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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사물끼리 인터넷… “혼자서도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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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어느 날. 아침 9시 출근을 위해 6시에 일어나는 A씨. 매일 기상 시간은 똑같지만 늘 알람시계의 도움을 받는다. 내일은 오전 7시 조찬모임이 있으니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A씨는 굳이 알람을 5시로 변경하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알람은 5시 반에 울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A씨가 조찬모임을 휴대폰에 입력하는 순간 이 일정은 알람시계에 보내진다. 그런데 알람시계는 그 외에 더 많은 정보들을 수집해 최종적으로 5시 반에 울린 것이다. 조찬모임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 그 사이 주유해야 하는 시간, 밤 사이 쌓인 눈을 치우고 예열을 해야 하는 시간 등을 모두 계산한 것이다.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에 있는 휴지통은 늘 차고 넘쳐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청소차가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휴지통을 비워준다고 하지만, 어떨 때는 텅텅 비어 있는 휴지통이 도로 주변까지 흘러 넘칠 정도가 돼 종잡을 수가 없다. 만약 휴지통이 청소차에 상황을 알려준다면 어떨까? 한 벤처기업은 휴지통이 80퍼센트 정도까지 차면 인근에 있는 청소차가 즉시 수거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바로 사물(事物)인터넷을 이용해서다.

이렇게 사물들이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작동하는 것을 사물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이라고 부른다. 사람 중심의 인터넷이 사물 중심의 인터넷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대는 이미 열렸다. 스마트폰이 집에 있는 보일러를 틀고 밥솥을 작동할 수 있는 시대다.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에 한 발짝 내디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IT) 전문회사 IBM은 2009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사람이 사용하는 디바이스보다 각종 센서, 카메라, 자동차 등 일명 사물로 일컫는 디바이스들이 인터넷에 더 많이 연결되기 시작했다”며 이를 사물인터넷의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물인터넷 서비스가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BI인텔리전스’는 오는 2018년 사물인터넷 연결기기가 90억 대에 이를 것이라고 바라봤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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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시스템 오작동·해킹 방지가 숙제

사물인터넷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에서는 세제가 떨어지면 세탁기가 쇼핑몰에 세제를 주문하고, 자동차는 스스로 교통 흐름을 감지해 개선할 수 있고, 인체에 부착된 센서는 환자와 의사에게 질병 예방이나 위험을 경고할 수도 있다. 온도·습도·조도를 측정하는 센서는 대기와 대지의 상황을 측정해 가뭄이나 홍수의 위험을 농부에게 경고함으로써 농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 경제잡지 <포브스>는 미국에서 사물인터넷 기능을 접목한 기저귀·주사기 등 건강관리에 쓰이는 다양한 물건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3‘미모(Mimo)’는 아기의 호흡과 피부 온도, 잠자는 자세, 활동량 수준 등의 정보를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제품이다. 특수 제작한 기기가 부착된 아기용 내복과 소프트웨어세트로 구성됐다.

‘픽시사이언티픽’이 개발한 ‘스마트 기저귀’도 화제다. 소변 성분을 특수 센서가 분석, 질병 감염 여부나 일상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해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타이어에 RFID를 부착한 특수 태그를 개발·적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타이어의 제조 이력·품질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해 정품 여부는 물론 교체 주기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중견기업인 모뉴엘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센서가상머신(SVM) 기술을 적용해 아기돌봄 제품 ‘배블(Babble)’을 개발, 지난 1월 열린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4)에 선보였다. ‘배블’은 아기 울음소리 등을 분석해 아기의 상태를 진동형 웨어러블 워치로 전달해 준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편리한 사물인터넷은 개인정보 유출과 시스템 오작동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가 오고 갈 사물인터넷 시대에 해킹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기존 인터넷 환경보다 해킹에 노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선인터넷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유선인터넷과 달리 무선인터넷은 어디서 데이터가 유출되고 해킹 공격이 시도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곳곳의 센서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해커들의 타깃이 되기 쉽다.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편리한 서비스들이 늘어나는 만큼 그 부작용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3월 3일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사물인터넷 정보보호 정책 프레임워크 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물인터넷,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글·문보경(전자신문 기자)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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