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 시대의 대표적 지성인 이어령(80) 전 문화부 장관. 세종학당 명예학당장이기도 한 이 전 장관을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종학당 국제포럼 2014-세계 속의 한국말의 힘’ 기조강연이 끝난 후 만날 수 있었다. 순간순간 짚어내는 사회에 대한 통찰력은 여전히 이 시대 최고의 지성다웠다.
강연 잘 들었습니다. 오늘 강연의 주요 메시지는 ‘말의 힘’이었죠. 강조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부정의 언어를 긍정의 언어로 바꾸는 게 바로 말의 힘이죠. 토씨 하나만 바꾸더라도 세상이 바뀔 수 있어요. '나'와 '도'의 토씨하나를 바꿔보세요. '농사나 짓는다'와 '농사도 짓는다'는 전연 다른 말이 되지요.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의해 인간의 소통과 서로의 사랑과 존중을 드러낼 수 있거든요.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속담처럼 한국말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사용함으로써 한국말의 깊은 가치와 뜻을 전해야 해요. 말로 완전한 소통이 이루어졌을 때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 아름다운 사회로 바뀌게 됩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단순히 의사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섞을 수 있는 제2의 단계로 올라서야 합니다.”
한국어는 ‘생명’을 담은 말로 그 가치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주신다면?
“예를 들어 ‘경제경영’을 우리말로 하면 ‘살림살이’가 됩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죠. 그만큼 한국어는 생명을 존중하는 언어이며 우리의 삶을 나타내는 언어입니다.

사람이라는 말은 ‘살다’에서 왔어요. 살림살이는 생산이며 살리는 일이죠. ‘살림’은 무엇인가를 살린다는 타동사이고 ‘살이’는 내가 주체가 돼 사는 것이에요. 타동과 자동에서 하나의 살림살이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세종학당도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한국어의 참뜻을 알리는 데 더욱 힘써야 합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소통이 부재하고 침체기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요?
“악의적인 막말이라든가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 또 ‘설마~’라는 그런 습관부터 버려야 해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이번에 ‘설마~’ 하는 생명경시 사상, 안전불감증이 결국 이런 큰 참사를 부르게 됐잖아요. 긍정적인 말, 안전의 말을 늘 염두에 두다 보면 사회도 저절로 안전사회로 가게 되죠. 그만큼 말이 중요한 겁니다.”
최근에 발간된 <생명이 자본이다>에서도, 오늘 강연에서도 유독 ‘생명(生命)’이라는 말을 강조하셨습니다.
“생명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큰 교훈을 얻어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회적으로 생명의 의식을 높게 가져야 해요. 쇳덩어리보다 육체를 가진 인간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동차 1천대가 물에 빠졌다 할지라도 그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잖아요.
그만큼 인명이 중요한 거예요. 어린 생명의 귀중함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강연에서 말과 지혜, 그리고 문화의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이신지?
“슬픔을 한으로 풀지 말고 또 경제력으로 이겨내려 하지 말고 ‘문화적인 힘’ ‘문화의 힘’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이 문화입니다. ‘한국’ ‘한국인’ ‘한국어’ 등 우리 것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말과 문화의 뿌리를 제대로 알고 익혀야 합니다.”
‘나’가 아닌 ‘우리’가 우선시되는 문화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나만 내세우는 사회에서 한 공동체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적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두고두고 새겨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지 말고 두고두고 ‘안전을 귀중하게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하죠. 또 모든 경제활동에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겁니다.”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음껏 눈물을 흘리되 눈물을 그냥 마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씻는 것이에요. ‘주먹을 쥐고 눈물을 씻자’ ‘재기하자’ 이런 뜻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과거의 불행한 일을 오히려 창조적인 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를 좀 더 안전하고 깨끗하게 바꿔야 해요. ‘나’만 내세우지 말고 공동체를 귀중하게 여기는 문화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죠.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속에 새겨야 하고 두고두고 기억하며 안전을 일상의 문화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문화의 변화가 일어날 때 사회도 바뀌게 될 것입니다.”
글과 사진·정책브리핑(www.korea.kr) 201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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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