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구로구의 한 허름한 상가건물 2층에 (주)포리얼(4REAL)이 있다. 100평방미터 크기밖에 안 되는 사무실을 쓰지만 이 회사는 4차원 입체영상(4D)에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4D는 3차원 입체영상(3D)과 함께 진동, 바람, 물, 향기, 번개효과 등 특수효과를 가미하는 오감체험형 영사기술을 말한다. 또 야외 허공에 입체영상을 투사하는 홀로그램 기술도 가지고 있다.
포리얼 조용귀(40) 대표는 휴대전화 프레임 등 플라스틱 금형을 디자인하던 전형적인 제조업·산업디자이너였다. 조 대표는 3D 극장에서 쓰는 입체 안경 제조를 맡았다가 입체영상의 가능성을 보고 기술 영역을 확대했다. 포리얼은 4D 사업을 시작하면서 과포화된 국내시장을 넘어 경쟁력 있는 중국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포리얼은 지난해 중국 복건성 복주시에 있는 해사극장(복건성 인민극장) 1개관을 4D 극장으로 리모델링했다. 재개관한 극장을 찾은 중국 각지의 100여 극장주들은 한국의 4D 기술에 감탄하며 포리얼과 리모델링계약을 맺었다. 극장 리모델링과 4D 극장 설계 능력은 입소문을 타고 동남아 등지로 번지고 있다. 포리얼은 최근 필리핀 극장과 4D 극장 설계 계약을 맺었다. 필리핀 극장의 흥행 여부에 따라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극장과도 계약이 성사될 전망이다.

해외시장부터 발을 들여놓은 전략은 적중했다.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글로벌로 타깃을 수정하고 있다. 포리얼은 현재 미국의 극장업자와 함께 ‘디즈니 인증’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진출로 자신감을 얻은 포리얼은 현재 가정용 4D 시스템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홈시어터에서도 4D를 즐길 수 있는 개인용 제품이다. 이에 더해 한국의 통신사 등 대기업 영상 콘텐츠 사업자와 제휴해 4D 콘텐츠를 제작·보급할 예정이다. 해외시장에서 얻은 성과가 국내로 환류하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글로벌 진출이 쉽지만은 않다. 조용귀 대표는 “작은 벤처기업이 해외에서 영업을 시작하면 국내영업과 달리 자금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서 “담보물이 작은 데다 외국(특히 아시아)과의 발주 계약서를 한국의 은행이 인정해주지 않아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세계로 진출하는 벤처는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류를 타고 각종 콘텐츠 산업 벤처가 전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은 시장이 좁고 제작비가 비싸 내수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 구조다. 이 때문에 많은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린다. 하지만 대부분 콘텐츠 산업은 아시아에 한정됐다. 한국과 비슷한 유교 문화권에서만 우리 콘텐츠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에서 지구정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에 한국의 콘텐츠 벤처가 진출했다. 콘텐츠 업계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이화여대 조형관 지하층에는 대학 실험실 분위기의 작은 벤처회사가 있다.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주)그래피직스다. 이 회사는 EBS와 함께 2011년 12월 아르헨티나 방송국·제작사와 콘텐츠 합작 계약을 맺었다. 2014년 2월부터 아르헨티나 국영방송에서 방송될 26편(각 11분 분량)짜리 연속만화 ‘위대한 발견’을 제작중이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프리프로덕션 제작지원에 선정된 애니메이션이다. 세계 각국 주요 과학자 캐릭터를 등장시켜 아르헨티나 초등학생에게 과학지식을 쉽게 풀이해주는 만화로, 남미에 진출한 첫 번째 콘텐츠 제작·공급이다.
그래피직스는 이미 국내에서 여러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지만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다. 북미와 유럽 등 콘텐츠가 비싼 나라 제작사와는 만나기 어려울뿐더러 수익을 낼 수 있는 계약 조건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홍성욱(41) 대표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아동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아르헨티나 파트너를 만났다.

“보편성과 다양성 버무리면서 제3의 콘텐츠 만들어”
아르헨티나와의 공동작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페인어로 더빙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히스패닉 문화를 타고 북미와 유럽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콘텐츠 중에서도 민족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장르다. 홍 대표는 “다른 문화권에 진출하면서 문화 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이미지와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었다”며 “세계 보편성과 함께 문화 다양성을 한데 버무리면서 제3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해외에 진출하는 콘텐츠에 한국 문화를 섞어 알리고 있다. 세계 유수 과학자 사이에 ‘장영실’ ‘세종대왕’ 캐릭터를 만들어 넣고, 장영실의 과학 업적을 재미있게 해설했다. 홍 대표는 “이런 방법이 아니면 어떻게 아르헨티나 대부분의 어린이들에게 장영실에 대해 알려줄 수 있겠느냐”면서 “한류가 콘텐츠 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됐지만, 해외에 진출한 콘텐츠 산업도 한류를 더욱 부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초기 판로 개척에 애로를 겪는 기술 중심 벤처·중소기업을 위한 ‘우수조달물품 선정’제도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공공조달시장 진출 기회를 주고 해외 현지화를 지원한다. 또 협소한 국내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초기부터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계적 수준의 컨설팅과 네트워크 연계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해외 현지인프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실리콘밸리, 중국 등 전략적 수출 지역에 대해서는 해외IT지원센터, 코리아벤처창업센터 등을 통해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글·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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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