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한국 우주개발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설립 이후 한국의 우주개발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성과가 1992년 8월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한 인공위성 우리별 1호다.
우리별 1호는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별 1호를 개발하고 운용하며 쌓은 자신감과 기술은 이후 우리 우주개발의 시금석이 됐다.
이후 연이어 우리별 2호·우리별 3호·무궁화위성·천리안위성 등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의 우주 진출은 국민에게 우주기술강국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위성 개발과 운용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한국 과학기술계의 과제는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발사체 개발에 집중된다. 발사체 기술 개발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위성 개발부터 궤도 진입, 운용까지의 전 주기적 인공위성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로켓’이라고 불리는 발사체 개발은 우리나라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요구되는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2002년 8월 ‘소형위성발사체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최초의 발사체 나로호 개발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약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이 사업의 목표는 100킬로그램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항우연을 포함한 45개 대학·연구소와 대한항공·삼성테크윈 등 150여 기업이 참여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우주개발 선진국인 러시아도 기술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나로호 개발은 예상 밖으로 여러 난관에 부닥쳤다. 1단(하단) 로켓 제작을 맡은 러시아 측의 요구로 두 번이나 개발 완료 시기가 수정되는가 하면 발사예정일도 네 차례나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원래 2008년 말이었던 발사예정일은 2009년 하반기로 늦춰졌다.
발사예정일 연기에도 2009년 6월 전남 고흥에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됐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으면서 나로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서서히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고 이소연 박사가 강연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준공식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대국민 이벤트 및 프로모션이 진행돼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 역시 최초의 발사체 나로호에 이어 2018년까지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1차 발사 예정일은 2009년 8월 19일. 그러나 이날 나로호는 발사대를 떠나지 못했다. 압력 측정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발사는 그 달 25일로 연기됐다. 나로호는 처음에는 ‘나로과학위성(STSAT-2C)’을 싣고 우주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나로호는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실패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안타깝게도 다음 해인 2010년 6월 진행된 2차 발사 시도는 더욱 비극적이었다. 발사대를 떠난 나로호가 137초 만에 폭발해버린 것이다. 고체연료 폭발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나로호에 10년을 투자했던 과학자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1, 2차 실패의 교훈을 바탕 삼아 바로 3차 발사준비에 들어갔다. 1차 실패의 원인이 된 페어링은 10차례의 분리시험을 거쳤다. 2차 발사에서 고체연료의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종단시스템(FTS)도 제거했다.
3차 발사 역시 한 번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2012년 10월 다시 발사에 나섰지만 준비 과정에서 기체 밀봉용 실이 찢어져 연기됐다. 이후 교체작업을 거쳐 11월 29일 다시 발사대에 섰지만 발사예정시각을 불과 16분 앞두고 과전류 문제로 발사가 중단됐다.
하지만 무수한 실패도 한국 과학기술진의 우주를 향한 집념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2013년 1월 30일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우주로 발사됐다. 임무에 성공한 것이다.
항우연은 나로호의 발사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진입시킬 수 있는 독자적 우주발사체를 개발할 방침이다. 비록 10번의 발사 연기와 2차례의 실패가 있었지만, 이를 디딤돌로 삼아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진정한 우주개발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글·김청한(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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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