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광주에 사는 주부 한지연(32·사진) 씨는 세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었다. 그가 7년 동안 다닌 직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 한 씨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재취업 교육프로그램과 새로운 직장을 소개해주고 워킹맘들의 고민을 들어줬다. 한 씨는 일욕심이 많았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사무실을 청소했고 다음날로 일을 넘기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육아와 일 사이의 갈등은 숱한 ‘경단녀(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독려하던 한 씨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민이 늘었다. 일을 그만두면 남편 봉급만으로 빠듯하게 살아야 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도 한번 일을 그만두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불안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견뎌보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해 보고 단축근로도 해 봤다.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며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몇 개월을 고생하기도 했다. 수개월 동안 야근이 있는 날마다 아이돌보미 아주머니에게 “한 시간만 더 봐주시면 안 돼요? 아니면 30분만”이라며 통사정도 해 봤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키로 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업주부가 된 지 5개월. 한 씨는 둘째 계획과 재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를 생각하고 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끊어진 경력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한 씨는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정부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둘째 아이와 재취업을 동시에 노리고 있는 한 씨에게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현실에 견줘 이번 지원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생애주기별 지원정책이 워킹맘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나?
“무엇보다도 아이를 낳고 기르고 직장을 얼마나 어떻게 다니느냐는 걸 계획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전에는 지원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내가 정말 지원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항상 궁금했어요. 정부가 워킹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되죠. 정부가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로에 대한 회사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거든요.”
재취업하면 아이돌봄 서비스를 우선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번 정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반가워요. 워킹맘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아이들 맡길 곳이잖아요. 출근하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오후 5시 이후에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받으면 큰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돌봄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시간대는 저녁 이후 3~4시간인데, 이 시간을 맡아줄 돌보미 분들은 별로 없어요. 종일제라고 해도 오후 6~7시면 서비스가 끝나는데, 이후에는 시급을 훨씬 더 드려야 해서 부담이 돼요. 저녁시간대 아이돌봄 서비스를 기본 시급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좋겠어요.”
둘째가 생겼을 때 본인에 이어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면 첫달은 통상임금의 100퍼센트를 지급받게 된다.
“급여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한결 부담이 줄어요. 첫째 낳고 육아휴직을 쓸 때는 봉급의 약 40퍼센트 정도를 받았어요. 너무 급여가 적어서 그냥 육아휴직을 쓰지 말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어요. 남편도 육아에 관심이 많았지만 포기했고요. 그런데 남편 육아휴직시 첫달에 월급을 그대로 다 받을수 있다니 놀랍지요.
한도가 150만원이라고 하던데 그 정도면 남편이 육아휴직을 해도 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출산 후에 최대 2년 동안 근로시간을 줄여주는 단축근로 제도가 활성화된다.
“전에 단축근로를 두 달 해 봤어요.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했는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도 일찍 찾아올 수 있어서 편했죠. 그런데 그때는 사실 다른 직원들에게 눈치가 좀 보였어요.
다들 일하고 있는데 나 혼자 슬쩍 빠져나오는 것 같아 미안했죠.
4시 퇴근이라고 하지만 조금만 일을 더하면 6시가 됩니다. 그런데도 월급은 60퍼센트밖에 못 받아요. 그래서 단축근로를 길게 하는 엄마들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최대 2년 동안 단축근로가 가능해지면 엄마들이 이 제도를 더 많이 활용할 것 같아요.
서로 눈치 볼 필요가 없어지게 돼 마음 편히 퇴근할 수 있게 되겠지요.”
비정규직으로 육아휴직을 한 뒤 복귀하면 정부가 사업주에게 계속고용지원금을 지원하므로 사업주들이 비정규직 엄마들을 회사로 다시 불러들이지 않을까?
“회사마다 입장이 다를 것 같아요. 회사에 얼마나 많은 메리트를 지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일하려는 사람들이 넘치는 때잖아요. 회사가 계속고용지원금 때문에 육아휴직하고 돌아오는 엄마들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고, 그런 게 있어야 나중에라도 지원금이 보다 확대되지 않겠어요?”
글·박상주 기자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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