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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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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여기 한 흡연자가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호기심에 형의 책상 서랍에 있던 담배를 꺼내 물었다. 구토와 어지러움을 겪으며 다시는 피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폐암으로 사망한 미국 배우율 브린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뒤부터는 흡연하는 형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보다 빨리 성인이 되고 싶던 그는 다시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제 38세인 그는 하루 1갑 반을 태워 날리는 ‘헤비 스모커’가 됐다.

그 역시 늘 금연을 시도했다. 여자 친구가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는 이유가 컸다. 담배를 끊었다가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그의 1일 흡연량은 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건강검진을 받은 뒤 의사가 강하게 금연을 권했다. “환자분, 그렇게 계속 피우다간 환갑잔치를 못 치를 수 있습니다.” 그는 겁을 집어먹고 금연을 결심했다. 니코틴 패치를 붙이며 36시간을 견뎠다. 패치가 떨어져 약국으로 가는 길에 훨씬 저렴한 니코틴이 눈에 들어왔다. 담배였다.

담뱃값이 오른 어느 날, 그는 헐렁해진 주머니를 뒤적이다 금연을 재결심했다. IT강국의 금연 결심자답게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실제 담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간 금연에 성공하자 자신감에 들떴다. 금연을 기념하는 술자리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놓인 담뱃갑을 쥐었다. 어느 순간부터 전자담배를 어디 뒀는지 잊었다.

흡연자들은 왜 금연에 실패할까. 금연을 해야 한다는 논리적인 이유는 흡연자들 역시 잘 아는 편이다. 하지만 흡연에 관대한 환경이 문제다. 어느 곳에서든 담배를 살 수 있고 담뱃갑 디자인은 흡연을 유도하듯 매혹적이다. 담배 연기가 자욱해도 딱히 담배를 끄라고 지적할 명분도 마땅찮다. 담배 피우기 편한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금연운동은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그대, 그대가 뿜어대는 연기(담배 연기, 싫어) / 멋있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 왜 그런지 나는 싫어 그대의 담배 연기….’ 1985년 3월 그룹사운드 ‘건아들’은 <금연(禁煙)>이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어린아이들까지 따라 부르며 준국민가요 반열에 오른 이 노래는 담배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노래를 살펴보면, 가사 속 화자는 비흡연자다. 간접흡연에 대한 생각 없이 연기를 뿜어대고,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빈번이 담배를 피우는 ‘그대’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다. 헤비 스모커일 것만 같은 남성 그룹사운드가 비흡연자로서 금연을 호소하는 셈이다. 28년 전에 이미 금연은 비흡연자를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문화운동을 벌인 것이다.

금연운동은 이제 금연 구역 확대 등 법률적 강제로 강화되고 있다.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북돋우거나 흡연하는 사람을 금연의 길로 유도하기 위해 금연 구역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150평방미터 이상인 일반·휴게 음식점, 제과점 영업소 영업장은 모두 금연 구역이다. 전국에 7만6천여 업소가 지난해 12월 8일부터 모두 금연 구역이 됐다.

100~150평방미터 사이에 있는 7만7천여 업소는 2014년 1월 1일부터 금연 구역이 된다. 2015년 1월 1일부터는 100평방미터 미만 52만8천여 업소를 포함해 모든 업소가 금연 구역이 된다.

 

3영업장 외에 공중이용시설도 금연 구역 계속 늘어나

업소뿐 아니라 공중이용시설의 금연 구역도 추가된다. 도로법에 따라 전국 180개 고속도로 휴게소 건물과 부속시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실내는 물론 지붕이 없는 건물 복도나 통로, 계단도 금연 구역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휴게소를 활용하는 많은 흡연자들을 위해 휴게소가 별도 흡연 구역을 만들도록 권하고 있다.

문화재청도 문화재 주변을 금연 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 문화재와 그 보호구역은 주거용 건축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연 구역이다. 지정 문화재나 등록 문화재, 서적이나 회화 등의 유형문화재와 연극·음악 등의 무형문화재 주변 역시 모두 금연 구역이다. 사적지, 동식물 등의 기념물과 의복 등의 민속 문화재도 담배로부터 보호된다.

한국에서 금연 구역이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흡연 구역과 금연 구역을 구분하고 공공시설 안에서는 흡연 구역에서만 흡연할 수 있도록 했다.

금연 구역 설정은 2002년 1월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면서 다시 한 번 크게 바뀌었다. 시설 전체를 금연 구역으로 정하는 ‘금연 시설’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전까지는 시설 안에 흡연 구역을 정해줬지만 이후로는 시설 자체가 금연 구역이 되고 흡연을 하려면 시설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실내는 당연히 금연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한 것이다.

올해도 금연 구역은 꾸준히 넓어지고 흡연자의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흡연자들이 설 곳은 없다. 금연이 대세다.

혼자서 금연에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주변 보건소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무료 금연상담 및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연클리닉을 방문하면 전문 상담사가 일산화탄소측정을 비롯한 전반적인 체력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래프로 분석한 결과와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해 개인 특성에 맞는 6주 금연 프로그램을 짜 준다.

글·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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