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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전 세계 손님들에게 한국의 판타지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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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는 한국 음악계와 영화계에 특별한 존재다. 1980년대 중후반 그와 조동익이 낸 앨범 ‘어떤 날’ 1, 2집은 한국 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3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들어봐도 음악의 톤이나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시간을 한참 앞질러 등장한 ‘명반’인 셈이다.

‘어떤 날’ 이후 이병우는 자신의 음반 작업 외에 영화음악 작업을 해왔다. <왕의 남자>, <장화 홍련>, <괴물>, <마더> 등 흥행 영화 뒤편에는 언제나 그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의 음악들은 영상과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 왔다. 그런 그가 새로운 작업에 도전한다.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개·폐막식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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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감독은 여러 번 맡으셨지만 예술감독은 처음이시지요. 음악 뿐만이 아닌 무대연출이나 흐름 등도 고민해야 하는 자리 같습니다.
“예술감독은 이를테면 개·폐막식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는 사람입니다. 방향을 설정하는 거죠. 스토리 구성을 제가 했어요. 그동안 열렸던 올림픽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콘셉트를 재미있게 가보자고 생각을 했어요. 바로 ‘결혼식’을 테마로 한 거죠. 사람들이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되는 게 결혼식이잖아요.”

개막식에 ‘결혼식’이라는 행사의 형식이 도입되는 건가요?
“네. 공식행사 중간중간에 스토리를 녹이려고 합니다. 처음에 개막식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팡파르도 결혼 축하 음악으로 나오고요. 사람들이 그걸 들으면 의아해하겠죠. 그러면서 선수들이 마치 전 세계에서 온 하객처럼 들어서게 되고요. 개막 선언이나 축하 연설 등이 진행되는 중간중간에도 이야기는 계속 진행됩니다. 연설하는 한쪽에서는 심장이 계속 뛰면서 그게 점점 커지는 식인 거죠.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축하공연은 아기가 태어나는 울음소리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 아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결혼 말고 인생에서 두 번째 전환점이 바로 자녀를 낳을 때가 아닐까 생각해요. 개막식에서 이제 아이가 탄생했는데 스노맨이 탄생한 거예요. 스노맨은 다른 친구들과 좀 달라요. 자라면서 친구들과 놀 때 친구들을 잘 따라가지 못하지요. 친구들이 도와줘야 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얼음판 위로 갔는데 스노맨은 그 위에서 너무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친구들은 부자연스럽고요. 스노맨의 특기를 보고 친구들이 응원을 해주고 환호를 하는 장면들이 묘사될 거예요. 여기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사람이 스노맨의 어머니예요.”

지적장애인을 돌보는 어머니를 형상화하신 건가요?
“그렇지요. 하지만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를 돌본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습니다. 어머니는 스노맨을 돌보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존재도 스노맨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가 자식인 스노맨에게 기댄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습니다. 지적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뿐이 아니라 다른 부모들도 대개 그렇지 않나요. 자기가 희생을 하면서 돌본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자기가 제일 의지하는 사람은 자식, 즉 스노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서 희생을 하잖아요. 그러면서 어머니가 제일 의지하는 것도 아이잖아요. 결국에는 자기가 가장 의지하는 게 돌보는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스페셜올림픽은 장애인 올림픽과는 또 다르잖아요. 지적장애인의 올림픽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기획한 것도 있나요?
“지적장애인들 특히 다운장애인들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이런 점을 고려해서 흥을 돋울 수 있는 방법도 생각 중이고요. 가능하면 냄새까지 개막식에 사용해 보려고 구상 중입니다.”

이번 스페셜올림픽에는 레인보우라는 특별한 머플러가 준비됐다고 하는데 이를 이용한 행사도 마련되나요?
“대합창이 끝나고 나서 지적장애인 사물놀이팀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춤을 출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될 예정입니다. 거기서 사물놀이팀이 상모를 돌릴 때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스카프를 돌리며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어요.”

일본과 중국에서도 스페셜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이번 올림픽 개·폐막식은 어떤 점에서 차별화할 예정인가요.
“일본과 중국의 개막식을 보니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다 나왔더라고요. 부채춤도 나오고, 국악도 나오고… 또 자국의 전통문화를 많이 보여주었어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국제행사를 치를 때 마다 전통적인 것을 보여줬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전통적인 것 외에 다른 나라와 차별화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어요. 사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을 생각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뜨거운 도시라는 인식을 갖고 있잖아요.

이번 개·폐막식 공연에서는 ‘역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가고 있구나’ 생각할 수 있게 악기 같은 것도 전통악기보다는 잘 못보던 것을 선보이는 그런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타바’도 출연하고요. 사실 제가 디자인해 만든 것을 넣는 게 좀 그래서 안 넣으려고 했지만 새로운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어요.”

이제 개막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오신 손님들에게 평창의 작은 곳에서 열리는 스페셜올림픽 개·폐막식을 통해 한국이 준비한 판타지의 세계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이 나중에 개막식, 폐막식을 돌아보며 참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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