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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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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에 생각을 나누면서 이해하는 소통의 장이죠.” 경기 부천에서 가족 독서동아리 ‘한씨네’를 운영하는 한인수(55) 씨는 “가족 독서동아리는 수직적 가족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씨네’는 형제자매 등 5남매 부부로 구성된 가족 독서동아리이다. ‘자녀 학습용’ 모임이 아니다. 어른들끼리의 순수한 독서모임이다. 5남매 부부 독서모임은 막내 여동생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한 씨는 “1년에 몇 차례 집안행사 때문에 모임을 갖는데 독서토론모임을 하던 여동생이 가족 독서모임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던 차에 토론하는 과정에서 형제간의 우애도 돈독해질 것 같아 바로 시작했다”고 했다.

한 씨는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을 갖기로 하고 2012년 5월부터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2년을 넘긴 현재 개인적으로 읽은 책을 제외하고 그의 가족들이 토론을 위해 읽은 책만 20권이 넘는다. 그는 “강제성이 있지만 책을 자주 접하면서 온 가족이 독서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며 “한 달에 4~5권가량 읽는 형제도 있다”고 말했다.

‘한씨네’를 매개로 가족 간 긍정적 변화가 온다고 그는 강조한다.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공통의 대화 소재가 생기게 됐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됐다. 특히 우리는 독서 토론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고 오해는 줄여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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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 갖게 하고 100퍼센트 참여 유도가 가장 중요

하지만 가족 독서동아리 운영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고민이 가족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는 “참여를 강요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임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궁리 끝에 한씨는 우선 독서토론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했다. 비록 가족 독서토론 모임이지만 전문성을 띠게 된다면 흥미로운 모임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어떤 책을 선정할지, 토론 주제는 어떤 것으로 할지, 토론 방식은 어떻게 할지 등 준비할 부분이 많았다”며 “독서토론 운영에 관해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곳에서 독서 주제나 논제를 선정하는 방법, 책 선정 방법, 토론하는 요령 등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4개월간 독서토론과 관련한 전문적 지식을 습득한 한 씨는 가족 독서동아리 운영의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책 선정부터 논제선택에 있어서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었다. 그는 “책을 선정할 때는 SNS 회의를 하기도 하고, 설령 책을 읽지 않고 참석하는 경우에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일반적 논제를 만들었다”며 “논제도 한 사람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준비하도록 해 모임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 주제는 10개 정도 뽑아 자유토론(3~4개), 찬반토론(2~3개) 등으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한 씨는 책 선정에서도 나름의 기준을 만들었다. 특정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소설, 인문학, 순수문학, 역사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돌아가면서 선정하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서적이나 자기계발서 등은 피한다는 것. 그는 “주변에서 추천받은 도서를 선정하기도 하고, 출판업계의 추천도서 목록이나 언론에서 소개한 신간도서 등도 참조한다”며 “하지만 ‘부지런해라, 대인관계를 원만히 해라’ 등과 같은 글이 적힌 자기계발서는 토론 자체가 안 될 수도 있어 선정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씨의 뜻대로 가족 독서모임이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가족끼리의 모임이다 보니 독서동아리로서의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동아리의 지속성에 우려가 생겼다. 한 씨는 “각자의 일정이 있고, 참석을 못할 수도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구성원 숫자가 적어 정말 조촐한 모임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오래 지속되는 모임을 만들기 위해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씨네’가 다시 결속되는 계기가 생겼다. 지난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전국 100개 팀을 선정했는데 경기도 15개 팀 중 ‘한씨네’가 선정돼 도서구입 비용, 모임 공간 대여료 등의 명목으로 1년간 100만원 정도 지원을 받게 됐다”며 “이 일이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했다”고 말했다. 지원을 받다 보니 매달 보고를 하게 되는데 그런 것이 강제적으로라도 책을 읽게 만들었고 나태함을 없애줬다는 이야기다.

한 씨는 가족 독서동아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책은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논제는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해야 토론이 재미있고 활발해진다. 그것이 안 되면 책을 읽고 모임에 와도 수다로 끝날 수 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100퍼센트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씨는 가족 독서동아리를 확대하고 싶다고 했다. 자녀들까지 참여시키고 각 가족들끼리 소모임을 하며 1년에 두 차례 가족발표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무슨 일이든지 재미가 있어야 한다”며 “다양한 방식을 통해 책 읽는 즐거움을 가족들이 느껴야 진정한 독서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최재필 기자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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