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이제 어떤 로켓도 만든다” 자신감 충천

1

 

 

8

 

나로호는 액체 로켓을 쓴다. 액체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다. 이때 탱크에 저장한 저압의 연료와 산화제를 고압으로 연소실에 공급해야 한다. 이렇게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 ‘발사체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터보펌프’다. 사람 몸에 비유하면 피를 공급하는 심장과 같다.

외국에서도 터보펌프는 개발이 어려운 분야로 손꼽힌다.

1999년 발사에 실패한 일본의 H-II 로켓도 터보펌프의 공급장치 손상이 문제였다. 우리 역시 그동안 터보펌프 제작 기술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로호 전체 개발 과정에서도 돌파해야 할 난관 중 하나였다. 우리의 과학기술자들은 터보펌프 자체개발을 목표로 액체 엔진 관련 기술을 익히고 자립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30톤급 액체 엔진이 주 개발과제였다.

 

2

이 과제를 맡은 이가 김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터보펌프팀장이다. 2008년 김 팀장은 꿈에 그리던 30톤급 터보펌프 개발을 완료했다. 펌프 내 베어링을 제외하고 모든 부품의 설계·제작·시험을 국내기술로 완성했다. 물론 단번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2007년 해외에서 수행한 성능검증실험에서 김 팀장의 터보펌프가 폭발했다. 1년간 재설계와 부분품 시험을 거쳐 또 다시 성능검증실험을 거쳤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엔진은 전 작동영역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나타냈다.

항우연은 현재 30톤급 터보펌프 개발을 기초로 75톤급 터보펌프를 개발중이다. 2012년 시제품을 만들었다. 국내 시험설비가 완공되는 2014년 말 75톤급 터보펌프에 대한 성능시험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형 터보펌프는 향후 한국형 우주발사체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한국형 발사체가 오롯이 독자기술로 만들어지는 길을 닦는 일이다.

 

4

조인현 나로호체계종합팀장은 나로호 2단 로켓의 ‘발’ 역할을 하는 고체 ‘킥 모터’를 개발했다. 나로호는 발사 후 꼭 390초가 됐을 때 킥 모터를 작동시킨다. 1.6톤이나 되는 추진체(연료)를 담은 킥 모터는 마치 발로 도약하는 방식으로 추진력을 얻도록 하는 부품이다. 나로호 상단부를 움직여 과학기술위성 2호를 목표궤도에 올려놓는 역할을 담당한다.

조 팀장은 “나로호가 이륙하는 순간 킥 모터가 제대로 작동하기만 간절히 바랐다”고 말한다. 킥 모터의 우수한 성능은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 때 한 차례 증명됐다. 1차 발사는 실패했지만 이때도 킥 모터는 정상적으로 점화됐다. 이번 3차 발사에서 조팀장의 킥 모터는 톡톡히 제 구실을 했다. 나로호에 탑재한 위성을 우주 궤도의 제 위치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위성이 제 위치에 들어서지 못하면 수명이 극히 짧아지거나 교신이 끊긴다. 조 팀장의 킥 모터가 그런 우려를 한방에 날린 것이다.

조 팀장은 대우중공업에서 국내 최초 국산 기본훈련기인 KT-1 개발에 참여했다 비교적 늦은 1997년 항우연에 합류했다.

유체역학을 공부하고 연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유체와 연소를 모두 다뤄야 하는 킥 모터 분야를 맡게 됐다. 조 팀장은 “마치 운명처럼 킥 모터를 개발하게 됐다”면서 “한국은 이제 어디에든 장착 가능한 킥 모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로호 최상단은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 곧 페어링(Fairing)이다. 발사체가 궤도에 근접할 때까지 올라가면 페어링은 두 조각으로 분리된다. 올라갈 때까지는 단단히 고정돼야 하고, 필요할 때는 깨끗하고 완전하게 나뉘어야 한다.

 

6

이 페어링 담당자가 장영순 발사체구조팀장이다. 2009년 8월 25일 나로호 1차 발사 실패의 원인은 바로 페어링 분리 실패였다.

페어링 두 쪽 중 하나가 분리되지 않아 한 순간에 나로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당시 가장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사람이 바로 장 팀장이다.

장 팀장은 “1차 발사에 실패한 이후 사생활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나로호 실패의 장본인인 것처럼 온갖 비난을 혼자 감수해야 했다. 장 팀장은 이런저런 말을 귀로 들으면서도 늘 실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페어링으로만 400차례 넘게 실험을 거듭했다. 실험이 분명하게 성공해도 같은 실험을 계속했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번 나로호 3차 발사에서 페어링은 깔끔하게 작동했다. 정확한 시간에 완벽히 제 기능을 다했다. 장 팀장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얻은 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감”이라면서 “나와 우리 팀은 이제 어떤 발사체의 페어링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만들어지는 한국형 발사체는 100퍼센트 국산기술로 만들어지는 토종 로켓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성공한 나로호 2단 로켓의 페어링은 지름이 2.9미터다. 향후 만들어질 한국형 발사체는 이보다 굵은 3.3미터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페어링의 지름 2.9미터와 3.3미터는 작은 차이같지만, 이를 만드는 것은 몇 배 더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한의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장 팀장은 “400번이 넘는 실험에서 얻은 실력을 발휘해 3.3미터짜리 페어링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박상주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