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하늘이 무너져도 이보다 덜 참담할지 모르겠다.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6,825톤 크루즈선인 세월호가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준비된 구명보트 42개 중 제대로 펼쳐진 것은 1개뿐이었다. 476명이 탑승했는데도 사고 시 대처 요령에 관한 안전교육은 없었다. 선장과 일부 선원은 승객 탈출은 뒷전인 채 자신들 먼저 빠져나오기 바빴다.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었다.
300여 명의 학생과 어른들을 맹골수도에 희생시킨 세월호 침몰사고는 궁극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관료들과 선박업계의 유착이 빚어낸 참사였다. 비정상적인 잘못된 관행이 자리 잡은 배경에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시스템의 작동을 보장해 주는 관료와 업계의 오랜 유착관계가 있다.
사고 50일 전 세월호는 목포해양경찰서의 불시 점검에서 선내 침수방지 장치의 작동에 결함이 발견됐다. 비상 발전기의 연료유탱크 레벨게이지 상태와 객실 내 방화문의 상태가 불량이었으며 비상 조명등도 작동 불량이었다.
그런데도 비상 시 대비 훈련 실시를 포함한 점검표의 32개 항목에서 세월호는 ‘양호’ 판정을 받았다. 또한 선박 출항 시 선장이 476명의 승객을 450명으로, 1,157톤의 적재 물량을 657톤으로 허위 보고했는데도 감독관인 운항관리자는 확인도 하지 않고 출항을 허가했다.
사고 후 드러난 것이지만 선박 검사업무를 위임받은 한국선급은 후미를 무리하게 개조한 세월호를 정밀한 안전검사 없이 통과시켰으며, 승무원들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고, 그동안 허가된 적재 물량의 세 배에 달하는 과적 상태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운항했다고 한다.
이처럼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도외시하는 잘못된 관행이 뿌리깊게 자리 잡은 원인으로는 정부기관의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선박 운항의 관리·검사를 맡는 민간 기구의 장(長)이나 고위직으로 가는 전관예우 관행이 지목된다. 고위 관료들은 이들 민간 기구가 자신들을 영입하는 이유가 고유 업무 외에 정부부처의 감리·감독을 회피하거나 느슨하게 하는 로비 역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서 양자 간의 적나라한 이해관계가 이런 잘못된 관행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전관예우의 관행은 해운업계뿐만 아니라 금융·건설·원전업계와 국방 분야 등 국책사업이나 정부의 감리·감독이 행해지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부정·부패 내부단속은 단기효과에 그쳐
지방자치단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각종 부패와 비리를 뿌리 뽑는 데 모든 정부부처,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내부 단속은 단기간에 실효를 거두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유착관계를 끊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만큼 잘못된 관행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함께 침몰한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정경유착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정부는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고 유사 업종에 고위 관료의 재취업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민관 거버넌스(공공경영)를 구축해 민관이 제도적으로 상호 소통, 협조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노진철(경북대 사회학과 교수·국가위기관리학회장)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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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