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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젠 내복 입어도 “몸매는 S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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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만5천원? 에이~조금만 깎아줘~.”

“이거 만져봐~얼마나 보들보들해~못 깎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바지 하나를 두고 상인과 소비자 사이에 흥정 실랑이가 벌어졌다. “진짜 기모(起毛)라니까. 이거 입고 밖에 나가봐, 정말 따뜻해.” “그래도 5천원만 깎아줘.” 가게 주인과의 팽팽한 흥정 끝에 결국 물건을 사는 쪽이 이겼다.

광장시장이 겨울 채비에 한창이다. ‘기모 바지’ ‘보온 바지’ ‘발열 티셔츠’ ‘보온 수면양말’ 등 겨울 의류를 내놓은 가게 팻말이 입구부터 이어졌다.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흰색, 검정색을 비롯해 보라색, 주황색, 분홍색, 녹색… 거기다 꽃무늬까지. 속옷의 원형을 탈피한 내의들이 무한 변신 중이다.

11월부터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방한내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러 내의 중에서도 ‘얇고 쫀쫀한’ 재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볍고 신축성이 좋아서 몸에 착 달라붙어야 ‘S라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의가 내복 같아서는 안 되거든요. 셔츠처럼 입을 수 있고 쫄바지처럼 입을 수 있어야 돼요.” 광장시장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이제우(65) 사장의 말이다. 방한내의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과거 내복계 대표선수 격이던 ‘빨간 내복’도 시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내복은 촌스러운 것’이라는 정설이 깨지고 있다. 다양한 내의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미국 네브래스카에서 온 주디(56)와 캐서린(28) 모녀는 시장에 즐비하게 늘어선 방한의류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6개월 전부터 한국에 머물고 있는 캐서린은 “한국 전통시장을 돌아보는 걸 좋아하는데, 한국의 겨울이 굉장히 춥다고 들어서 옷을 보러 나왔다”면서 “다양한 디자인의 내의가 많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3광장시장에 나온 내복은 색상과 패턴이 다양했다. 이제는 내복을 아예 겉에서 보이게 입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목부분이 올라온 ‘터틀넥’이 대표적이다. 겉옷과 같이 겹쳐 입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가슴 부분과 양팔 부분에 속이 비치는 ‘검은색 레이스’ 원단을 사용한 내복도 있다.

김예리(주부·32) 씨는 레이스 원단 속옷을 계속 만지작거리며 “정말 예쁘지 않아요? 레이스가 달린 내복이라니. 셔츠랑 겹쳐서 입으면 예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아무래도 겨울에 겹쳐 입다 보면 몸이 둔해지는데 이렇게 얇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나오니까 그리 답답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매장 주인은 “목선을 드러내면서 팔과 다리, 허리 부분을 얇게 해 몸매가 더 잘 드러나도록 한 제품”이라며 “손목과 발목 끝단도 일반 옷처럼 만드니까 내복 같지 않게 보인다”고 말했다.

기능도 다양해졌다. 내복 원단에 쓰이는 재료는 공기, 솜, 양모, 실크, 초극세사 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착용감과 보온성, 피부 보호 등의 고기능을 갖췄다. 매장을 찾은 이춘복(가명·70대) 씨는 안경 너머로 꼼꼼히 옷감을 만져보며 비교했다. 이 씨는 “요즘에는 하도 좋은 내복이 많아서 뭘 사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네 살 손자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복을 산 박숙희(주부·62) 씨는 “예전에는 몇 번 빨면 보풀이 쉽게 일어나거나 정전기가 나서 온몸에 들러붙는 재질이 많았다”며 “그런 건 선물해도 욕먹을 수 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자가 입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부드러운 소재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손에는 귀여운 기모 장갑도 들려 있었다.

광장시장에 나온 남성들은 등산용과 레저용 고기능성 내복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건설업계에서 일하는 이동훈(가명·60대) 씨는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땀도 훨씬 더 잘 흡수되고 편해야 한다”며 레저용 레깅스를 집었다.

추위와 몸매를 동시에 잡는 고기능성 방한의류들은 특허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방한의류 관련 특허출원은 783건으로 매년 70여 건이 꾸준히 출원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신소재·가공기술을 활용해 고기능성을 더한 방한의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허청 서일호 고분자섬유심사과장은 “다양한 레저활동과 지구 온난화로 추위가 이어지는 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기능성 방한의류 발명의 특허출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박지현 기자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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