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한국서 받은 사랑 되돌려주고 싶은 맘

1

 

“이거 아주 맛있네. 고마워요, 애기엄마.” “한국에서 살려고 멀리서 온 처자들이 고생이 많을 텐데, 이렇게 음식까지 대접해주고, 고마워.”

9월 12일, 대전 서구 월평동 사회복지관에 모인 100여명의 지역 노인들은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음식으로 배불리 식사를 했다. 필리핀식 잡채인 판싯, 베트남 튀김만두인 짜조, 인도네시아식 닭가슴살볶음밥 등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대접을 받은 노인들은 “동남아 음식은 처음 먹어보는데 생각보다 한국 음식과 비슷하고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차려진 음식은 이주 여성들로 구성된 요리봉사단 ‘아이엠아시아(I’m Asia)’가 만들어 내왔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대전에 정착해 살고 있는 아이엠아시아 봉사단원들은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이주 여성들이다. 대개 사회적 지원을 받는 입장이던 이들이 되레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몇몇 이주여성들이 대전 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에서 조리사 자격증을 따면서부터였다.

요리사로 취직할 수 있겠다는 부푼 기대감도 잠시뿐 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한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거나 허드렛일만 주어지는 등 식당에서의 고용 차별은 심각했다.

실망한 이주 여성들을 본 복지관 관계자들은 “이주 여성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식당을 우리가 직접 운영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런 아이디어로 고용노동부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청년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응모해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지난해 4월, 지원받은 자금으로 ‘아이엠아시아’라는 사회적기업 식당을 열었다. 현재 자격증을 딴 이주 여성 7명이 이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요리봉사 활동은 식당에 취업한 여성들이 “한국에서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다”고 자원해 시작됐다. 요리를 배우면서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며 뜻있는 이주 여성들이 하나둘 모였다. 아이엠아시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20여 명의 사람들로 출발한 다문화주부 요리봉사단은 올해 5월부터 한달에 두 번씩 봉사활동에 나섰다. 지역 복지관으로 찾아가 무료 급식을 먹는 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을 식당으로 초대해 아시아 요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추석을 맞아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행사도 벌일 계획이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아이엠아시아 식당으로 초대해 아시아 요리를 대접한다.

이웃을 돕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이지만 몸은 고되다. 100인분이 넘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식당 직원들은 평소보다 3~4시간 일찍 출근해 쉬는 시간도 없이 재료를 다듬는다. 전업주부인 봉사단원들은 시댁 어른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와 소매를 걷어붙인다. 요리에 능숙한 아이엠아시아 직원들이 주축이 되고 봉사단원들은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우며 일을 돕는다. 칼을 오래 잡아 손에 물집이 잡히고 무거운 음식 그릇을 드느라 허리도 아프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등 출신 지역은 각기 다르지만 단원들은 요리 봉사를 하며 친구가 됐다. 이제는 요리를 준비하며 서로 별명을 부르고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2

 

“봉사활동 통해 어엿한 한국 사람이 됐다는 자신감 얻어”

요리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은오인리친(한국명 송미선·29·베트남 출신)씨는 “동네에서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면 집에서 식사를 잘 못하실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요리를 해 음식을 많이 만들어 가면 늘 맛있게 들어주셔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한국 생활 9년 차라는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이엠아시아의 요리사다.

“가게 일은 힘들기보다 재미있어요. 고향 음식도 만들고 돈도 벌고. 무엇보다 출신에 따른 차별이 없다는 게 제일 좋아요. 한국 사람들 도움으로 취업도 하고 한국어도 배웠으니 우리도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봉사를 시작했죠.”

다문화주부 요리봉사단의 가장 큰 성과는 이주 여성들도 동등한 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대전 시민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가장 보수적인 노인들조차 이주 여성들의 활동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주 여성 본인들도 “봉사활동을 하며 어엿한 한국 사람이 됐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소감을 전한다.

대전 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 김준구 사무국장은 “다른 식당에서 일하는 이주 여성들에게서 공공연히 차별과 무시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정부의 지원도 많고 제도적 차원의 개선도 이뤄졌지만, 시민들의 인식 개선은 더 노력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글·박미소 기자 2013.09.16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