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성북구 삼선초등학교 정문 맞은편에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함께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라고 쓰인 간판이 달린 곳이다. 7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DJ박스, 지점토 작품, 바이올린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잠시 멈춰 서서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되는 삼선동의 ‘명소’다.
“그림을 그릴 때는 자세가 중요해요. 허리를 바로 세우고 일직선을 그려보세요.”
“선생님, 연필을 이렇게 잡고 하면 돼요?”
“선이 정말 좋아요. 그렇게 가로, 세로로 계속 그리면 돼요. 처음엔 지겨워도 이게 스케치의 기본이에요.”
“제가 잘하는 거예요? 난 우리 딸보다 그림을 못 그리는데…. 정말 소질이 있어요?”
“방법을 알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어요. 일단 자세가 좋아요. 스케치를 잘 하면 수채화도 잘 그릴 수 있어요.”
7월 10일, 이곳을 찾았을 때는 미술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미술강사 홍석호(45)씨가 강습생들에게 데생 방법을 가르쳐주는 중이었다. 한상미(37·주부)씨는 “학교를 졸업하고는 미술수업을 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늦게나마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이곳은 ‘함께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의 회원들이 모이는 일종의 사랑방이다. 이 공동체가 시작된 데는 ‘놀토(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가 큰 역할을 했다. 2005년부터 전국의 초·중·고에선 ‘놀토’가 시작됐다.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의 목표였지만 주말에 일해야 하는 부모들에게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함께 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 김준용(48)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그는 주말에도 가게를 봐야 했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몇몇 엄마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마술, 연극 등과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외부에서 강사를 초청해 동네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하면 굳이 애들을 데리고 나갈 필요가 없잖아요. 특히 맞벌이하는 엄마들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죠. 그렇게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차츰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고, 또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시작했어요. 지난해에는 사단법인으로 정식등록을 했고요. 현재는 110여 명의 학부모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이 공동체는 아이들을 위한 기타, 미술, 역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에게 이런 강의들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효자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음악, 미술을 가르치려면 적어도 수십만원이 넘게 드는데 이렇게 공동체를 꾸려서 하면 훨씬 저렴하게 가르칠 수 있다”며 “이 지역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특히나 학원비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들에게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빠 밴드·라디오 방송 등 문화활동도 활발
‘함께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는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소중한 배움터다. 어머니들은 편집기술을 배워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아빠 밴드’를 결성한 아버지들은 퇴근 후 연습실로 가 색소폰·드럼 등을 연습한다. 김수현(45·주부)씨는 “처음엔 방송 원고를 작성하는 게 낯설었지만 하다 보니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됐다”며 “이런 활동들을 통해 엄마들과도 친해지게 돼 지역주민들 간 사이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지역 내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것도 이 모임의 중요한 활동이다. 지난봄부터는 이 모임 회원 20명과 지역 내 소외된 노인 20명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일촌 맺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르신들은 구청에서 관리를 잘하지만 그 외에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적어도 우리가 사는 동네에선 ‘고독사’로 죽는 노인이 한 명도 없도록 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은 ‘일촌’들의 집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정을 쌓아간다. 그는 “혼자 사시는 80대 할머니와 일촌을 맺고 있는데 피붙이도 아닌 사람이 자신을 챙겨주는 것에 대해서 너무 고마워하신다”고 말했다.
‘함께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는 앞으로 아이, 학부모, 노인 등 다양한 지역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 이제는 조금씩 마을을 바꾸는 일로 확대된 게 신기하면서도 기쁘다”며 “삼선동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게 우리 공동체의 목표”라고 말했다.
글·김혜민 기자
함께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 cafe.daum.net/sbvc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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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