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눈 덮인 설원에 드문드문 침염수림이 솟은 스키 점핑타워 상공에 지적장애인 국가대표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하다.
이들을 독려하는 코치의 우렁찬 목소리가 메아리 친다.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스노슈잉(Snowshoeing) 국가대표 남녀선수 21명이 훈련하던 지난 1월 8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 점프대 주변 모습이다. 남녀 대표선수는 각각 11명. 몸 상태가 안 좋은 1명은 옆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스키 점프 국가대표선수들을 소재로 2009년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를 바로 이곳에서 촬영했다. 영화에서 동계올림픽 스키 점프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된 형 대신 지적장애인인 동생이 마지막 역전주자로 나선다. 하지만 동생은 착지 실수로 부상을 입고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다. 온갖 역경을 딛고 동계올림픽 최종 본선에 진출하기까지의 감동적 이야기를 영상에 담은 것이 그 영화다.


그러나 동계스페셜올림픽에는 스키 점프 종목이 없다. 만 8세 이상 지적·자폐성장애인 선수만 출전하기 때문에 이들의 안전을 위해 위험요소가 있는 종목은 제외하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인 스노슈잉 국가대표는 아슬아슬한 높이의 점프대가 아닌 안전한 착지장 눈밭을 달렸다. 하지만 바닥이 넓은 스노슈(Snowshoe·설피)를 신고 눈밭을 달리기는 일반인도 어렵다.
“걷지 말고 달려야지. 조금만 더. 그래, 잘 한다. 달려. 달려.”
독려하는 코치들의 목소리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 선수들은 헉헉거리면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지점에서 김덕영(48·은평대영학교) 감독이 힘내라는 의미로 연신 손짓을 했다. 훈련구간을 완주한 선수들은 강 코치와 손을 부딪치고는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손 부딪치기는 일종의 동기부여다.
“앉아서 쉬면 안 돼. 엉덩이 젖는다. 일어서, 얼른.”
김 감독의 엄포에 잠시 눈밭에 앉아 쉬던 남녀 선수들이 천천히 눈을 털며 일어섰다. 알펜시아에서 훈련중인 스노보드·알파인스키·크로스컨트리·스노슈잉 대표선수들은 지난 1월 6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매일 오전 9시30분~12시, 점심식사 후 다시 오후 2시30분~5시 훈련하는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스키 점프장 인근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단 24명(남 17, 여7)이 팀원들끼리 경기를 벌였다. 선수들은 서로 속도경쟁을 했지만, 감독은 속도보다 자세와 규정 준수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발을 앞쪽으로 나란히 하라”는 코치의 성화에 팔(八)자로 벌어졌던 스키가 다시 11자를 그렸다.
찬바람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라영찬(남·부산 덕포초등 6학년)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꼭 1등을 할 거예요. 저는 잘 타거든요. 아까도 중학생 형을 이겼어요!”라며 활기찬 얼굴로 말했다.
바로 옆 크로스컨트리 코스에서는 지적장애인 선수들이 비교적 짧은 거리를 왕복하며 훈련중이었다.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김미나(43·여) 감독은 한 선수를 거의 껴안다시피 하며 개인지도를 했다. 규정 지키기에 지친 선수들을 격려하고, 시합에 져 우는 어린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진행된 훈련은 오후 5시 가까이 되어서야 끝났다. 훈련을 마치고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은 최다혜(19·여·서울 잠신고) 선수는 “오늘 많이 추웠어요. 콧물도 났지만 (훈련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다리가 풀렸어요”라며 싱긋 웃었다.
스페셜올림픽 선수들은 하계대회와 동계대회에 모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알파인스키에 출전하는 김찬미(19·여·서울동촌학교) 선수도 그 중 한 명이다. 김 선수는 중학생 때 육상선수로 활동했다.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지난해 2월 열린 프레대회 개막식 때는 선수대표를 맡았다.
김 선수는 “높은 슬로프에 오르면 긴장되지만 출발하면 괜찮아져요. 내려오고 나면 빨리 다시 올라가 타야겠다고 생각해요”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친구들과 친해져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준비과정에서 김 선수와 친해진 손재원(15·남·부산 낙동중) 선수도 기대주다. 손 선수는 “옷에 태극마크가 달려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 선수는 곧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지급받게 된다.

스페셜올림픽 선수들의 훈련은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때문에 훈련은 늘 느린 걸음일 수밖에 없다. 알파인스키 종목의 정태연(42) 코치는 “일반인이 훈련 장면을 보면 답답해 못 견딜 것”이라며 담담한 미소를 띠었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보호자와 떨어져 합숙하는 선수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손길도 필요하다. 알파인스키 종목의 경우 선수 28명에 코치 7명, 자원봉사 5명이다. 대부분 특수학교나 복지관 현직교사들이다.
20여 년 전부터 장애인의 동계스포츠 교육에 힘써왔다는 알파인스키 오충환(51·주몽학교) 감독은 “아직 모든 여건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이만큼 오기까지 뒷받침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곳 지적장애인 선수들은 각 시·도에서 모인 엘리트들입니다. 우리가 키운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한 코치와 감독, 봉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대회가 끝나면 몇 분이라도 직접 찾아가 인사드릴 생각입니다.”
글·사진 남창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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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