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웨이샤오(微笑: 미소지으세요), 웨이샤오~.” 지난해 12월7일 오전 제주 노형동의 한 웨딩숍. 중국인 예비부부 왕시환(30)·누옌(27·여) 씨가 결혼사진 촬영에 한창이다. 한국인 사진작가가 포즈를 주문하면 곧바로 중국어 통역이 이어진다. 오후 3시까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일찍 날이 개자 신랑 신부의 표정도 한층 밝아진 듯하다.
이날 촬영을 진행한 박종삼 웨딩그룹 대표는 “외국인 고객들은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싶어해 야외촬영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1년부터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예비부부가 크게 늘었다. 중국·일본·홍콩·동남아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이 60%가량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성수기인 9~10월에는 한 달에 30쌍이 넘는 중국인 부부가 이 스튜디오에서 결혼사진을 촬영할 정도로 붐볐다. 최근에도 다가오는 봄 일정을 잡는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신부 누옌 씨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세련된 패션과 메이크업을 직접 해보고 싶어 이번 결혼사진 촬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유천과 이민호를 좋아한다는 그는 대학 때 1년 동안 경희대에서 유학한 터라 한국어도 곧잘 했다. 건축설계사로 일하는 신랑은 한국 방문이 처음이지만 “한류 열풍으로 한국문화에 호기심이 생겨 꼭 와보고 싶었다”며 “제주도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결혼사진 촬영지로 안성맞춤”이라고 신부를 거들었다.
신부 누옌 씨는 “중국 친구들도 한국 웨딩투어에 꽤나 관심이 높다”며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 속 여주인공 같다며 부러워했다”고 귀띔했다.
이날 두 사람이 화장과 머리 손질을 하고 드레스 두 벌과 턱시도를 빌려 사진 촬영을 하는 데 쓴 비용은 대략 300만원 정도였다. 항공권과 숙박비를 합치면 비용은 더 늘어나지만 왕시환 씨는 “외국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는 점에서 부모님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들의 통역을 맡은 정경희 씨는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하객 30~40명의 숙식, 요트 관광 등에 수억 원을 쓰는 중국인 부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한류바람을 타고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 웨딩투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의료·국제회의·한류관광에 이어 웨딩투어가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급성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웨딩산업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결혼적령기 남녀가 가장 가고 싶은 신혼여행지 1위로 한국을 꼽았다. 현재 중국의 결혼적령기 남녀는 산아제한정책 시행 이후 1980년대에 태어난 ‘바링허우(八零後)’ 세대다. 어릴 적부터 ‘소황제’ 소리를 듣고 자란 그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는 ‘큰손’ 세대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고급 미용실에서 화장과 머리 손질을 하고 유명 여배우가 입은 브랜드의 웨딩드레스숍을 찾는다. 한류 스타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나 드라마 촬영지 역시 반드시 거쳐가는 필수코스다. 중국 상류층 자녀는 서울 강남의 청담동에서 최고급 예물을 구입하고 특급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단순히 드라마 속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해서만은 아니다. 박종삼 대표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라고 불리는 한국 특유의 웨딩 문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중국은 스드메를 한 곳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국의 화장기술과 사진 촬영이 중국인 신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중국 예비부부들이 즐겨 찾는 스드메 패키지에 드는 비용은 500만~600만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여행상품을 추가하면 1000만원을 넘는다. 중국 상류층 부부 한 쌍의 평균 신혼여행 경비는 12만 위안(약 2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웨딩산업위원회는 이들의 예식비용이 매년 20~30% 수준으로 증가하리라고 예상해 국내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웨딩투어는 소비규모가 일반 관광의 3~4배일 뿐 아니라 하객들의 쇼핑, 관광으로 이어져 서울 강남과 강원도·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홍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이성은 마케팅기획파트장은 “제주도의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자연경관으로만 알려져 아쉽다”며 “한류와 접목한 상품으로 일반 관광과 다른 특별함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12월에 있을 전문가회의를 거쳐 웨딩 한류 지원정책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최은경 포브스코리아 기자, 현윤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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