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사상 처음 여성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출범한다. 1990년 아일랜드도 우리와 같은 경험을 했다.
우리보다 더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 사회였던 아일랜드에서 ‘정말 의외로’ 여성변호사이자 법대 교수 출신인 메리 로빈슨이 7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되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로빈슨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표방하며 세계적 기업들을 아일랜드로 적극 유치했다. 당시 마이크로 소프트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기업환경이 좋아진 아일랜드로 몰려들었고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여럿이 이 대열에 참가하였다. 당시 봇물을 이루던 신자유주의 물결과 더불어 철저히 친 시장주의화한 아일랜드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거듭하였다.

그녀의 뒤를 이어 두 번의 임기인 14년을 재직한 메리 매컬리스도 여성이었다. 아일랜드는 21년간의 여성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계속한 결과 드디어는 그들을 8백년간 지배했던 숙적 영국의 국민소득을 추월하는 ‘기적’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세월이 지나 자본주의 4.0시대로 접어들면서 세계를 급습한 금융위기는 아일랜드도 강타하여 구제금융을 받는 등 크게 휘청였지만 현재 빠르게 회복 중에 있다. 아일랜드의 경제 기적은 시대를 정확히 읽은 여성대통령의 비전과 그에 걸맞은 남보다 앞선 개혁정책, 그리고 반대를 대화로 아우르며 강력하게 그 정책을 추진했던 리더십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도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맞아 ‘아일랜드의 기적’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엄청난 사회비용을 치르고 있는 사회갈등과 불화의 봉합 역시 시급한 과제다. 선거 후유증으로 한쪽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고, 선거결과로 인해 세대 간 갈등이 더욱 크게 부각되어 새로운 걱정거리가 됐다.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통합, 민생, 안보 등 새 정부와 이를 맞는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문제들은 결코 쉽게 해결될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헝클어진 실을 단칼에 잘라 문제를 해결했다는 알렉산드로스의 해법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런 문제들은 상대를 품어 안고 머리를 맞대 대화로 함께 풀어가야 한다. 우리는 정말 대화에 익숙해 있지 않다. 대화(對話)란 ‘독백(獨白)×2’가 아니라 우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뒤에 나의 의견을 말하는, 즉 서로 들어주고 말하는 의견의 ‘교환’이 대화인데, 우리의 경우 남이 얘기하는 동안 다음 얘기할 것을 준비하다가 상대방의 말을 끊고 자기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상대방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곧 상대방과 입장을 바꿔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전제로 해야 한다.
새 정부와 우리 사회는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위해 조급히 서두를 것이 아니라 상대를 보듬고 진지하게 대화하여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정말 ‘대화의 시대’를 열어갈 수만 있다면 그것만 해도 성공의 문은 열린 것이다. 왜냐하면 대화의 결과는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양쪽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글·이원복 덕성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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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