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촉촉한 봄비가 숲길을 적신다. 낮은 기온 탓에 아직 봄옷을 채 걸치지 못한 나무들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고요한 숲에 ‘봄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개를 내민 꽃망울과 나무의 푸른 새순이 봄 맞을 채비를 서두른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뒤로하고 이제 막 봄기운을 내뿜기 시작한 이곳은 2011년 8월 산림청이 세운 ‘치유의 숲’이다. 건강 측정실, 열·물 치유시설 등을 갖춘 포레스트 힐링(Forest Healing)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숲길이 이어져 있다.
빡빡한 도심을 벗어나 이곳의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명상을 즐기다 보면 마음이 건강해지고 면역력마저 높아진다. 묵은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릴 수 있는 대표적인 ‘힐링 명소’다.
청태산 치유의 숲은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남성·여성·장애인용 등 3개 열 치유실은 100퍼센트 황토방으로 꾸몄고, 치유시설들은 모두 편백나무·황토·한지 등으로 마감했다. 산림치유전문가와 함께 숲길을 걸으며 평소 몰랐던 꽃과 나무에 대해 공부하고 몸에 이로운 워킹법과 트레킹법도 익힐 수 있다. 개장 이후 현재까지 약 4,600여 명의 방문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3킬로미터 숲길을 11개 노선으로 조성
숲길은 총 23킬로미터로 구성돼 있다. 경사도에 따라 크게 느린 휴식 치유숲길, 걷는기쁨 치유숲길, 자연누리 치유숲길로 나뉜다. 이용자의 건강 상태와 경사도 등을 고려해 선택하도록 11개 노선으로 조성돼 있다.
“숲에 오니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나요? 숨을 크게 내쉬어 보세요. 숨이 빠져나간 공간을 숲의 기운이 가득 채울 겁니다.” 산림치유전문가 황범순(48)씨의 인도에 따라 본격적인 숲길 체험에 나선다. 촉촉하게 젖은 땅 위를 걸으니 발끝에 부드러움이 전해져 온다. 빗방울에 사각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곧게 뻗은 침엽수 사이에 퍼지는 상쾌한 향이 오감을 자극한다.
“피톤치드 향이에요. 청량하죠? 숲의 의사라고 불리죠.”
앞서 걷던 황씨가 웃으며 말했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나무가 병원균·해충·곰팡이 등에 저항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로, 주로 침엽수 등에서 방출된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낮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주성분인 ‘테르펜’은 독성을 중화시키고 가려움증을 완화시켜 아토피 치유에도 효과적이다.
편백나무와 전나무가 가득한 평화로운 숲 속에서 잠시 명상에 잠긴다. 피톤치드 덕분일까? 갑갑한 가슴이 확 트이고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하늘 높이 솟은 침엽수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가느다란 빗방울이 싱그럽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빗속 숲길만큼 운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청량한 향기와 상쾌한 공기, 땅을 적시는 물방울 소리까지 어느 하나 놓칠 게 없다.
산림치유는 숲의 향기·소리·경관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이다.
최근 산림 환경이 각종 질병의 원인인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산림치유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009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81.5퍼센트, 질환자의 78.5퍼센트가 산림치유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산림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독일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숲 교육이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독일인들은 유아 때부터 자연스럽게 숲 생태교육을 받고, 치료가 필요한 성인들은 숲 요양센터를 찾는다. 독일에는 숲 치유 요양지가 370여 개나 된다.

국공립 치유의 숲 23개 2017년까지 추가 조성
스위스 역시 1968년부터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숲 단련길을 조성했다. 현재 스위스 전역에 500개의 단련길이 있다.
일본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생리적·심리적 긴장완화 효과가 있는 산림을 삼림세라피기지(forest theraphy base)로 지정해 운영한다. 지난해 기준 삼림세라피기지는 48개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국립 치유의 숲은 경기도 양평 산음 자연휴양림, 전남 장성 치유의 숲, 청태산 치유의 숲 등 세곳으로 모두 산림청에서 관리한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국립 치유의 숲 6개를 추가로 개소하고 공립 치유의 숲 17개를 추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산림치유에 대한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더 많은 사람들이 치유의 숲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와 더불어 2017년까지 산림치유지도사 500여 명을 양성하고, 20만 명에게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침엽수림을 빠져나와 이번에는 일명 ‘거울길’이라 불리는 숲길로 들어선다. 나무 데크 양옆으로 전신거울이 놓여 있다고 해서 ‘거울길’이라 불리는 곳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어떠신가요?
행복한 얼굴을 찾는 시간입니다.” 거울 앞에 선 황범순씨가 소리내어 웃기 시작한다. 분주한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웃음으로 날려버리고 평온한 숲 속에서 행복한 자아를 되찾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낯선 듯 쑥스러운 표정을 짓던 사람들이 이내 행복한 미소를 보인다. 원주에서 온 이상수(62)씨는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웃으니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웃음 치료 후에는 원시로 돌아가 맨발로 땅을 밟는 시간이 이어진다. 부드러운 흙에 솔잎이 쌓여 있어 맨발로 걸어도 편안하다. 원주에서 온 주부 이인자(50)씨는 “발이 전혀 아프지 않다”며 “오히려 발을 통해 숲의 기운이 온몸에 전달되는 것 같아 상쾌하다”고 말했다.
숲 속 활동이 끝나면 힐링 센터로 돌아간다. 먼저 지하층의 물 치유실로 내려가 30센티미터 정도 물을 담아놓은 탕을 줄지어 걷는다. 흙 묻은 발을 씻고 마음에 휴식을 주는 시간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퐁당퐁당’ 노래를 부르고 박수도 친다.
힐링센터엔 열·물 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
다음에는 황토찜질방인 열 치유실에 들어가 찜질을 한다. 수축된 근육을 45도가 넘는 뜨거운 열과 스트레칭을 통해 이완시킨다. 묵은 피로가 시원하게 씻기는 기분이 든다. 몸의 피로를 푼 후에는 1층에 비치돼 있는 건강 측정실을 이용해 혈압 등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2층에 마련된 요가와 명상 치유실에서 편안한 휴식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방문객들은 청태산 치유의 숲 인근에 위치한 숲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숲속수련장, 숲체원 등을 찾아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청태산 치유의 숲은 회당 10~15명을 대상으로 3시간과 6시간 코스로 진행된다. 40명이 넘는 단체 방문객의 참여도 가능하다. 참가 비용은 무료다.
올봄 도심을 떠나 편백나무 숲에 기대 조용히 눈을 감고 숲의 기운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피톤치드가 내뿜는 청량한 향과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따뜻한 햇살은 숲이 주는 최고의 ‘힐링 선물’이다.
글·백승아 기자 /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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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