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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변의 월드컵… 결과는 끝나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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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고전 <손자병법>.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점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전쟁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 기사에서 전쟁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경적필패(輕敵必敗)’다. 브라질 월드컵은 ‘제아무리 막강한 전력을 갖췄더라도 적을 가벼이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 준다.

대회 전부터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무적함대’ 스페인과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조별리그도 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특히 지난 대회 우승팀 스페인의 탈락은 이변을 넘어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 대회 우승팀의 16강 탈락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이탈리아에 이어 두 대회 연속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국이었던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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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등 메이저대회 3개를 연이어 제패하며 ‘무적함대’의 시대를 열었던 팀이다. 그 중심에 있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이번 대회에 모두 출전했기에 유력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지난 대회 결승에서 만났던 네덜란드에 1-5로 대패하더니 약체로 꼽혔던 칠레에마저 0-2로 무릎을 꿇었다. 대회 전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전성기 뒤에 암흑기가 온다”며 조심스럽게 스페인의 몰락을 예상했다. 그런 이 위원조차 “스페인이 16강이나 8강에서 탈락해 4강에 오르지 못할 것을 예상했을 뿐, 1-5 대패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잉글랜드의 몰락도 대이변이다.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에 잇달아 1-2로 패하며 탈락 대열에 조기 합류했다. 잉글랜드의 조별리그 탈락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56년 만이다.

잉글랜드의 간판 웨인 루니는 “원정을 오거나 안방에서 지켜본 모든 팬들에게 죄송할 뿐이다. 처참하다”며 사과까지 했다.

역대 최대 이변은 북한·카메룬·세네갈 ‘8강 신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의 ‘주인공’은 북한이었다. 이 대회에서는 우승후보였던 브라질·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가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이 많았지만 그보다 북한의 8강 진출이 더 큰 뉴스였다.

당시에는 16개 팀만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기에 조별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면 곧바로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북한은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누르고 조 2위로 8강 무대에 섰다.

북한은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먼저 3골을 넣으며 이변을 이어가는 듯했으나 ‘전설’ 에우제비오에게 4골을 내준 끝에 3-5로 역전패했다.

지난 6월 23일 브라질 월드컵 한국과의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4-2로 승리한 알제리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조별리그에서 2-1로 무너뜨린 적이 있다. 알제리는 조별리그에서 2승 1패의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도 골득실에서 밀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카메룬과 세네갈도 우승후보들을 잡고 8강 신‘ 화’를 쓴 적이 있다. 카메룬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우승후보, 그것도 천하의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누르고 16강에 오른 뒤 8강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세네갈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변의 주역이었다. 월드컵에 첫 출전한 세네갈은 첫 경기에서 전 대회 챔피언인 프랑스를 1-0으로 누르며 ‘예고편’을 방영한 뒤 16강에서는 전통의 강호 스웨덴마저 2-1로 꺾고 돌풍을 태풍으로 변신시켰다. 세네갈은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8강 위업을 이뤘다. 네덜란드는 2010 남아공 월드컵 8강전에서 ‘최강’ 브라질을 맞아 0-1로 끌려가다 후반에만 2골을 몰아쳐 2-1 역전승을 일궜다. 역전골의 주인공 베슬리 스네이더르는 국민적 영웅이 됐다. 이 대회에서 네덜란드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브라질은 통산 6번째 우승의 꿈을 4년 뒤로 미뤄야 했다.

한국도 월드컵 ‘기적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전까지 본선 5회 진출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16강에 오른 적이 없었던 한국은 2002년 2승 1무로 조별리그를 가볍게 통과한 뒤 우승후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제압하고 4강에 진출했다. 많은 팬들이 브라질 월드컵을 기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최경호 기자 201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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