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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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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둔 지난 10월 28일, 서울 등촌동에 사는 주부 한미숙(50) 씨와 분당 구미동에 사는 주부 고영옥(50) 씨가 배추농가를 찾았다. 두 주부는 배추 산지에서 올해 김장에 쓰일 배추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작황 상태와 절임배추 가격 등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참이었다.

충북 괴산군 문광면 방성리에 있는 정순천(60·괴산시골절임배추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씨의 배추밭이 이들이 찾아간 곳이다. 정씨는 지난 18년 동안 직접 농사 지은 배추를 소금에 절여 전국 각지로 판매하고 있다. 괴산군 전체의 배추 재배 면적은 540헥타르에 달한다. 서울에서 두 시간을 달려 주부들이 도착한 농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정 대표가 비닐하우스 안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본격적인 배추 출하 시기를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은 눈치였다. 0.4헥타르 배추밭에는 11월 초 출하를 코앞에 둔 배추들이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넓게 퍼져 있었다.

정 대표는 “서울과 분당에서 소비자가 내려온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며 이들을 곧장 배추밭으로 안내했다. 정 대표는 성큼성큼 앞서가더니 배추밭으로 들어가 가장 튼실한 배추의 속을 갈라 보였다.

한미숙 씨 (속을 가른 배추를 이리저리 들어 보이며) “어머 배추속이 노란 게 꽃같이 이쁘네요. 그런데 배추 속이 아직 꽉 차진 않은 것 같네요.”

정순천 대표 “아직 출하 시기가 4~5일 정도 남아 있어 그렇습니다. 출하가 시작될 즈음엔 더 속이 꽉 찰 겁니다.”

한씨 “흔히 60일 배추니 90일 배추니 하잖아요, 여기 배추는 90일 배추인가요?”

정 대표 “준고랭지 배추로 김장 배추로 쓰이는 90~100일 배추가 대부분입니다. 봄에는 해남 배추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기온이 따뜻해서 배추가 연하고 맛이 있죠. 여름에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제일 좋고요. 가을 김장배추는 충청도 중부 산간지방의 배추맛이 좋아요. 지금 보고 계시는 배추가 바로 그 김장배추죠.”

고영옥 씨 (빼곡히 심어져 있는 배추밭을 둘러보며) “배추는 언제쯤 출하가 시작되나요? 아직은 마을이 조용하네요.”

정 대표 “11월 1일부터 12월 6일까지 약 한 달 6일간 배추가 출하됩니다. 배추농가가 가장 바쁠 때죠. 그때는 괴산군 전체 출하에 필요한 인력이 900~1천명 정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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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값은 떨어져도 절임배추 가격은 올라”

10월 23일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는 태풍 피해가 적은 덕에 기상 여건 등이 양호해 이례적으로 김장채소 대부분이 평년보다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을배추는 생산량이 평년 대비 6~11퍼센트 늘어나고, 12만2천~19만1천톤가량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배추의 경우 농협 도매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말 당시 세 포기에 7,300원 안팎으로 형성됐던 것이 지금은 3,800원까지 하락했다.

한씨 “올해 배추가격을 비롯해 고춧가루와 마늘 등 양념 가격도 많이 떨어졌잖아요. 절임배추 가격은 어떤가요?”

정 대표 (손사래를 치며) “절임배추 7~8포기가 들어가는 20킬로그램 한 상자 가격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5천원 올랐어요. 지난해엔 2만5천원을 받았는데, 올해는 3만원으로 올랐거든요.”

고씨 “김장하기도 만만치 않겠어요. 인건비 때문인가요?”

정 대표 “인건비가 가장 크고요, 소금 가격도 올랐고요. 사실 우리 조합(괴산시골절임배추영농조합법인)에선 해마다 재배 물량에 따라 변동하는 배추 가격에 크게 영향받지 않습니다. 아예 조합 회원들끼리 4년 주기로 가격을 정해 놓거든요. 2010년에 묶어 놓은 배추 가격은 한 포기에 2,500원으로 똑같은데 인건비와 소금 가격이 올라 올해부터는 절임배추 한 상자 가격이 3만원으로 책정된 겁니다.”

한씨 “몇 년 전부터 절임배추로 김장을 해 왔더니 이젠 생배추를 사서 소금에 일일이 절여 김장을 담그는 게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우리나라 김장 풍경이 생배추가 아닌, 절임배추를 사서 담그게 된 것도 큰 변화라고 봐요.”

정 대표 “절임배추를 처음 시작한 곳이 바로 괴산군인데 18년 전만 해도 절임배추 농가 여섯 집으로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2002년부터 괴산군 전체로 절임배추 농가가 늘어났어요. 수요가 많으니까요. 올해 괴산군이 받은 신청 건수만 120만 박스예요.”

고씨 “올해는 농사 짓기가 어떠셨어요? 태풍 피해가 없어서 좀 수월하시진 않았나요?”

정 대표 “올해는 추위가 빨리 온다고 해서 파종을 닷새 정도 당긴 농가들이 꽤 있었어요. 그런데 여름에 유독 덥고 비도 많이 오지않아 8월 20일 이전에 파종한 사람들의 밭은 3분의 2가 씨가 말라 죽었죠. 육묘장에 육묘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고씨 “올해 김장은 언제쯤 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겨울 내내 맛있는 김치를 먹고 싶어서요.”

정 대표 “올해는 11월 23일경 한파가 온다는 얘기가 있어서인지 11월 16일부터 20일 안에 주문이 몰려 있어요.”

한씨 “해마다 배추 가격은 왜 그렇게 변동이 심할까요?”

정 대표 “그 해 기후와 작황 상태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돈 벌겠다고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배추를 심는 농가도 문제입니다. 솔직히 절임배추 주문이 증가하니까 전국적으로 너도나도 배추를 키워 공급 물량만 늘리고 있지 않습니까. 총 고객 물량이 100포기라면 110~120포기 정도만 심어야 하는데 300포기, 400포기 막무가내로 심으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하우스 재배도 늘고 있는데 노지에서 키우는 배추의 당도가 훨씬 높아요. 이곳 충북 내륙지방만 해도 낮밤의 기온 차가 하루에 15도나 됩니다. 배추도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당도를 최대한 뿜어내기 때문에 아삭아삭하고 당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고씨 “매번 마트에서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다 직접 배추농가에 와보니 모르던 것을 많이 배우고 갑니다.”

한씨 “저도 한파가 오기 전에 빨리 김장 준비를 해야겠어요. 여기까지 내려온 김에 절임배추나 주문하고 갈까요?”(웃음)

정 대표 “소비자들이 직접 농가에 내려오시니 저도 감사할 일이죠. 먼 길 조심히 올라가십시오.”

글·박미숙 기자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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