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5년째 직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김형남(48)씨는 3년 전 경력단절여성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항공 관련 서비스를 하는 한 회사를 찾았다. 기내식 준비, 기내 청소 등의 일을 하는 이 회사는 김씨를 만나기 전만 해도 40대 여성들을 소개 받길 원했다. 그러나 40대 취업자들은 일을 쉽게 그만뒀다. 인천공항까지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일이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씨는 이 회사에 50대 경력단절여성 구직자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50대 구직자들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커서 아침밥을 안 해도 될 뿐 아니라 생활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판단에서였다. 김씨는 이들 구직자들이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는 편이어서 새벽시간 근무에 잘 적응할 거라고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반신반의하던 이 회사는 김씨의 권유에 52세의 한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했다. 그 회사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일종의 파격이었다.
추천한 경력단절여성이 잘 적응하며 다니자 이 회사는 50대 여성 채용을 계속 이어갔다. 김씨가 그렇게 연결한 구직자만 20여 명. 이제는 채용이 안정돼 50대가 정년퇴직(57세)을 하지 않으면 공석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씨의 구인업체 발굴 사례는 여성가족부 새로일하기사업의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도운 경력단절여성이 어림잡아 300여 명”이라고 말했다. 2009년 7월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1년 만에 여성가족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녀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다른 상담사들의 평균보다 7배나 많았다.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김씨의 주 역할은 직업교육과 구인업체 발굴이다.
그는 “막연히 일자리를 구해달라는 구직자들을 모아 일주일 동안 직업흥미 검사, 성격 검사 등 취업 설계 교육을 시키는 것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구직자들이 어떤 일을 원하는지 파악하면,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취업에 필요한 이력서·자기소개서부터 면접 컨설팅까지 하고 나면 취업준비 기간이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훌쩍 지난다. 구인업체 발굴도 그의 몫이다. 1년에 평균 50개 업체를 꾸준히 발굴해 200개 이상의 구인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경력단절여성들이 원하는 일자리에 맞게 취업하려고 할 때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업체를 직접 찾아가고 지속적으로 설득해 신뢰가 쌓이면 구직자들을 더 많이 이어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구직자·구인업체의 눈높이 차이 좁히기가 어려워
자격증은 있지만 경력이 부족해 취업이 어려운 구직자에겐 ‘전문경력 자원봉사’를 권한다. 자원봉사라 회사에서도 부담이 없고, 3개월 이상 일하면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 다른 업체에 취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재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력”이라며 “전문경력 자원봉사로 경력을 쌓아 취업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직업상담사로 일하며 겪는 어려움도 있다. 구직자와 구인업체 사이 눈높이 차이다. 김씨는 “구인업체 입장에선 누가 해도 크게 차이가 없는 일로 보는데 구직자는 구인업체보다 자신의 가치를 훨씬 더 높게 부여해 눈높이 차이가 생긴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바라는 조건이 높아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자격을 갖추려 노력하는 구직자가 더 반갑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를 통해 가사 도우미로 시작해 고등학교의 방과후 돌봄교사로 60세까지의 계약에 성공한 한 구직자를 예로 든다.
45세에 재취업하려던 이 여성은 처음에는 경제 사정이 급해 무슨 일이든 하길 바랐다. 가사 도우미로 시작해 궂은일도 마다 않고 뭐든 열심히 했다. 나중에는 각종 자격을 갖춰 방과후 돌봄교사로 고등학교 세 군데에 합격했고, 이제는 그 중 한 곳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는 “그 구직자와는 서로 이름을 부를 만큼 친해져 아직도 만나면 무척 반갑다”며 “제 덕분이라고 고마워하는 구직자를 보면 힘들 때 많은 기운을 얻는다”고 말했다.
일하기 주저하는 경력단절여성들에게 김씨는 “고고”라고 말한다. “제가 좋아하는 말인데 일단 부딪쳐 보‘고’ 안 되면 말‘고’란 뜻이에요. 뭐든 배짱과 용기를 가지고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거든요. 가만히 앉아서 상상만 하는 것으론 좋은 일자리를 얻기 힘들죠.” 김씨는 밀려드는 많은 경력단절여성들과 구인 기업들 사이 오작교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
글·남형도 기자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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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