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예절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합니다.”
이동후 도산우리예절원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예절 중 변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퇴계 이황의 15대 후손이다. 교직을 떠난 후 올바른 우리 예절을 전파하고 싶어 2005년 대구 중구에 예절원을 열었다. 그는 바꿔야 할 예절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공손해야 한다’는 수직적 예의를 꼽았다.
“예절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예절, 수평적 관계에서 하는 예절,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예절.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키는 예절은 거의 없죠. 윗사람들은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예의를 아랫사람들에게 실천해 보여야 해요.”
이 원장은 안동초등학교 교장이던 시절 학생들에게 먼저 예의를 지켰다. 학생들의 머리를 매일 쓰다듬어주고, 전교생 600여 명 중 90퍼센트 이상은 학생들 이름을 외웠다. 스승이 먼저 학생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쓰지 않았다. 그는 요즘 교권이 무너진 책임이 교사와 학교 측에 있다고 보았다.
“요즘 학교엔 사랑이 없어요. 교장이 교사를 사랑하지 않고, 교사는 학생들을 사랑하지 않죠. 이런 환경에서 무슨 예절이 지켜지겠어요. 복도에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교사들은 대개 ‘그거 주워라’라고 명령조로 말하고는, 학생이 듣지 않으면 ‘이 XX 말 안 들어?’가 튀어나오죠. 그래선 안 돼요. 먼저 예절을 실천하는 자세로 ‘○○야,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휴지 좀 주워주면 어떨까?’라고 해야 합니다. 스승이 사랑하지 않으면 학생과 교사는 스치는 관계로밖에 남을 수 없어요.”
그는 요즘 부각되고 있는 밥상머리 교육도 가정에서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근담(菜根譚)에서는 ‘부자자효(父慈子孝)’라고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예의라고 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자효부자로 잘못 알고 있죠. 예절 공부에 대한 오해를 없애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예의를 배워서 먼저 효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부모가 사는 모습이 곧 예절이에요. ‘아버지로서 아들을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 하고 고민하는 부모가 많이 나와야 아이들의 예절이 바로잡힙니다.”
아이들과 무조건 같이 놀아주는 걸로 사랑을 대신하려는 부모들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지적했다. ‘아버지가 친한 친구처럼 지내주면 된다’는 인식하에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친구 역할에만 충실하다는 것이다.
“부자간에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자식이 잘못된 길을 갈 때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아버지가 있어야 해요. 예부터 15세가 넘어야 칼 놀이나 전쟁놀이를 하도록 가르쳤습니다. 13세까지는 아름다운 정서를 길러주고 그 후에 용감함을 길러야 한다고 본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부모가 아이를 망칩니다. 장난감 권총과 칼을 사주고는 자녀가 그걸로 아버지를 푹 찌르면 죽은척해주며 놀아주는 걸로 예절교육을 대신합니다.
신(新)부자유친은 아버지가 자녀와 놀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학문적 토론을 나누고, 잠자리에서 ‘오늘 뭐 하고 놀았니’ ‘잘못한 점은 없었니’라고 대화를 나누며 자식을 끌어안고 자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있어 한 명의 놀이 친구로 전락해선 안 됩니다.”

“아이들에겐 부모가 사는 모습이 곧 예절이에요”
이 원장은 현대사회에 예절이 바로 서지 않는 이유로 ‘남 탓’을 꼽았다.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잦은 싸움, 이웃 간의 무관심 등은 서로가 모두 남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예절도 내가 먼저 해봐야 안다”며 “모든 원인을 나에게로 돌리고 난 뒤 예절을 실천하면 주변 환경이 변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新)삼강오륜이 기존 삼강오륜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강오륜의 기본 정신을 잇되 현대사회에 필요한 예절을 익혀서 태도를 바꾸면 된다는 주장이다.
모든 예절의 기본으로는 인사를 꼽는다. 이웃집끼리도 서로 인사말을 나누지 않고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는 현대인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다른 사람이 먼저 타게 하고 내릴 때 먼저 내리게 하는 게 기본적인 예의가 될 수 있어요. 특히나 출근길에는 서로 바빠서 쳐다보지도 않잖아요. 남이라 생각말고 이웃에게 먼저 ‘지금 회사 가십니까? 많이 바쁘겠네요. 잘하고 오십시오’라고 말을 건네면 싫어할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좋아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청소년에게도 그는 예의를 다해 대한다.
큰 소리로 떠들며 욕을 하는 청소년에게 다가가 목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잘생긴 녀석이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지적한다. 공공예절을 잘 지키는 학생들에게는 “자네들, 전부 다 양반집 자제들인 모양이네”라고 칭찬한다. 지금까지 이런 말을 하는 이 원장에게 반발하거나 대드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이 원장은 특히 친구나 가족 간에 부르는 호칭을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한 사이일수록 욕설을 쓰거나 막말을 하는 대화문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붕우유신, 장유유서가 이뤄지려면 서로 공경하는 호칭을 쓰며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新)삼강오륜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남에게 먼저 받으려 하지 않고, 내가 먼저 실천한다는 기본자세가 요즘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요.”
글·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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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