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버스가 다녀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남 눈치 안 봐도 되잖아요. 전에는 춘천 시내라도 나가려면 2, 3일 전부터 차 있는 집에 부탁해 얻어 타고 다녔어요. 외지 사는 자식들도 좋아해. 집에 오기 편해졌다고.”
지난 5월 13일 오전 강원 춘천시 북산면 조교리의 마을버스 정류장. 길가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마정해(77·조교1리) 할머니가 마을버스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마을버스로 이어지는 홍천군에 볼일이 있어 집을 나섰다는 마 씨는 자식들이 모두 집을 떠나고 혼자 살게 된 후부터 외출을 꺼렸다고 했다. 차도 없고 운전도 할 줄 몰라 남의 차를 얻어 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부터 이곳 조교리에서 홍천군 두촌면 자은리 구간(편도 14킬로미터)에 조교마을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한 후 조교리 안에 5곳의 정류장이 생겼고, 춘천 시내까지도 좀 더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됐다.
조교리에는 1973년 소양강댐이 생기면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끊겼다. 150여 가구의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40여 가구만 마을 위 산자락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 후 40여 년 동안 조교리에서는 버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조교리에서 춘천 시내에 가려면 걸어서 산길을 넘어 배를 타든지, 차를 갖고도 가파른 원동고개(홍천군 두촌면)를 넘어 고속도로를 한 시간 넘게 달려야 한다. 차 없는 사람이 마을 밖으로 나갈 방법은 택시를 부르는 것밖에 없었다. 교통비도 부담이거니와 아이들 등·하교와 농산물 판매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1990년대 시멘트로 포장한 경운기길이 생기기 전까지 조교리 주민들은 농산물을 팔기 위해 홍천까지 흙길을 왕복 6시간 걸어야 했다. 2000년대 아스팔트 포장을 했으나 차가 없으면 병원 등 편의시설이 밀집한 춘천에 가려면 산길을 넘어 배를 타야 했다. 그래서 조교리에는 육‘ 지 속 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동안 주민들이 춘천시청을 찾아가 버스노선 연장을 요청하고 홍천군청에 협조를 구하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마을로 통하는 유일한 도로가 원동고개를 넘는 구불구불 가파른 길인데, 이용객이 적어 지역 운수업체는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춘천시가 주민들에게 직접 마을버스를 운행해 볼 것을 제의했다. 연간 3,500만원의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주민들도 마을기금으로 11인승 4륜구동 승합차를 구입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였다.
마을버스 개통식을 하던 지난해 4월 29일, 주민 60여 명은 마을잔치를 열었다. 4대째 조교리에 살고 있는 마을 이장 황해원(70) 할아버지는 “오지마을 주민이라고 버스 한번 못 타보다가 버스가 마을에 들어오게 되니 주민들 모두 기뻐하고 환영했다”고 말했다.
조교마을버스는 아침·점심·저녁 하루 3회 왕복 운행한다. 요금은 편도 1천원. 왕복요금 2천원을 내면 하루 종일 횟수에 관계없이 이용 가능하다.
마을 주민 조순녀(77·조교2리) 할머니는 “심장이 나빠 한 달에 한 번 춘천의 병원에 약 타러 가는데, 이제 마음 편히 다니게 됐다.
전에 배 타고 다닐 때는 배 놓칠까봐 점심을 굶고 다녔으나 지금은 저녁에도 돌아오는 차가 있어 안심”이라고 했다.
‘농촌형 교통모델’로 선정… 연 1억원 지원받아
이러한 조교마을버스의 성공에 농림축산식품부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올해 공모한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 최종선정 사업자로 선정하고, 모범사례로 채택해 전국에 확산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연간 1억원의 운영예산도 지원한다.
조교마을버스는 그간 적자 운행을 해 왔다. 한 달 수입이 평균 20만원에 그치는 데다 차량도 영업용이라 자동차 보험료가 연간 500만원에 이른다. 마을주민인 버스운전기사 월급도 겨우 주고있는 형편이었다.
황 이장은 “농식품부 지원으로 이제 한시름 놓게 됐다. 지원금이 나오면 우선 승합차를 자동식 미닫이문 장착 차량으로 바꾸고 싶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집앞까지 모시러 가는 맞춤형 운영도 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지역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지난 2월부터 공모한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 대상지에 선정된 13개 시·군을 지난 4월 29일 발표했다.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성주군, 양평군, 예천시 등의 225개 마을 주민 2만5,974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업은 버스 노선이 폐지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거나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 교통취약지역 주민을 위해 마련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마을 3만5천 곳 중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은 3,400개로 전체 마을의 9퍼센트 정도다. 이번에 발굴된 농촌형 교통모델은 ▶마을버스형(6개) ▶택시형(6개) ▶택시·버스 복합형(1개)의 3종이며, 춘천시 조교마을버스와 서천군 희망택시 등이 모범사례로 소개됐다.
글과 사진·남창희 객원기자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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