유 대표도 중진공으로부터 9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재창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터였다.

유 대표는 남아 있는 채무를 지난 3월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구제받았다. 국민행복기금은 1억원 이하 대출을 6개월 넘게 갚지 못한 연체자의 빚을 최대 절반까지 탕감해주는 제도다.

 

3정부지원 사업 참여 허용·납세담보 면제금액도 확대

정부 지원으로 재창업 기업들의 사업 참여 기회의 폭도 넓어졌다. 기존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불량 거래처로 분류된 경우 정부지원 사업을 신청하는 데 제약을 받았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의 규제 개선으로 재기 중소기업인의 경우 ‘수출 유망 중소기업 지정’ 등 16개 정부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국세청은 재기 중소기업인에 대한 납세담보 면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징수사무 처리규정을 바꿔 기존에 5천만원이었던 납세담보 면제 금액을 1억원으로 높였다.

재창업 기업에 대한 다양한 규제개선에 힘입어 유 대표는 다시 일어섰다. 지난 7월 재창업한 아이알티코리아는 군용으로 쓰이는 열상 카메라 등의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협력업체대표가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재창업한 심정에 대해 유 대표는 “땅 밑에서 있다가 다시 숨쉬게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유관 기관의 지원으로 과거에는 꿈꾸기 힘들었던 재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해서 이익을 낼 겁니다. 그래서 세금도 갚고 과거에 실패했던 수출에도 재도전해야죠. 앞으로 30년 정도는 사업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정부에 대한 바람도 있다. 중앙 부처에서 제도를 만들었지만 아직은 하부 기관까지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적 차원에서 하는 거니까 유관 기관들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창업 기업인들을 바라보는 인식에 대해서도 “한번 잘못했다고 영원히 낙인 찍는 인식이 서서히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실패 뒤 재도전이라 감회도 남다르다. 유 대표는 “실패한 기업이 재기해서 성공하는 확률이 초기 창업 성공률보다 높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은 “무슨 일이든 용기를 갖고 도전하면 이룬다”는 믿음이다. 유대표는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면서 느꼈던 것은 구하고자 하면 반드시 얻는다는 것”이라며 “그 믿음이 앞으로 사업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글·남형도 기자 20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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