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어서 오세요. 무엇을 드릴까요?”
“아이스아메리카노 기본 한 잔과 더블샷 한 잔 주세요.”
5월 14일 오후 2시 리브가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커피숍에 손님 두 명이 들어왔다.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자 즉석에서 커피를 만들어 내놓는다. 여느 커피숍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 매장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 수익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리브가앤컴퍼니는 고용주와 아르바이트생의 관계가 가족이나 친구와 같다. 김세호(34) 리브가앤컴퍼니 대표가 자신 있게 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익만 내기 위해 만든 회사였다면 노동의 생산성에 따라 사람을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리브가앤컴퍼니는 그런 회사가 아닙니다. 직원들과 한 울타리에서 먹고 즐기며 일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니까요.”
리브가앤컴퍼니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기업이다.
지난 2011년 5월 뜻이 맞는 같은 교회 청년부원 다섯 명이 모여 회사를 창립했다. 결혼 이주 여성이나 청년 장기실업자,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몽골 근로자 자녀학교인 재한몽골학교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게 목적이었다.
김 대표는 “재한몽골학교를 짓기 위해 서울시로부터 부지를 기부받았지만 운영기금이 부족했다. 후원으로만 학교를 운영하기는 어려웠다. 자생할 수 있게 해보자는 차원에서 기업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또 청년실업문제 해소에도 다소나마 도움이 되고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하고 싶었다”며 리브가앤컴퍼니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 하지만 시작은 미미했다. 교회 마당 한편을 빌려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사무실로 사용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주위의 도움을 받아 현재는 어엿한 매장이 네 곳이나 된다. 광장동에 세 곳, 강남에 한 곳이 있다. 광장동 매장 한 곳과 강남점 매장 한 곳은 커피숍으로 운영하고 있고, 다른 광장동 매장 한 곳은 외식업을 병행하고 있다. 또 다른 광장동 매장은 5월 말쯤 수제햄버거 가게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2년 만에 커피숍 등 매장 네 곳으로 늘려
현재 리브가앤컴퍼니는 원두유통, 커피매장 운영, 외식업 등을 통해 월 매출 2천만~4천만원, 500만~60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일부를 재한몽골학교 운영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창업 때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중이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일자리가 필요한 취약계층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회사에 자리를 만들어 그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한 장애인과는 6개월째 근무 중이며 최근에는 이란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을 채용해 함께 일하고 있다.
고용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함께 식사를 하고 회의에도 참석하게 하는 등 아르바이트생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대표의 등에 업히기도 하고 함께 장난도 친다.
갑을 관계로 얼룩진 여타 기업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김 대표는 “직원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완벽하게 잘 되고 있다고 확신을 갖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브가앤컴퍼니는 함께 근무하던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년간 리브가앤컴퍼니에서 근무한 지체장애인에게는 붕어빵 기계를 사 매장 마당 한편에서 장사를 하도록 했다.
큰 수익보다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지체장애인이지만 장사하는 수완이 좋았는지 가끔은 커피숍에서 일하며 받던 임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때도 있다고 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이 완전히 손에 익지 않아 시간이 날 때면 김 대표가 가서 옆에서 보살펴준다.
그렇지만 김 대표도 회사 창립 때 다잡았던 의지가 흔들릴 때가 있다고 한다. 금전적인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다. 장애인 한 명을 고용하면 장애인을 보살펴줄 사람도 함께 고용해야 한다. 업무 자체가 서비스업이다 보니 자칫 실수라도 하면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매출이 적을 때는 고민에 빠진다. 그럴 때면 함께 회사를 창립한 동생들이 옆에서 마음을 잡아준다.
“의지가 흔들릴 때면 ‘처음에 이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지 않으냐’며 동생들이 손을 잡아준다. 동생들의 마음이 흔들릴 때는 내가 잡아준다. 그렇게 회사를 영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고용이 매출에 손실만 주는 게 아니다. 매장 부근에 있는 대학생들이 장애인 고용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찾는 경우도 많다. 김 대표는 “장애인 고용이 매출 증가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며 “처음에는 장애인들의 서툰 서빙에 불친절하다며 불만을 표시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우호적으로 변했다. 오히려 이제는 장애인 친구들 덕분에 이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을 관계에 대해 “가족이라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노동 기계로 본다. 가족이라면 그런 마음을 갖지 못한다. 사람을 노동 기계로 보니 돈만 주는 갑, 돈만 받는 을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다. 사람한테 한 행동은 분명히 그대로 돌아온다. 잘하면 좋게 돌아오고 나쁘게 하면 나쁘게 돌아온다. 상처 주는 만큼 어떻게든 나도 상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글·박기태 기자 / 사진·원동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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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