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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차근차근 한글 실력 쌓는 모습에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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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훈(42·여)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대우전임강사는 14년째 ‘한우물’을 파고 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이화여대에서, 이후로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으로 자리를 옮겨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에는 최 씨 같은 전문강사만 70여 명이나 있다.

이화여대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의미론)를 받은 최 씨의 꿈은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단에 서는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연한 기회에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됐고 어느덧 13년이 흘렀다. 일주일에 수업시간이 20시간 정도이니 지금까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시간만 어림잡아 1만시간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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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외교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려고 노력한다”는 최 씨를 9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힘도 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며 수줍게 웃었다.

어떤 계기로 외국인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됐나요.

“정식으로 강단에 서기 전에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외국인들을 가르쳤습니다. 본격적으로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석·박사 과정 때 함께 공부하던 친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친구가 외국인들을 가르쳤거든요. ‘친구 따라 강남 갔다’고나 할까요. 해 보니 외국인들을 가르친다는 게 생각보다 매력 있는 것 같더라고요. 외국인들에게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알리는 일이 의미도 보람도 있고요.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박사학위까지 받았을 때는 대학강단에 서는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을 텐데 아쉬움은 없는지요.

“아쉬움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일 테고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았던 것 같아요. 후회보다는 이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 큽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저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는 것 아니겠어요?”

한국어교육센터의 수강생들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20대 초반의 수강생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부는 아닙니다.

재일동포들 중에는 60대 어르신들도 더러 계시거든요.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수업을 듣는 셈이죠. 국적도 미국·유럽·동남아시아·일본·중국 등 매우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중국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분이라 한글날에 대한 감회가 다를 것 같습니다.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우리말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좋은지 새삼 깨닫습니다.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에게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됩니다. 제가 이 일을 하는 게 무척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어학 전공자라 ‘직업병’ 같은 것이 있을 법한데요.

“길거리에서 간판이나 광고문구 틀린 것을 보면 꼭 고쳐주고 싶어요.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의 필기에 오자가 보이면 바로 지적합니다. 지읒이나 치읓 같은 것을 많이 틀리는데 그냥 넘어가지 못해요.”

우리말 오염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일부 개그프로그램 등에서 신종 유행어를 자막으로까지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법에 틀린 방송 자막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신문 기사도 가끔 눈에 띄는데 이런 것들도 개선돼야겠죠.”

외국인들을 가르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초급과정의 학생들은 ‘선생님’을 ‘생선님’이라고 부르기 일쑤예요.

외국인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자기네 모국어로 대화를 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다 알아듣는 척하면 깜짝 놀라요. ‘선생님은 일본어나 중국어까지 잘한다’는 거죠. 사실은 눈치로 아는 체할 뿐입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단기간에 한국어 실력이 늘기 어려우니까요.”

‘한글 전도사’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처음 강단에 섰을 때만 해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엔 점차 늘고 있어요. 현장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실감합니다. 동시에 보람과 책임감도 느끼고요.”

최지훈 씨는 14년째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일주일에 20시간가량 강단에서 분필을 잡고 있고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진 않다. 개인적으로는 연구활동이 부족했다. 얼마 전 선배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읽기> 100권 시리즈에 참여한 것도 그때문이다.

“앞으로는 현장의 경험과 전공을 접목시켜 한국어 교육에 도움이 되는 연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최지훈 씨의 말끝에 힘이 실렸다.

글·최경호/사진·김상호 기자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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