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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명절 스트레스 지혜로운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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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평소 명절을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권미란 “저는 TV홈쇼핑에서 쇼호스트로 일합니다. 명절에 특집방송이 많이 잡혀 남들이 쉴 때 일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죠. 한마디로 명절에 참석할 수 없는 며느리지요. 어떻게 보면 최고일 수 있지만, 친정에도 갈 수 없어 아쉬워요. 그래도 요즘은 휴가를 내거나 방송시간을 조정해 되도록 가족을 만나려고 해요. 다행히 시댁은 신정을, 친정은 설을 쇠기 때문에 큰 갈등은 없어요. 설에는 친정 식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만큼 신정에는 시댁에서 최선을 다하죠.”

최선혜 “시댁이 광주광역시예요. 열차표 끊기가 힘들어 차를 몰고 내려가는데 보통 10시간 넘게 걸리죠. 내려가는 것부터 힘들어서 음식 장만하는 것을 돕지는 못해요. 나이 차가 많은 형님들이 부엌일을 하고, 저는 주로 시어른들 앞에서 수다나 애교 떠는 역할을 하죠. 남편이 6남매 중 막내여서 귀엽게 봐주는 것인지 이해해줘요. 결혼해서 1~2년은 시댁에서 보내는 명절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적응이 됐어요. 새벽 5시에 올리던 차례를 제가 시집에 들어간 뒤부터 시아버지의 배려로 새벽 1시에 올려요. 이런 식으로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어요.”

김다희 “남편이 사이클 국가대표 선수예요. 시아버지는 그 팀의 감독이고, 도련님도 사이클 선수지요. 운동선수 집안이어서 명절 때도 훈련이 잦아 시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는 경우도 많아요. 다행히 결혼하기 전에 시집에서 제사를 없앴다고 해요. 시어머니가 혼자서는 제사를 지내지 못하겠다고 선포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아직 결혼 초기이고 분가한 지 얼마 안돼 명절 여부와 상관없이 시댁에 자주 가는 편이에요. 명절에도 차례를 지내지 않는 대신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을 해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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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무난한 경우여서 명절 스트레스는 크게 없을 듯 한데요?”

권미란 “그럴리가요. 시어머니께선 종갓집 며느리여서 음식을 해도 한 바구니씩 하는 스타일이죠. 일흔을 넘기시고부터는 힘드시니까 설은 큰아들집, 추석은 작은아들집에서 음식 해먹는 걸로 하자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며느리들이 하는 게 성에 안차셨는지 올해부터는 다시 시어머니집에서 각자 음식 해와서 먹는 것으로 바꿨답니다.”

최선혜 “시댁에서 명절 마치고 서울에 있는 친정에도 가고 싶은데 시아버지께서 꼭 시누이들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시더군요. 너무 서운해 펑펑 울다 ‘저도 친정에 가고 싶어요. 특별한 날 아니면 못보니까요’라고 말씀드렸죠. 신랑한테도 ‘이런 식이면 다시는 못 온다?고 엄포를 놨어요. 신랑이 대변해주고 시아버지께서도 이해해주셔서 이제는 ‘얼른 준비해 가라?고 하세요.”

김다희 “저도 비슷해요. 연휴가 4~5일 있으면 오랜만에 친정에도 가서 수다 떨고 싶은데 아예 그런 생각을 안해주시더군요. 시댁 스케줄 대로만 움직여야 했죠. 아직도 신혼이라 말은 잘 못 꺼내는데 이대로 굳어질까봐 두려워요.”

권미란 “굳어질 거예요. 신랑을 가르쳐야 해요!”(웃음)

 

“명절증후군을 푸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권미란 “명절에 내가 힘들어하면 남편은 1년에 한두 번 있는 일을 참지 못하느냐고 하죠. 나보다 네 살 위인데, 그럴 때면 남편이 조금 고지식하고 답답해 보여요. 그럴 때면 친정엄마나 결혼하지 않은 친구와 훌쩍 바람을 쐬러 가요. 남편은 딸을 데리고 같이 가자고 하지만 그러면 안풀려요.”

최선혜 “시집와서 초반에는 말도 못하고 혼자 많이 울었어요.

이제는 시댁에서 불평거리가 생기면 바로 말하죠. 평생 가야 하는 관계라면 마음 속에 담아둘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빨리 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명절상을 치우고 둘러앉아 술을 한 잔씩 할 때 핑계삼아 털어놓고 말하죠. 시부모님과 시누이들도 그런 마음을 이해해주고 오히려 챙겨주는 편이에요. ‘그냥 너희가 이혼하지 않고 잘살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다독여주기도 하죠. 육체적 피로는 시댁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온천에 들러 온천욕이나 찜질로 풀지요.”

김다희 “명절을 마치고 시간 여유가 날 때 남편과 데이트를 해요. 아니면 ‘싱글’인 친구들과 즐겁게 놀거나. 이도 저도 안 되면 혼자 영화를 보러 가죠.”

 

“시월드에 입성해 최대 위기가 있었다면 언제일까요? 또 그 위기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권미란 “요즘 흔히 말하는 ‘동서 스트레스’가 조금 있어요. 승무원 출신의 형님은 상냥하고 음식도 잘하고 시어머니께 참 잘해요. 시어머니는 형님과 나를 비교하며 ‘왜 너는 방송에서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여기서는 힘들고 아프다고만 하니?’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 저는 워낙 방송에서 웃으면서 말을 많이 해서 평소에는 못하겠어요. 많이 배울게요’라고 위기를 넘겼죠. 요즘은 그런 나를 시어머니가 포기한 눈치예요.”(웃음)

최선혜 “시집와 보니 시어머니가 광주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시더군요. 명절 때도 영업을 했는데, 문 연 집이 드물어 평소보다 손님이 더 많았어요. 그 설거지를 혼자 도맡아 했죠. 찬물 알러지가 있어 피부가 울긋불긋해지고 화장실이 야외에 있어 볼일을 못 보는 등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한때 사업하는 남편과 갈등이 심해 양가 가족을 다 보지 말자고 한 적도 있어요. 실제로 한동안 명절 때도 시집이나 친정 어느 곳도 안 갔어요. 하지만 제가 독하지 못해 시간이 지나니 다 해결되더군요.”

김다희 “시아버지와 남편이 같은 팀 소속 선수와 감독이어서 함께 해외에 나갈 때가 많아요. 그날도 시어머니와 함께 공항으로 마중 나가는데 몸이 아파 너무 힘들었어요. 오랜만에 가족이 상봉하는 자리여서 티도 못 내고 있는데 고열과 구토 증상이 더욱 심해졌어요. 시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병원에 갔는데 아이가 운다고 자꾸 전화하셔서 바로 돌아왔지요. 그날 새벽 결국 응급실로 실려갔고, 뇌수막염 판정을 받았어요. 그날 상처를 받고 시댁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았어요. 이후 시어머니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터 서로 서운하고 힘든 점을 털어놨지요. 시어머니와 조금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도 편해지더군요.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시댁 식구들과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싶어요.”

 

“여러분께 시월드란 무엇인가요?”

권미란 “처음에는 무슨 철창 없는 감옥처럼 느껴졌어요. 결혼 초반 시댁 식구들과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할 당시에는 시댁이 그저 힘들고 주눅드는 공간이었죠. 시간이 흐르고 서로 나이가 들자 예민한 문제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지금은 시댁이 자유로운 공간으로 여겨져요. 결혼하고 겪는 성장통 같기도 해요. 소녀처럼 살던 내가 시집와 아내도 되고 딸 역할도 하고 남편의 입장에서 아들도 돼보는 복잡한 과정과 상황이 시월드에 녹아 있죠.”

최선혜 “상징적으로 말하면 ‘스위스’ 같은 곳이 아닐까 해요.

시월드에는 영원한 적군도 아군도 없잖아요. 시월드는 중립국가라는 뜻이죠. 처음에는 안 좋았던 감정들도 지금은 많이 닳고 무뎌졌어요. 나중에 시어머니께서 더 나이가 드시면 지금의 감정과 위치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죠.”

김다희 “시월드는 내게 제2의 세계죠. 그동안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세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겪고 나니 지금은 인내심도 생기고 나한테 긍정적 영향을 많이 미친 세계예요.”

 

“이번 명절은 어떻게 지낼 계획인가요?”

권미란 “신정을 쇠는 시댁에서 이번에는 설에도 한번 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미 시댁에서 신정을 지냈지만 다시 한 번 가서 시어머니의 말동무가 돼드리려고 해요.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나서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바뀌는 것 같아요. 앞으로 시월드와 더 많은 소통을 하려고 노력해야겠어요.”

최선혜 “역시나 머나먼 길을 가야 하죠.(웃음) 하지만 10년째 가다 보니 이제는 짐 싸는 것부터 모든 면에서 달인이 된 듯해요. 가는 길에 휴게소가 많이 없으니 여행가는 기분으로 맛있는 먹거리도 미리 많이 준비해야죠. 파워 블로거로 활동하다 보니 체험제품이 많이 들어와요. 이것들을 모아 형님과 시어머니께 나눠드리면 매우 좋아하셔요. 이번에도 이런저런 선물을 많이 챙겨가야죠.”

김다희 “지방에서 훈련중인 남편보다 하루 먼저 시댁으로 가서 아이와 함께 시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해먹으면서 잘 지내야겠죠.”

사회·정리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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