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강산이 한 번 변했을 법한 시간, 10년이 흘렀다. 경기지역 사회인야구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서광 레드스톰(Red Storm)’은 2004년 서울 은평구와 인근지역 선후배들이 모여 만든 야구 동호회다.
야구 동호회가 다 그렇듯 레드스톰의 구성원들도 각양각색이다. 직장 선후배, 동네 지인, 교인 등 20여 명이 한데 어우러졌다.
창단 때부터 감독 겸 선수로 뛰고 있는 임수철(44) 씨는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다국적군이지만 큰 불화 없이 10년 동안 잘 지내왔다”고 소개했다.

레드스톰은 한 달에 2~3번은 모인다. 한 주는 다른 동호회와 실전을 치르고, 한 주는 자체 연습을 소화하는 식이다. 멤버 대부분이 10년 동안 손발을 맞춰온 터라 눈빛으로 사인을 교환한다.
레드스톰 역시 배불뚝이 동네 아저씨들끼리 모여 유니폼 입고, 헬멧 쓰고, 방망이 휘두르는 평범한 야구 동호회다. 야구가 끝나고나면 생맥주에 치킨 먹는 것도 천생 동네 아저씨들이다.
하지만 레드스톰에는 특별한 게 하나 있다. 나눔과 봉사다. 임감독은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회원들이 마음을 모아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대단할 것까지는 없지만 나름대로 나누고 베풀면서 살려고 노력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창단 직후였던 2004년 가을이었다. 창단을 기념해 의미 있는 일을 찾던 레드스톰은 한 회원을 통해 전북 군산지역 사회인야구팀의 딱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보니 유니폼은 고사하고 변변한 글러브조차 없었다.
군산 사회인야구팀·우즈베크 고아원에 야구용품 전달
레드스톰 회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쌈짓돈도 합치고 보니 제법 두둑해졌다. 레드스톰은 그 돈으로 유니폼과 야구용품을 사서 사회인야구팀에 전달했다. 지갑은 텅 비었지만 마음이 그득 찼다. 회원들은 기분 좋게 생맥주잔을 부딪쳤다.
3년 전에는 나눔의 손길을 해외로 넓혔다. 한 회원의 제안으로 우즈베키스탄 고아원 야구팀에 야구용품을 기증한 것이다. 임 감독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국적이나 인종을 떠나 야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며 겸연쩍어했다.
창단 후 10년 동안 적지 않게 베풀어 온 레드스톰이지만 사실 살림들이 빠듯하다. 운동장 대여료가 없어서 시골 학교를 전전해야 했고, 야구용품도 넉넉지 않아 외상으로 구입해야 했다. 지성호(52) 단장과 임수철 감독은 부인 모르게 통장을 여러 번 열었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했다.
지 단장은 “돈을 벌기 위해 동호회를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네 삶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유니폼을 입은 것”이라며 “운동장에서 함께 뛰다 보니 회원들끼리 마음을 모을 수 있었다. 야구도 더 잘하고 봉사활동도 더 잘하는 레드스톰이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최경호 기자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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