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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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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정보고 권오병(51) 음악교사가 난타팀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북이라도 치면서 마음속에 있는 걸 풀어보라”는 것이다. 학기 초 모집 공고를 붙이자 누가 권하거나 시킨 적도 없는데 많은 학생이 권 교사를 찾아왔다. 소심한 성격으로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학생들이 다수였다. 대인기피를 보이던 학생도 있었다. 권 교사는 이들을 뽑아 주중 하루 1시간과 토요일 오전에 연습을 거듭했다.

공부든 운동이든 뭔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늘 주눅이 들어 있던 학생들이었다. 그들에게도 북은 비교적 다루기 쉬웠다. 여러 북을 통해 얻은 울림과 조화에서 감동이 일었다. 권 교사는 장단이 틀리지 않도록 손바닥만 쳐주었다. 그리고 채궁의 잔떨림이 잦아들 때쯤 “잘했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학생들은 처음 듣는 찬사에 감동했다. 학급으로 돌아간 이들은 다른 친구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자신감이 성격을 바꿨다.

권 교사의 음악수업은 공연 준비 모임이다. 난타뿐 아니라 보컬 밴드, 바이올린 합주팀 등은 늘 공연을 목표로 연습한다. 음악실에는 작은 무대가 있고 늘 앰프가 켜져 있다. 권 교사가 “오늘 선생님 마음이 답답하다. 시원한 걸로 뽑아봐라”고 주문했다.

학생 밴드의 음악은 언뜻 들어봐도 솜씨가 나쁘지 않다. 드럼을 치는 학생에게 얼마나 오래 연습했냐고 물었더니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4년째”라며 “드럼 때문에 이 학교에 왔다”고 답했다.

경주정보고는 학생들에게 음악을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리더십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 음악을 배우고 악기를 익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년 전부터 지역사회 공연에 나가 기량을 펴고 있다.

경주 안압지 등에서 매달 공연을 하기도 했다. 1시간여의 공연 동안 밴드, 난타팀, 바이올린팀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주회를 가진다. 덕분에 레슨 한번 받아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명문대학 음악학과에 당당히 진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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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난타·바이올린팀 연주회 통해 자신감 길러

권 교사는 학생들이 음악을 배우는 과정만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지방의 실업계 아이들은 가난해서 한 번도 음악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악보를 읽을 줄 모릅니다.

독보를 못한다고 야단을 쳤더니 밤을 새워 운지 순서를 외워오더군요. 소질이 남다른 학생에게 피아노를 지원해주었지만 집이 좁아 피아노 놓을 공간이 없었던 적도 있어요. 그렇게 배운 음악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음악은 운명이죠.”

3경북 지역 한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한 바이올린팀이 4천여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당시 교육감은 “뭉툭한 머시마들 손에서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느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권 교사는 그날을 슬픈 감동으로 회상했다.

“버스 타고 오는 길에 아이들이 모두 엉엉 소리 내서 울었어요. 사실 실업계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까지 그런 박수와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경주정보고는 늘 공연을 많이 하려고 한다. 지방 실업계 아이들에게 공연 기회가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난타팀은 사물놀이패(계획 중)와 함께 경주정보고의 새로운 기대주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악예술강사 지원을 받아 만든 팀으로 서양음악과는 다른 색채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아직 대중 앞에서 공연할 기회를 한 번도 가지지 못했다. 지난 겨울 날씨 때문에 빈번히 공연이 취소된 것이다. 올해 공연을 하려고 해도 문제다. 처음 학교에서 사준 북 24개 중 온전한 것이 별로 없다. 남학생들 힘이 좋아서 북을 찢어먹기 일쑤여서다.

권 교사를 따르는 경주정보고 공연팀들은 ‘G(권)라인’이라고 불린다. G라인은 올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예술교육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새 북으로 운명적인 첫 공연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글과 사진·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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